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문학] 비유에 담긴 하나님 나라의 희망
- 거꾸로 읽는 예수의 비유 -
비유에 담긴 급진적 의미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 나라를 간절히 기다렸다. 하지만 그들은 점점 더 하나님 나라에서 배제된 채 척박하고 불안한 현실을 목도할 뿐이다. 그러나 예수의 하나님 나라는 그들이 익히 듣던 하나님 나라와 달랐다. 기존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었기 때문이다. 그 새로움과 놀라움은 현재와 다른 삶을 상상하고 희망하게 했다.”
비유의 주제는 하나님 나라
김길구 오늘 우리가 다룰 주제는 예수님의 비유를 다룬 김호경 교수의 《예수가 하려던 말》들 입니다. 공관복음서에 있는 예수님 말씀의 ⅓가량이 비유로 되어 있고, 그 메시지의 핵심 주제는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비유parables가 적게는 30개 많게는 60개로 학자들에 따라서 달리 보고 있는데, 본서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19개의 비유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김현호 이 책의 집필 동기에 대하여 저자는 ‘예수 당시 사람들이 뒷목을 잡을 만큼 놀랐던 이야기에 나는 왜 놀랄 수 없는가?’란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는데, 그 이유를 해석의 왜곡에서 찾고 있어요. 2천 년 전 1C 팔레스타인 지역의 일상에 빗대어 한 낯선 이야기들을 오늘 우리가 100% 공감하기는 불가능하겠죠. 저자는 그 시공간의 간극을 성서학적, 철학적 사색을 통하여 메꿔주고 있습니다.
류지원 또 하나의 특징은 철학적 사유인데, 19개 비유를 설명하면서 한 비유에 한 개념씩 현대철학자들의 통찰과 연결함으로써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는데요. 일부만 소개해도 앙가주망, 리좀, 아비투스, 르상티앙 등 철학 개념과 키에르케고르, 장 폴 사르트르, 칸트, 레비나스, 푸코, 질 들뢰즈 니체 등이 망라되어 있어 좋았어요.
김길구 비유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예수가 하나님의 복음을 전파할 때 때가 찼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선포는 하였지만, ‘하나님 나라’의 뜻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에둘러 그것도 상징과 비유를 들어 모호성과 다중성을 띤 채 듣는 이들이 그것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다양한 해석이 불가피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김현호 하나님 나라는 예민한 말이예요. 로마 황제의 나라와 대치되는 개념이죠. 더 놀라운 것은 여기 서있는 사람 중에는 죽기 전에 하나님의 나라가 권능으로 임하는 것을 볼 자들도 있느니라고 했으니까요.
류지원 책에서 말하는 비유 속의 복음의 급진성이란 힘없고 소외된 절망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기존의 상식과 질서와 상투성에 익숙한 사회 관념의 변혁과 일상의 세계를 초월하는 새로운 사회 질서의 도래를 꿈꾸는 통쾌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눈이 열리다-에포케
김길구 마13:45~46에 나오는 ‘진주를 구하는 상인’의 비유의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이 책에는 19개의 비유 중 첫 번째 비유입니다.“하나님 나라는 좋은 진주를 구하는 상인과 같다. 그가 값진 진주 하나를 발견하면, 가서, 가진 것을 다 팔아서 그것을 산다”는 내용입니다. 저자는 우선 인용한 비유를 성서학적으로 분석하여 재구성하고, 이를 현대철학자들의 개념들로 확대하여 비유에 나타난 함의를 살펴본 뒤 비유가 말하고자 하는 본래의 의미를 되살리고 있어요.
류지원 “때가 찼다.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여라. 복음을 믿어라”는 (막1:15) 말씀에서 하나님의 통치는 절대적인 하나님의 주권으로 인간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고 다만 우리가 해야할 것은 회개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길을 가겠다는 방향전환 곧 ‘돌이킴’인데 철학자 후셀이 말하는 에포케(Epoche)로 정지, 중지, 중단을 의미하는 단어로서 자신이 옳다고 여겨 온 일과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한 판단중지는 새로운 대상에 접근하기 위한 첫걸음을 말합니다. 회개가 익숙함으로부터의 돌이킴이라면 복음을 믿어라는 선언은 방향전환의 목표이며, 에포케를 통해서 새롭게 대면하는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김현호 비유에 나타난 하나님 나라를 정의 하면서 “정치적이고 영적이며 실존적인 사건으로 단순한 내세의 왕국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여기에서 삶의 질서가 전복되고, 가난한 자가 복되고, 권력이 재편되는 혁명이다. 하지만 이 혁명은 칼이 아닌 진리로, 억압이 아닌 해방으로, 억지가 아닌 은유로 완성된다.”는 대목이 와 닿습니다.
■주체로 행하다 - 앙가주망
류지원 마25:14~30에 나오는 유명한 달란트 비유의 예를 들어보죠. 어떤 사람이 여행을 떠나면서 자기 종들을 불러 능력에 맞게 각각 5달란트, 2달란트, 한 달란트씩을 주고 떠났는데, 오랜 뒤에 돌아와서 결산해 보니 5달란트 받은 종은 5달란트를 남기고, 2달란트 받은 종은 2달란트를 남겨서 칭찬을 받고, 한 달란트를 받은 종은 땅에 숨겨두고 한 푼도 남기지 못했다고 하자 있는 것 조차 빼앗기고 어두운 데로 쫓겨났다는 얘기입니다.
김현호 달란트는 적은 돈이 아니예요. 1달란트가 대략 6,000 데나리온에 해당되고, 한 데나리온은 일용직 노동자의 하루 품삯이니 한 달란트는 노동자가 대략 17년간 받을 품삯이니 거액으로, 주인은 종들을 재산목록으로 알던 시대에 상상이상의 큰 은혜를 베풀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저자는 주인이 그들에게 기대한 것은 앙가주망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길구 앙가주망(Engagement)은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가 자주 사용했던 용어로 직접 사회에 참여, 즉 앙가제(s'engager)하여 조금씩 세계를 변화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자기 선택의 폭, 행위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것으로 이 책에서는 주체적으로 관계된 일에 참여한다는 뜻으로 이는 그의 자유에 대한 이해와 관련이 있는 개념입니다. 주인은 그 큰돈을 주면서 그 무엇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그 돈을 쓸 수 있는 무한한 자유를 주었을 뿐입니다. 1달란트 가진 종은 그 큰돈을 사용하는 하는데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는 아무것도 하지않았고 그러므로 아무 일도 일어 나지 않았습니다. 이는 자신의 자유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은 대가였습니다.
■새로운 꿈을 꾸다 - 르상티망
김길구 마 20:1~16의 포도원 품꾼 비유입니다. 주인은 인력시장에 이른 아침과 오전 9시, 그리고 정오인 12시, 오후 3시에 나가 하루 품삯인 1데나리온의 조건으로 일꾼을 데려와 일을 시키고, 마칠시간이 다 되어가는 오후 5시에도 나가보니 일자리를 못 구해 놀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동일한 조건으로 일을 시킨 뒤 근무시간에 관계없이 계약한대로 임금을 1데나리온씩 똑같이 나누어주었다는 얘기이지요.
김현호 이른 아침에 채용된 일꾼과 오후 5시에 채용된 사람이 같은 임금을 받으니 더 많은 시간을 일한 사람들이 원망하자 주인은 “내가 선함으로 네가 나를 악하게 보느냐”며 “이와 같이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되고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리라”며 아랑곳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류지원 저자는 여기서 니체의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인 약한 입장의 사람이 강자에 대해 갖는 질투, 원한, 열등감 등의 감정인 시기심을 르상티망(ressentiment)이라고 하였는데, 그 예로 로마의 가치를 뒤집기 위해서 ‘신’이라는 개념으로 정반대의 가치를 만들어 르상티망을 해소하는 그리스도교와 팔복의 전도된 가치관을 들었어요. 마치 이숍우화의 신포도와 같은 방어기제가 작동했다는 거예요.
김길구 저자는 약자의 논리인 니체의 주장대로 르상티망으로 인해 그리스도교적 특성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온 품꾼과 늦게 온 품꾼 모두가 주인에게만 종속되며, 주인의 자유는 포도원에서는 모두가 평등한 공동체로 새로운 질서를 구축한다는 것이죠. 따라서 르상티망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주인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다음은 마셜 존슨 저, 차준희 교수 번역의 《고대 문학의 렌즈로 보는 성경》으로 이레서원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정리 김길구】
김호경의
《 예수가 하려는 말들 》
예수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일상의 소재로 누구나 알아듣게 우화적인 비유로 심오한 진리를 설파하셨기 때문이다. 공관복음서에 나오는 예수의 교훈들 중 35%가 비유의 말씀으로 그 핵심의 주제는 ‘하나님 나라’였다. 이스라엘이 왕과 나라를 잃고 당시 최강 로마제국의 지배를 받던 절망의 시기에 예수는 비유를 들어 ‘황제의 나라’가 아닌 ‘하나님 나라’를 선포한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익숙한 일상의 얘기를 빗댄 그의 가르침에 군중들은 열광으로 화답하였다.
2천년 전의 시공간의 간극을 저자의 성서학적, 철학적 지식과 더불어 그의 쾌도난마식 글쓰기는 비유가 가진 본래의 역동성을 되찾아 주며 즐거운 독서로 안내해 주고 있다.
◇ 저자소개
김호경 ∥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신학석사 학위를 받았고 연세대학교에서 신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서울장로회신학교에서 신약학 교수로 가르쳤다.
◇ 저 서 ∥
《예수의 식탁 이야기》, 《여자, 성서 밖으로 나오다》, 《예수가 상상한 그리스도》, 《인간의 옷을 입은 성서》, 역서로는 《스피노자와 근대의 탄생》, 《신학-정치학》 등이 있다.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예수의 비유》 요아킴 예레미아스 / 분도출판사 / 1974
《예수님의 식탁 이야기》 김호경 / 두란노 / 2024
《중동의 눈으로 본 예수님의 비유》 케네스 E 베일리 / 이레서원 / 2017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야마구치 슈 / 대산초당 / 2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