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는 1910년 8월 29일 한국을 강점한 이후 1945년 8월 15일까지 35년간 우리나라를 지배했는데, 각종 법률과 규정, 혹은 제령(制令)을 통해 조선을 통제했고 기독교회를 탄압했다. 1910년 8월 29일 제령 1호로 발표된 ‘조선에 있어서 법령의 효력에 관하여’에서 대한제국 시대, 특히 통감부 시대 법의 대부분을 계승하였다. 한국 민중의 항일 저항운동을 규제하기 위한 ‘보안법’(保安法, 1907), ‘경찰범처벌령’(警察犯處罰令, 1908), ‘범죄즉결령’(犯罪卽決令, 1909) 등이 그것이다. 병탄 이후 경찰범처벌령은 ‘경찰범처벌규칙’(1912)으로, 범죄즉결령(1910)은 같은 이름으로 더욱 규제와 처벌이 강화되었다. 조선인에 한하여 적용되었던 조선태형령(朝鮮笞刑令, 1912년 제정, 1920년 폐지)는 조선인 탄압법으로 악용된 악법 중의 악법이었다. 이 법은 일본인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반일적인 언행은 모두 태형의 대상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회에 대한 통제법이 제정되었는데, 그것이 ‘포교규칙’(布敎規則)이었다. 1915년 8월 16일 공포된 ‘포교규칙’은 조선 교회의 신앙과 사상, 종교 활동까지 통제하려는 의도에서 제정되었다. 1898년 일본의회에 상정되었던 종교법이 그 모델이었다. 전문 15조와 부칙으로 구성된 이 법안은 일본에서는 종교계의 반발이 심해 제정되지 못했으나 식민지 조선에서는 제령 83호로 공포되었다. 이 포교 규칙은 크게 포교 활동의 허가제와 종교단체에 대한 엄격한 감시를 골자로 하고 있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제1조 (종교의 정의): 본령(本令)에서 ‘종교’라 함은 신도(神道), 불교 및 기독교를 말한다. 제2조 (포교자 신고): 종교 포교에 종사하고자 하는 자는 명칭, 포교 방법, 교의 요령 등을 갖추어 조선총독에게 신고해야 한다. 제3조 (포교 관리자): 일본의 신도나 불교 종파가 포교할 때는 ‘포교 관리자’를 두어 총독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제4조 (감독권): 조선총독은 포교 방법이나 포교 관리자가 부적당하다고 인정될 때는 그 변경을 명령할 수 있다. 제6조 (시설 설립 허가): 교회, 사찰, 포교소 등을 설립할 때는 명칭, 위치, 부지, 유지 방법 등을 적어 총독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제9조 (보고 의무): 포교 관리자나 주지는 매년 포교 상황과 신도수 등을 보고해야 한다. 제12조 (정지 및 폐쇄): 포교자가 안녕질서를 방해하거나 포교 목적에 위반되는 행위를 했다고 인정될 때는 포교를 정지하거나 포교소를 폐쇄할 수 있다 등이다.
이 포교규칙을 보면, 포교자 신고제 및 허가제로 규정하여 포교하고자 하는 자는 반드시 성명, 주소, 포교 방법 등을 총독부에 신고하게 했고(제2조), 교당이나 포교소 설립을 통제하였다. 즉 사찰, 교회, 성당 등을 세울 때는 명칭, 위치, 부지 면적 등을 상세히 적어 총독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제9조). 뿐만 아니라, 신도수의 변동이나 포교 실적, 예산집행 내역 등을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강제했다. 이런 규정 때문에 포교자에게는 포교자 자격을 획득해야 했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자격증이 해 종교기관장에 의해 발부되었다. 또 포교자의 이동, 거주자 변경시 이를 조선총독에게 보고해야 했다. 이런 보고 규정보다 더 심각한 제재는 포교를 중지하거나 폐쇄할 수 있게 규정한 점이다. 비록 ‘안녕질서를 해치거나 포교의 목적에 위반된다고 판단할 경우’라고 명시했으나 이는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조항으로서 교회를 폐쇄하거나 포교, 곧 전도 활동을 금지할 수 있게 규정한 것이다(제12조). 이는 종교의 자유나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고 종교활동을 ‘행정적 허가’의 대상으로 만들어 국가 권력의 통제하에 둔 것이다. 즉 기독교회를 비롯한 종교단체의 종교활동, 인사권과 재산을 장악하여 종교인들이 총독부의 지시에 순응하게 만든 것이다. 이 법은 삼일운동 이후 선교사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여 1920년 4월 7일 ‘개정포교규칙’이란 이름으로 개정되었다. 교회당 설립의 경우 총독부의 허가를 의무화했으나 신고제로 완화되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교회당에서 안녕질서를 문란케 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때는 그 사용의 정지 또는 금지를 명할 수 있게 했다(제9조). 이런 이유로 교회별 신도수, 신도수의 증감을 매년 신고하도록 했고, 각종 교회 집회와 설교를 감시하고 통제하게 된 것이다. ‘포교규칙’은 교회를 폐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서 한국교회를 탄압하기 위한 규정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런 포교규칙과 비슷한 아니 더 심각한 입법 시도가 한국교회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다름 아닌 민법 개정안인데, 표면적으로는 법인격 남용방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종교단체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는 독소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개정안 38조 2항을 보면, 행정공무원이 법원의 영장 없이도 법인 사무소에 출입하여 장부와 서류를 검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고 있다. 이는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위배하는 것으로 수사기관이 아닌 행정부가 종교단체를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초법적 권한을 갖게 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법이 제정되면 종교활동이 위축되고 교회나 종교법인도 폐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종교법인강제해산법’, 혹은 ‘교회폐쇄법’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일제 때의 포교규칙과 같은 악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교계는 주목하고 있다. - 이상규, 백석대학교 석좌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