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140주년’을 바라보는 인천과 부산교계의 현실
부산기독교근대역사박물관 건립도 지지부진한 상태
초기 선교사 첫 기착지는 ‘부산’
‘선교 140주년’을 맞이한 한국교회가 다양한 기념사업으로 선교사들의 희생과 사랑의 정신을 기념하고 있다. 특히 알려진 바와 달리 초기 선교사들의 첫 기착지가 제물포(인천)가 아닌 부산항으로 알려지면서 10여 년 전부터 선교에 관한 부산의 입지가 달라지고 있다. 한국개신교사(백낙준) 등 주요 문헌에 따르면 알렌 선교사의 경우 1884년 9월 14일(또는 22일) 제물포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알렌의 일기에는 '부산은 완전히 왜색(倭色) 도시이다…'로 시작하는 기록이 존재한다. 또 부산에 잠시 머물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내용들도 담겨 있다. 알렌이 제물포에 도착한 날은 일주일 뒤인 9월 20일이다.

같은 배를 탄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선교사 역시 대다수 역사 문헌에 기록된 입국일자 및 장소는 '1885년 4월 5일 제물포'로 되어 있다. 하지만 아펜젤러가 미국 북감리교회 해외선교부에 보낸 1885년 4월 9일자 편지에는 4월 2일 부산에 먼저 도착했다는 기록이 존재한다. 부산장신대 탁지일 교수는 “이 같은 기록에 따르면 한국선교의 정확한 기원은 1884년 9월 20일 제물포가 아니라 '1884년 9월 14일 부산'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초기 선교사 3인은 모두 부산이 첫 기착지이며, 이후 제물포로 향한 뒤 서울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근대화에 큰 역할을 감당해 왔다.
인천의 다양한 ‘140주년 기념행사’
지난 4월 5일 인천기독교총연합회와 아펜젤러언더우드 역사문화기념사업회는 선교 140주년을 맞이하는 다양한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선교 140주년 기념대회’에서 아펜젤러와 언더우드 두 선교사의 선교사역과 열정을 기리고, 이들의 정신을 기념했다. 또 ‘선교140주년 인천기독인 비전선언문’을 통해 인천의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품고 믿음의 세대로 성장하여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역이 되도록 일본과 인도에서 복음을 전하는 두 선교사 가정에 선교후원금을 전달하고, 믿음의 인재 양성을 위해 중고등학생 10명에게 장학금을 수여했다.
이후 인천 중구 한국기독교100주년 기념탑에서 아펜젤러 선교사가 설립한 첫 감리교회인 내리교회까지 1.8km를 행진하며 선교사들의 발자치를 되새겼다. 또 인천 중구청과 협의해 이 길을 ‘1885 아펜젤러 선교길’로 명예 도로명을 부여했다. 인천기독교총연합회는 선교길의 시작점인 100주년기념탑공원과 종점인 내리교회에 도로명판과 안내 시설물을 설치해 지역주민과 방문객들에게 선교역사 등을 알릴 예정이다.
첫 기착지 부산은....?
인천과 달리 부산은 ‘선교 140주년 기념행사’가 전무한 실정이다. 하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다양한 기념행사를 통해 선교 130주년을 기념했다. 2013년 3월 선교사들의 첫 기착지인 부산시 중구 광복동 1가 40-3 쉼터에 알렌, 언더우드, 아펜젤러 선교사가 첫 발을 디딘 곳에 첫 기착지라는 표지석 제막식을 개최했다. 당시 부산기독교총연합회(이하 부기총) 대표회장 윤종남 목사는 “비록 129년 전 그들이 잠시 머문 곳이지만, 이곳에 첫 발을 디딘 곳이라는 표지석을 세울 수 있어서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전하며 표지석을 세울 수 있도록 협조해 준 중구청관계자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탁지일 교수도 “그동안 서울 중심의 사관으로 인해 모든 기록이 이들 선교사의 첫 도착지가 제물포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그들의 일기를 통해 첫 기착지는 부산이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기독교와 근대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이번 표지석 제막식은 의미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다음 해 9월에는 부기총 주최로 ‘한국기독교 선교 130주년 부산기념대회’를 개최했다. 9월 12일에는 부산진교회 왕길지 기념관에서 기독교스토리텔링 포럼을 통해 ‘선교사 알렌 입국 130주년을 바라보는 부산지역 교회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민경배 박사와 탁지일 교수의 강의가 있었다. 또 9월 16일부터 18일까지는 부산남교회에서 윤석전 목사를 강사로 ‘선교 130주년 기념 부흥성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많은 부산교계 지도자와 성도들이 참석해 선교 130주년을 기념했다.
하지만 10년이 흐른 뒤 선교 140주년을 맞이한 부산교계는 기념행사는 고사하고 지난 3년 전 5개 기관(부산기독교총연합회, 부산성시화운동본부, 21세기포럼, 부산기독교장로총연합회, 한호기독교선교회)이 합의한 부산기독교근대역사박물관 건립도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부산기독교근대역사박물관은 부산교계의 오랜 숙원 사업으로 부산시가 “부지확보만 하면 건축은 시가 책임지겠다”고 몇 차례나 공언한 바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한호기독교선교회 인명진 이사장이 일신기독병원 부지 300평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준비위원회 구성을 부기총에 맡긴 뒤 사실상 소식이 끊어진 상황이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모 교계인사는 “그날 (5개 기관이 모인)회의 후 부기총으로부터 어떤 소식도 들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부지를 제공하겠다는 한호기독교선교회측도 “상황이 달라졌다. 지금은 (부지제공을)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른 교계 모 인사는 “당시 (부산기독교근대역사박물관이)잘 진척이 되었으면, 선교 140주년을 기념하고, 부산교계의 오랜 숙원사업이 잘 해결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현실은 안타깝지만 부산교계가 다시 힘을 모아 이 사업을 잘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