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4-25(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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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장애인의 날’이 다가온다. 누군가는 이날을 ‘장애철폐의 날’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 더 익숙한 용어인 ‘장애인의 날’로 지칭하겠다.

 

‘장애인의 날’은 4월 20일이다. 이날만 되면 서로가 약속이라도 한 듯, 대중매체에서는 장애인과 관련한 기사와 영상을 내보내고, 장애관련기관들은 이와 관련한 행사를 진행한다. 다른 날들도 그렇게 하고 있으니 특별할 것도 없고, 매년 비슷한 내용이라 색다른 것도 드물다. 그럼에도 이런 행사들이 필요하다. 이런 행사들을 통해 누군가는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고, 또 누군가는 장애인을 대하는 생각과 말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교회도 어느 때부터 교단차원에서든, 교단차원이 아니든, 개교회가 ‘장애인의 날’을 기점으로 ‘장애인주일’을 정하여 예배를 드리고 있다. ‘장애인주일’을 지키는 교회들을 보면 목사이면서 장애당사자로서 미소가 띈다.

 

그런데 ‘장애인의 날’인 4월 20일은 교회력으로 사순절 기간이거나 부활주일과 겹치는 일이 종종 있다. 공교롭게도 올해 ‘장애인의 날’은 주일이면서 부활주일이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의 교회는 장애인주일 보다는 부활주일에 예배 포커스를 맞추게 된다. 물론 교회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부활주일이 그 어떤 절기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목사인 내가 모를 리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계실 때에 어떤 이들과 함께 하셨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이 과연 어떤 모습일지 한 번쯤은 생각해 봤으면 한다. 사실, 그리스도인에게 부활주일은 일 년마다 돌아오는 어느 특정한 날이 아니라, 매 주일이 부활주일이 아닌가? 아니, 하루하루가 우리에게 부활절이 아닌지. 그래서 매일의 삶이 감사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2025년 4월 20일 주일을 부활주일로 지키기보다 장애인주일로 지켜보는 건 어떨까? 교회 여건과 분위기 때문에 그것이 어렵다면, 부활주일과 장애인주일을 함께 지키는 건 어떨까? 오전에는 부활주일, 오후에는 장애인주일 이렇게 말고, 말 그대로 함께. 이렇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 한국교회에서는 요원할 일일까? 내가 너무 큰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일까?

 

 

 

 

물론 나의 바람이 요원할 수도 있고, 너무 큰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불가능한 것이 아니기에 한 번쯤 희망을 가져본다. 이 글을 보고 4월 20일을 부활주일이 아닌 장애인주일로 예배를 드렸다는 교회가 한 곳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어렵다면, 4월 어느 한 주일을 ‘장애인주일’로 정하여 교회들이 꼭 지켜주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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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애] 4월 20일 주일을 ‘장애인주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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