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09-23(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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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봉 목사(사직동교회 원로)

오늘(2021.8.31.화.11시) 사직동교회장으로 거행된 정 목사님 장례의 발인예배를 드리면서 설교를 맡았습니다. 설교를 시작하면서 이화여대 총장 김활란 박사의 유언을 소개하였습니다. 1970.2.10. 소천(召天)하신 김 총장님은 제자들에게 미리 유언을 남기셨는데 “첫째, 나의 장례식날 슬퍼하지 말고 기뻐하라. 그리고 소망과 개선(승리)의 찬양을 불러 달라. 둘째, 나는 아름다운 천국으로 입성하게 될 것이니 검은 상복을 입지 말고 밝고 환한 색상의 옷을 입고 장례예배에 참석해 달라.”였습니다. 언론보도 수단이 신문과 라디오 정도로 단순하던 시절이라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지 못하였으나 저는 대학 도서관에서 신문을 통해 이 소식을 읽으면서 큰 충격과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렇다. 천국의 소망을 바라보는 우리 그리스도인은 ‘죽음과 장례식’에 대하여 저렇게 발상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구나!” 후임담임목사로서 정 목사님을 원로 목사님으로 23년 모셔온 저의 짐작으로는 만약 목사님 생전에 김활란 박사님의 그 유언을 제가 얘기해 드렸다면 “김 목사, 그것 참 멋지구나. 장차 나도 그렇게 해주세요.” 망설이지 않고 이렇게 말씀하셨으리라고 믿어집니다. 그 증거가 몇 가지 있습니다. 목사님은 자신의 영정사진으로 그윽히 미소 짓는 멋진 얼굴사진을 준비해 놓으셨지요. 한 열흘 병원신세지시고 임종을 맞으셨는데(8.29.주일저녁6시.고신대복음병원) 집에서 병원으로 나서시면서 “이제 천국가고 싶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운명을 앞두실 때 우리는 시편46편을 읽어드렸는데 성경말씀 들으시는 목사님의 눈동자가 그렇게 맑을 수가 없었습니다. 95세를 일기로 이 땅을 떠나 천국으로 입성하신 정 목사님은 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나는 늘 젊은 마음으로 살고 있다” 이런 철학으로 인생을 젊고 밝게 사셨습니다. 저 뿐 아니라 많은 목회자들이 정 목사님의 젊고 밝게 살아가시는 생활철학을 감탄하면서 부러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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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사직동교회장으로 거행된 정판술 목사의 발인예배. 설교를 전하는 김철봉 목사와 복기훈 목사(오른쪽)

 

무엇보다도 목사님은 성도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늘 명쾌(明快)하게 전하셨습니다. 가끔 설교를 성경보다 더 어렵게 설교하므로 성도들이 예배를 힘들어하고 성경에서 더 멀어지게 만드는 목회자들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목사님의 설교는 단순명료하며 성도들이 잘 알아들으므로 예배가 즐겁고 행복하였습니다.(벧전3:15)

그리고 목사님은 성도들을 다그치고 몰아붙이는 다급한 성향의 목회를 하지 않으셨습니다. 슬프게도 세상에는 고압적이고 무례하고 사나운 지도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순진한 백성들과 양떼들은 불안해하고 무서워합니다. 목사를 통하여 양떼가 위로를 받고 안위함을 누려야 할 터인데 오히려 목자가 양떼를 힘들게 하고 아프게 하고 눈물 흘리게 하는 사례(事例)들이 없지 않습니다.(행20:28~30)

우리 주님께서는 시편23편을 통하여 목자와 양떼 사이에는 ‘평안과 기쁨, 노래와 행복’이 끊이지 아니해야 한다고 선포하셨습니다.(시편23:1—6) 그리스도인이 신앙의 여정에서 좋은 목회자, 선한 목자, 착하고 부드러운 목회자를 만난다는 것은 참으로 가장 큰 축복입니다. 정 목사님은 성경이 제시하는 이 기준에 가장 근접(近接)하신 목회자셨습니다. 양떼들이 푸른 풀밭과 쉴만한 물가에서 평안과 행복을 마음껏 누리게 하는 목양 즉 온유한 목회로써 성도들을 목양하셨습니다. 그 결과 하나님께서 축복해 주셔서 사직동교회는 ‘밝고 아름답고 건강한 교회’로 든든히 서 가고 있습니다.

양 떼는 순진하고 연약해 보이지만 나름대로 ‘현명한 분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10:4,5 “자기 양을 다 내놓은 후에 앞서 가면 양들이 그의 음성을 아는 고로 따라오되. 타인의 음성은 알지 못하는 고로 타인을 따르지 아니하고 도리어 도망하느니라.” 성도들은 목회자가 하나님의 말씀을 명쾌하게 잘 전해주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습니다. 안 보는 것 같으나 양떼는 목회자의 인격(人格)을 유심히 지켜봅니다. 우리 목회자들은 이 점을 인식하고 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어린 아기도 어른이 자기를 좋아하고 있는지 싫어하고 있는지를 본능적으로 알아차린다고 하지 않습니까! 오늘날 성도들은 목회자들이 설교를 잘하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습니다. 사실 요즘 젊은 목회자들은 다들 설교를 참 잘합니다. 그러나 목회는 대학교수나 문필가들과는 전혀 다른 사람의 ‘인격과 영혼’을 돌보고 다루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여기에는 목회자의 신실한 인격이 기초가 되고 항상 동반되어져야 합니다.(고전2:4,5, 4:19,20)

목회자는 어떤 인격자로 나타나고 보여 져야 하는가를 성도들에게 실감나게 잘 보여주는 목회자가 정 목사님이십니다.(마11:29. 갈4:19. 빌4:4) 목사님을 사직동교회 원로목사님으로 24년째 모셔오던 중 8.29 주일저녁에 목사님은 “이제는 천국으로 떠나고 싶다!”는 말씀을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지금 사직동교회 원로목사입니다. 정 목사님의 아름다운 그 발자취를 따라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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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사]정판술 목사님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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