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고령화시대의 설교자들에게 제안합니다.
황수섭 목사(갈보리교회. 부산노회)
지하철을 타고 내릴 때 지공거사(지하철 무임승차 경로우대 어르신)가 듣는 안내 방송은, “슈크림 도어가 열립니다. 발 빠진 쥐 발 빠진 쥐. 전통차와 생강차 사이가 넓으니 맥이실 때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듣는 정확한 내용은 “스크린 도어가 열립니다. 발 빠짐 주의 발 빠짐 주의.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가 넓으니 내리실 때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고령화 사회에서 웃고픈 현실이다. 난청 어르신들은 불편하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지만, 노인성 난청도 그 중 하나다. 교회에서는 노인성 난청 성도가 설교를 제대로 알아 들을 수 없어 예배에 소극적으로 참예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의사 신문에 따르면 인구 20% 이상이 노인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난청인구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신체는 20대에 성장이 멈추고 30대부터 서서히 노화가 시작되는데 40대가 되면 시력이 떨어지면서 노안을 위해 돋보기 안경을 쓰기 시작한다. 귀도 마찬가지로 노화에 따라 청취 기능이 점점 떨어져 70대에 이르면 3명 중 1명이 난청을 겪게 된다고 한다.
노인성 난청 인구가 늘어 남에도 교회는 난청 어르신들을 위한 배려가 거의 없는 현실이다. 아니 역설적으로 표현하자면 교회 설교자가 연로하신 어르신들에게 속고 있는지도 모른다. 연로하신 분들은 난청으로 설교를 잘 알아 듣지 못하면서도 미소를 지으면서 끄덕 끄덕 거리시고 찬양도 할 수 있는 척 지혜롭게 처신하신다. 60세 이상 어르신들의 난청이 생각보다는 심각하기 때문에 예배 중 설교를 어느 정도 알아 듣는지, 대표 기도에 어느 정도의 진심을 담아 아멘으로 화답하는지, 그냥 체면상 반응을 보이는 건 아닌지 꼼꼼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노인성 난청 어르신들이 늘어 나는 고령화 교회를 위해서 몇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1. 시청각 교재(PPT)를 활용하자.
교회마다 빔프로젝터에서부터 고화질의 대형 LED까지 잘 구비되어 있다. 아쉬운 것은 그 좋은 영상 시설로 강단 위 주인공의 얼굴, 소지하면 필요 없을 수도 있는 찬송가 가사, 성경 본문 정도만 보여 준다.
영상 시설을 설교할 때 시청각 교재로 사용한다면 좋겠다. 50-60년 전 주일학교에서는 괘도(걸그림) 융판, 환등기 등을 이용한 시청각 교육으로 주일학교는 재미가 있었다. 교육의 효과적인 측면에서도 듣기만 한 것은 10%, 본 것은 50%, 체험한 것은 80%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설교자 대부분은 말로 설교하고 청중은 듣기만 하는 실정이니 교육 효과가 아주 낮다.
교회의 영상 시설로 PPT(PowerPoint)를 많이 사용하자. PPT를 세련되게 제작하면 좋겠지만, 어설프고 간단하게라도 요약된 내용을 청중이 읽으면서 설교의 흐름을 따라 을 수 있을 정도라도 PPT를 적극 활용하면 좋겠다. 요즘 텔레비전을 시청해 보면 대부분의 방송들은 음을 소거해도 그 흐름을 충분히 따라 갈 수 있을 정도로 자막을 많이 사용한다. 굳이 화면에 설교자 얼굴을 내어야 한다면 자막 문화가 대세이니 설교 내용을 자막으로 보내어도 좋겠다.
PPT를 제작하여 사용해 보면 설교자에게도 유익이 크다. 큰 제목 작은 제목을 정하고 주제 또는 줄거리를 요약하면서 PPT를 만들게 되면 설교하기에도 좋다. 설교를 완전 파악하니 청중과 눈을 맞출 수도 있다. 거기에 지도 그림 등을 찾아 사용하면 더 분명하고 쉽게 성경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
2. 난청 어르신들을 위한 또 다른 대안으로 헤드폰(이어폰)을 비치하자.
드물기는 하지만 외국인을 위하여 통역을 하면서 헤드폰(이어폰)을 비치하는 교회가 더러 있다. 난청의 어르신들은 외국어로 설교를 듣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무슨 말인지 잘 알아 듣지 못하니 헤드폰(이어폰)을 제공하여 또렷하게 설교를 듣고 예배에 편리하게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3. 더 나아가 목회적 차원에서 보청기 착용을 권하고 지원하자.
노인 인구 중 보청기가 필요한 중등도 난청 유병율이 20-25%라고 한다. 교회 로비에 돋보기가 비치되어 있는 것을 쉽게 본다. 노안이 오면 돋보기를 사용하듯이 난청이 오면 보청기를 착용하여 설교 말씀을 더 또렷한 소리로 들으면 좋지 않겠는가.
문제는 보청기는 고가이다. 교회가 목회적 차원에서 소액이라도 지원하면서 보청기 착용을 권하면 좋겠다.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 노화된 귀는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천하보다 더 귀한 어르신들이 난청이지만 말씀을 더 잘 듣고 예배에 더 능동적으로 참예할 수 있게 배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 교회가 많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