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문학] 이웃과 조화롭게 공생하는 건강한 교회
이성희의 '정원에서 길을 물었다'
뉴욕식물원 가드너 이성희 < 정원에서 길을 물었다 >
독특한 이력을 가진 저자는 경영학을 전공하고 대기업에 근무하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환경파괴와 보르네오섬의 다국적 기업들의 무분별한 농장개발에 따른 우랑우탄의 수난을 목도하는 등 하나님의 창조물인 자연 생태계의 파괴에 충격을 받고 45세에 미국에 건너가서 뉴욕주립대에 편입 식물과학과 조경개발을 전공하고 지금은 뉴욕수목원의 가드너로 근무 중이다. 이 책은 미국최대의 수목원의 가드너로서 정원을 가꾸며 느꼈던 그동안의 경험담과 교회생활에서 겪은 아픈 상처를 비교하며 느낀 성찰과 치유의 기록이다. 계절 따라 변하는 식물에서 얻은 복음의 의미와 자연과 조화롭게 공생하듯 지역의 문화와 정체성, 필요에 적응하는 흩어지는 교회로서의 선교적 사명을 가진 건강한 교회를 제안한다.
◇ 저자소개 ∥
□ 이성희 고려대 경영학과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SK브로드 밴드와 CJ올리브네트워크, 케이아이엔엑스, 티맥스소프트 등에서 경영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는 뉴욕식물원 부속 수목원 및 녹지 전체를 담당하는 정원운영센터를 거쳐 식물 생산과 보존을 담당하는 놀런그린하우스에서 근무하고 있다.
◇ 저서∥ 《뉴욕수목원 가드너의 식물과 영성이야기》 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 월간지 〈복음과 상황〉에 연재한 글들을 모아 출간한 책이다.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숲의 생활사》 차윤정 / 웅진닷컴 / 2004
《정원의 역사》 페넬로페 홉하우스 외 / 시공사 / 2021
《새로운 일상신학이 온다》 지성근 / 비전북 / 2022
《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우 / 은행나무 / 2017
기독교인문학 〈57〉
이웃과 조화롭게 공생하는 건강한 교회
- 정원가꾸기를 통해 본 영성이야기 -
세상에 찌든 이들을 위한 위로
“나는 그가 자연을 말할 때 세상으로 읽었고, 정원을 말할 때 교회로 들었고, 풀과 나무를 말할 때 예수로 들렸고, 이름 없고 목소리 없고 언어도 없는 이들을 말하는 것 같았고, 어느 대목은 그냥 내 얘기로 들렀다.(중략) 이제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과 같은 마음으로 식물을 대할 수 없다… 유독 사람들이 만든 것들 속에서 사는 게 고달픈 날이면 ‘여기 좀 보세요’라고 말을 걸어줄 것 같은 책이다.”<박대영 목사 추천사에서>
뉴욕식물원의 가드너
김길구 오늘은 성탄절을 앞두고 가벼운 주제를 선정했습니다. 뉴욕식물원 가드너의 식물과 영성이야기란 부제가 붙은 《정원에서 길을 물었다》입니다. 우선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저자 얘기부터 하지요.
김현호 고려대 경영학과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15년간을 일하다 45세에 미국 주립대 식물학 조경개발 전공으로 편입하여 제2의 인생을 선택했습니다.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던 그는 4대강 사업으로 내성천의 모래 여울이 파헤쳐 ‘흰수마자’가 사라지는 모습에 충격을 받고, 보르네오섬 여행 중 불에 덴 오랑우탄 등을 경험하고, 두 아이를 자연주의 혁신학교인 인도네시아 발리 그린스쿨에 보내기 위해 머무는 1년 동안 선진국 자본들이 농장개간을 위한 무분별한 자연파괴로 마을공동체가 무너지는 것을 보고 하나님의 창조질서가 파괴되는 것에 대한 신앙적 각성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류지원 자연환경이 파괴되듯 저자가 겪은 교회생활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이 다녔던 3곳의 교회에서 겪었던 아픈 기억을 뒤로 하고 자연주의로 생태계가 회복되듯 위한 공공성과 지역성의 회복을 통하여 지역에 뿌리내린 건강한 교회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도시정원-뉴욕식물원
김길구 우리나라에도 제1호 순천만, 제2호 울산태화강 일원 국가정원이 있고, 2015년에 제정된 민간정원 제도를 도입하여 8년 만에 100번째 정원이 등록될 만큼 인기가 높아요. 1891년 설립된 뉴욕식물원 약칭 NYBG가 어떤 곳인지 알아봤더니 그 규모가 대단해요. 이 식물원은 1967년 미국국가유적(National Historic Landmark)으로 등록되었고, 살아있는 박물관이자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의 전시장이며 미국에서 가장 복잡하고 화려한 대도시에 있는 오아시스라고 홍보하고 있어요. 식물원 면적은 100만㎡에 이르고 도서관에는 55만 권의 식물학 장서와 300년 이상된 식물표본 700만점과 보존전략센터에는 기후변화 위기를 대비한 식물생리, 병리학 등의 식물학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고 해요.
김현호 이 책은 만학도로서 학위를 마치고 미국최대의 식물원인 뉴욕식물원의 가드너(정원사)가 되어 근무하면서 그가 겪은 식물원의 사계와 그가 경험했던 평신도로서의 교회생활의 경험담을 비교하며 인간들의 자연생태계의 인위적인 간섭을 줄여 자연과 환경의 조화를 통하여 건강성을 회복하듯이 주님의 몸 된 교회도 성경적 가치를 토대로 회복의 탄력성을 발휘해야 함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류지원 이 식물원은 뉴욕시의 랜드마크 중에 하나입니다. 이 식물원에서 인기 있는 곳 중에 한 곳은 장미정원인 페기 록펠로 로즈가든입니다. 1916년 베아트릭스 패런드가 디자인 곳인데 석유재벌 록펠러가 장미를 좋아한 그의 부인을 위해 기부해 1988년에 완성되었는데 미국 각지에서 개최되는 우수장미품종 선발대회에서 입상한 작품을 비롯해 650여 종의 장미가 5월과 10월에 만개하여 장관을 이룹니다.
‘정원’의 의미는
김길구 정원의 기원을 보면 메소포타미아에는 종교적 의식과 왕권을 상징하는 ‘걸어다니는 정원’으로 유명한 바빌론의 공중정원이 고대에 이미 존재할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 현재 우리가 처한 도시의 주거환경을 감안한다면 정원은 결코 우리가 가까이 할 수 없는 자연에 대한 콤플렉스의 발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류지원 중세만 하더라도 정원은 주로 수도원과 교회의 영역이었으며 종교적 의미가 강했어요. 수도원의 수도사들이 농사와 의약 식물, 기도와 명상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었지요.
김현호 정원이 단순히 식물과 꽃을 심는 곳이 아니라 그 시대의 문화, 철학, 예술, 심지어 정치적 성격까지 반영된 공간이지요. 저자는 책에서 ‘정원은 내가 자연의 일부임을 느끼게 하고, 그 안에서 내 삶의 속도와 방향을 다시 가늠케 한다’ 고 했습니다. 정원이 단순히 가꾸는 대상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과 대화하며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공간이란 의미죠.
자연주의가 대세
김길구 저자의 관점은 ‘자연주의’입니다. 인위적인 요소를 줄이고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입장이죠.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제1호 순천만 일대 국가정원보다는 세계 조경계의 수퍼스타인 네델란드 자연주의 조경디자이너 피트 아우돌프가 조성한 제2호 울산태화강 국가정원을 ‘의미심장한 하나의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네요.
류지원 이 책을 우리가 잘 몰랐던 식물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관련사진이 50장 가까이 있어 지루하지 않으면서 깨알 같은 상식들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예를 들면 잎이 짧고 지면에 낮게 퍼지는 우리나라 잔디에 비해 미국 잔디인 캔터키 블루그래스는 질감이 부드럽고 양탄자처럼 촘촘해서 북미와 유럽에 널리 쓰이지만 일 년에 적어도 네 차례 제초제와 살충제를 살포해야 하고, 고온 건조한 기후를 견디지 못해 엄청난 물이 소모되며, 잔디를 깎기 위하여 소비되는 휘발유의 양은 45억 리터로 한 해 수입하는 석유량과 맞먹는다는 것과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오후의 햇살을 머금으며 아름답게 빛나는 자태로 인기가 많은 핑크뮬리는 ‘각각의 성도가 제 빛깔을 내도록 진리의 빛을 비추는 빛을 포용한 정원 같은 교회’를 꿈꾸면서도, 정작 우리나라에선 생태계를 파괴하는 식물로 분류되는데, 그 이유가 식물의 특성을 고려치 않고 한 품종만 집단적으로 식재한 연유랍니다.
김현호 ‘정원을 가꾸는 일은 곧 나를 가꾸는 일이다. 흙과 씨앗을 돌보며 나는 내 마음의 땅도 함께 일군다’는 대목에선 정원가꾸기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내면을 돌보고 성장시키는 행위임을 보여 줍니다. 이는 정원과 인간이 상호작용하며 서로를 변화시킨다는 의미겠지요.
12개 정원에 12개의 교회이야기
김길구 가을이 오면 식물원에서 개최되는 국화전시 얘기가 흥미로워요. 일본황실 소유의 신주쿠 교엔 국민정원의 고난도 기술을 도입한 전시로 일본어로는 오주쿠리大作, 영어로는 보통 천 송이 국화a thousand bloom로 부르는 국화 한 포기에서 천 송이 꽃을 뽑아내는 기술인데, 천년 세월의 교배를 거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품종들이라 병충해에 취약해 살충제 사용도 많고 전시가 끝나면 수백 본의 국화들을 폐기해야 하기 때문에 정원사들은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얘기, 그리고 아스터 꽃잎 틈에서 날고 있는 제왕나비 한 마리는 곤충 중에선 특이하게 회유성으로 북미에서 이동을 시작하여 남쪽 멕시코까지 간 다음에 거기서 겨울을 나고 다시 미국을 거쳐 북쪽으로 캐나다까지 올라간다는 얘기를 하다가 서식지를 옮겨 다니면서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여 바이러스나 질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 추정된다며 도심 속에서 먼 길을 떠나는 ‘나비 한 마리를 대접할 수 있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면 그는 영락없이 일상이 곧 사역인 선교사라는 생각이 들어요. 마지막으로 한마디씩~
김현호 정원가꾸기와 오늘날 위기에 직면한 교회 사이에는 흥미로운 비유적, 신학적 연결고리가 존재합니다. 저자는 영적 감수성으로 자연주의적 정원의 철학을 통하여 우리에게 교회의 본질을 되묻고 있습니다.
류지원 토착 식물은 생태계의 일부로서 다른 생물들과 긴밀히 연결됩니다. 마찬가지로 지역교회는 지역사회의 필요를 이해하고 이웃과 상호의존적 관계로 연결된 열린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김길구 식물의 토착화는 특정지역의 기후, 토양, 생태계에 적응한 식물을 정원에 심어 자연과 조화롭게 공생하는 상태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교회도 특정 지역의 문화와 정체성, 필요에 적응하여 그 뿌리를 깊이 내리는 건강한 교회가 되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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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김길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