한동안 ‘두쫀쿠’(두바이쫀득쿠키) 열풍이 불더니 이제는 ‘봄동비빔밥’이 대유행입니다. 최근 썸트렌드(Sometrend)의 빅데이터 집계 결과 지난달 13일부터 한 달 동안 ‘봄동비빔밥’ 언급량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40% 이상 치솟았다고 합니다(세계일보). 구글트렌드 검색 추이에서도 동일한 검색어의 관심도가 한 달 사이에 15에서 100으로 최고치를 찍었답니다(한국경제신문). 검색은 구매를 촉발했습니다. 공급이 수요보다 모자라는 상황입니다. 당연히 가격도 올라 불과 1주 만에 32% 상승했고 전년 대비로는 78% 올랐답니다(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호들갑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벌써 ‘봄동 대란’이란 말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두쫀쿠’에 열광하며 ‘두쫀쿠 지도’를 제작하고 ‘두케팅’이란 신조어를 만들기까지 하면서 가히 ‘두쫀쿠 신드롬’에 빠져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봄동 기차로 갈아탄 느낌입니다.
어느 전문 매거진은 ‘두쫀쿠→봄동비빔밥’의 갑작스런 환승 이유를 몇 가지로 분석했습니다(푸슬레터). 우선 낮은 레시피 장벽입니다. 봄동도 결국 배추인지라 누구에게나 겉절이로 무쳐내는 일이 낯설거나 어렵지가 않고 모양을 꾸미거나 참기름을 제외하면 특별한 첨가물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서 단번에 일반 가정의 식탁을 휘어잡는 장악력을 발휘했다는 것입니다. 한편 두쫀쿠는 점점 가격이 올라 나중에는 한 알이 만원에 육박하는 미친 인플레를 보여주었는데, 봄동은 아무리 올랐다지만 3~4천 원이면 4인 가정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반전의 가성비를 보여주었다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지도까지 나올 정도로 구매하기 어렵던 두쫀쿠와 달리 인근 마트에 가면 언제든지 구할 수 있는 접근성 또한 봄동의 돌풍에 단단히 한몫을 했다고 보았습니다. 우리 가족도 봄동비빔밥을 여러 번 맛있게 먹었을 정도니까요.
그러나 둘은 비록 확연히 다른 먹을거리지만 순식간에 국민 음식이 되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이들 열풍은 일종의 루틴을 따르는데, 일단 셀럽들이 소개하여 화제가 되고 이후 인플루언서들이 가세하면서 폭발적으로 확대재생산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요즘 용어로 정의한다면 ‘알고리즘에 의한 따라하기’라 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욕망’에서 기인하는 현상이라고 해야 합니다. 아우구스티누스조차도 성경을 인용하면서(요일 2:16) 인간을 욕망의 존재로 간주하고, “내게 네가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해준다면, 나는 네가 어떤 존재인지를 말해주겠다”고 한 바 있습니다(고백록 3권). 그런데 내가 무엇을 욕망하는지 분명하고 확실하게 알 수 있나요? 현대의 욕망에 관한 심리학적 이론들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듭니다. 자크 라캉은 욕망의 개념에 관해 ‘전염’(프로이트)이나 ‘모방’(르네 지라르)을 넘어서 아예 ‘주체의 욕망은 곧 타자의 욕망’이라 선언했습니다. 그럴듯한 주장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봄동 먹고 싶다’고 스스로 생각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대부분은 유튜브 같은 매체를 통해서 식욕을 느꼈을 텐데, 그렇다면 타자의 욕망이 나(주체)의 욕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라캉 식의 ‘욕망의 전이’나 ‘상상적(상징적) 동일시’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합니다. 첫째, 무기력과 약점이나 죄의식을 타자와 공유할 수 있습니다. 부정적 욕망은 감염역이 강합니다. 집단적으로 동일시 과정을 거치면서 자기도 모르게 그릇된 애국주의나 인종차별주의 혹은 극우나 극좌 같은 편향된 사상에 물들기도 합니다. 둘째,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l'homme désire le désir de l'Autre)는 라캉의 명제는 필연적으로 타인을 향한 경쟁심과 시기·질투를 동반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욕망이 분쟁의 불씨인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셋째, 주체의 요구와 타자의 요구가 딱 맞아떨어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끊임없는 욕구 불만과 채워지지 않는 갈증에 시달리게 마련입니다. 넷째, 주체성의 상실이라고 하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입니다. 싸르트르가 ‘타자의 눈은 지옥’이라(닫힌 방) 말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전통적 신학은 이런 욕망을 ‘뒤틀린 사랑’이라 했습니다. 그리고 해결책을 신의 은총에서 구했습니다. 타인의 욕망은 나를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타인의 신앙도 결코 나를 구원할 수 없습니다. 건강에도 좋은 제철음식인 봄동비빔밥은 맛있게 드시되, 누구에게나 혹은 무엇에게든 나의 정체성을 뺏기지 말고, 특히 자기 신앙을 지키는 모두가 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