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만 작가의 예술로 승화한 성경필사
부산 프라미스랜드에서 연말까지 상설전시 중
목판에 작은 글씨로 쓰여진 성경필사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종이가 아닌 나무에 쓰여진 성경필사의 독특함과 작품마다 담긴 작가의 예술성에 감탄을 자아낸다. 부산 중구 용두산공원 입구에 위치한 프라미스랜드(대표 박후진)에서는 올해 연말까지 박형만 작가의 목판 성경 필사본 전시회를 개최 중이다.
늦깎이의 열심
홍대 건축과를 졸업한 박형만 작가는 대학시절부터 ‘나는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인생의 철학적 고민을 많이 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동양철학, 종교 등에 찾아가 보기도 하고 오랫동안 불교신자로 지냈지만 결국 답을 찾지 못했다. 이후 먼저 교회를 출석하던 아내의 권유로 발걸음하게 된 교회에서 개종 후 회심을 경험했다. 박 작가는 “교회에서 ‘죄’와 ‘회개’라는 단어에 사로잡혀 개종을 하게 되었다”면서 신앙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리고 서울 온누리교회에서 20년간 신앙생활을 하게 됐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신앙생활을 하게 된 박 작가는 성경을 더 알고 싶었다. 성경공부 방법으로 선택하게 된 것이 ‘성경필사’였다. 당시 건축가였던 박 작가는 건축 현장 감독 감리를 위해 현장을 방문할 때가 많았는데, 그곳에 흔하게 널린 나무와 못을 보면서 그의 예술가적 기질이 발현됐다. 종이가 아닌 나무에 성경필사를 하기로 결심했고, 그렇게 시작된 필사가 35년간 이어져 오고 있다.
나무에 성경필사를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성경 필사를 하다가 오자를 적을 경우 나무에 테이핑을 하고 샌드페이퍼로 수정작업을 해야 하기에, 한 글자 수정을 위해 20-30분의 작업을 소요해야 한다. 혹은 작업 중이던 작품을 그대로 폐기할 때도 있다. 따라서 필사 중 오자가 나오지 않게 하려고 한 절의 성경을 필사하기 위해 3-4번씩 읽으며 필사를 했다. 오자가 쓰면 스스로 힘들기 때문에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작업을 하지 않고, 오전 5시에 기상해 오전 6-10시 가장 정신이 맑고 집중력이 좋을 때 성경을 필사한다.
성경필사를 위해 정독하고 깊이 묵상하다 보니 필사를 통한 은혜가 남달랐다. 박 작가는 “성경필사는 스스로의 영성을 개발하고 깊이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한마디로 폭포수 같은 은혜를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성경을 읽다 보면 때마다 감동과 은혜가 다르게 느껴진다. 박 작가는 “어떤 때는 이 말씀 때문에, 어떤 때는 저 말씀 때문에 큰 감흥과 깨달음을 얻는데 그 찬스가 성경필사를 통해 많았다. 그래서 35년간 성경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자신을 ‘늦깎이’로 소개한 박 작가는 신앙생활을 늦게 시작한만큼 누구보다 열심이었다. 성경을 가까이 하며 꾸준히 필사했고, 무디신학교에서 3년간 공부하며 신학 공부에도 열정을 쏟았다.
35년간 300점 작품 활동
박형만 작가가 69학년도 홍대 건축과에 입학할 당시 컴퓨터 없이 도면을 직접 손으로 그려야 했다. 재료 정보 등을 써야 하는데 글씨를 작게 써야 도면이 예쁘게 잘 나온다고 설명했다. 건축학 때문에 작은 글씨를 쓰는 전문가가 되었다. 사람이 알아볼 수 있는 가장 작은 크기를 연구해 2가지 크기로 성경을 필사한다. 약 2.5mm의 크기로 글자를 적어 성경을 필사한다. 성경을 필사하기 전, 필사하고자 하는 성경의 글자 수를 미리 계산해서 레이아웃을 잡아야 나무 크기에 딱 맞게 작업할 수 있다. 성경을 필사하다가 나무가 모자라면 안되기 때문에 성경의 글자 수는 정확히 계산해야 보기 좋게 배열된다. 보기엔 쉬어도 치밀한 계산이 요구되는 작업이지만, 박 작가는 건축가라서 어려운 일이 아니라며 즐겁게 작업을 설명했다.
35년간 성경을 필사하며 완성된 작품이 약300점이다. 신구약 3벌쯤 된다며 설명한 박 작가는 3가지 형식의 작품들이 있다고 말했다. 성경 66권을 한 작품에 한 권씩 쓴 것, 신구약 한글 한 벌, 히브리어와 헬라어 한 벌 총 3벌이다. 성경 66권을 필사하려면 하루 4시간씩 작업했을 경우 2년반~3년 정도가 소요된다. 필사를 하면서 손을 풀기 위해 조형물을 제작하기도 했다. 그가 만든 조형물 역시 많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오랜 시간 동안 필사를 하며 힘들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 작가는 “힘들면 오래 못한다. 힘이 들더라도 힘들지 않고 즐겁게 해야 오래 할 수 있다. 힘들지만 즐겁게 하다 보니 35년간 해 올 수 있었다”면서 “사람은 마음가짐, 태도가 중요하다. 성경필사를 하면서 깊은 영성을 깨닫게 된 것이 큰 수확이 되어 삶의 1/3 시간을 쏟아부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40회 이상 전시회를 개최하며 생소한 필사 형식에 관람객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업무차 방문한 부산에 거주한지 3년이 되어 간다. 부산이 고향인 박 작가는 부산 동구 수정동에 작업실을 마련해 필사를 계속하고 있다. 부산에 첫 전시회를 개최하게 된 박형만 작가는 “모든 예술작품은 만든 사람과 보는 사람의 교감이다. 작가의 주장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보는 사람의 감동과 판단이 중요하다. 오셔서 느끼는 대로 봐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 관람 문의) 프라미스랜드 010-2828-6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