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이후의 최소한의 존엄을 지켜주는 ‘청소부가 된 성자들’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 앰뷸런스 소원재단에 이어 청소부가 된 성자들 무료운영

우리 주변에는 누구의 돌봄도 받지 못한 채 홀로 죽어간 영혼들이 있다. 시간이 한참 흘러서야 백골로 나타난다. 1인 가구 천만 시대의 풍경이다. 가족들에게 겨우 연락이 되지만 시신 인수를 거부당하기 일쑤다. 살아서도 철저하게 외면당했던 이들이 죽어서도 버림받는다. 가장 슬픈 죽음 중 하나다. 주검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따라 지자체가 위탁업체에 맡겨 처리한다.
고독사 시신은 평균 26.6일 후에 발견된다. 여름철에는 빠르게 부패한다. 감염 위험으로 국민 보건에 위협이 된다. 용역업체는 업체대로 사람을 구하는 게 쉽지 않다. 거기다 종사자들은 처참한 시신을 다루며 트라우마를 겪기 일쑤다. 장례 인력의 복지와 정신건강 관리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는 또 있다.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전문가들은 연간 약 2,000구의 무연고 시신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장례혁명과 더불어 삶과 죽음의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 온 하이패밀리가 죽음과 함께 찾아오는 인권 사각지대에 시선을 돌렸다.
사람만이 아닌 자연생태계에도 숱한 동물들의 죽음이 있다. 그런데도 자연이 오염되지 않고 청정지역을 유지한다. ‘딱정벌레’가 있어서다. 하나님은 자연생태계의 ‘사체처리반’으로 딱정벌레를 지으셨다. 이를 놓고 파브르는 딱정벌레를 뛰어난 ‘연금술사’라 불렀다. 이 딱정벌레를 상징으로 지난 사순절, 재의 수요일, ‘청소부가 된 성자들’ 발대식이 있었다.

은퇴한 목회자들이 나서서 가장 험하고 힘든 일들을 맡기로 한 것이다. 목회자만이 아니다. ‘파브르의 안경’의 저자인 성영은 교수(서울대)도 함께 한다. 이 일을 주도한 하이패밀리 대표 송길원 목사는 말했다. “일찍이 하이패밀리는 소아암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소년·소녀들을 위한 ‘안데르센 공원묘원’을 운영했습니다. 거기다 교통약자들의 생애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 ‘앰뷸런스 소원재단’에 이어 드디어 죽음 이후의 최소한의 존엄을 지켜 주는 ‘청소부가 된 성자들’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 많은 딱정벌레들이 나타났으면 좋겠습니다.”
하이패밀리는 이 세 가지 일들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쉽지 않은 일들을 어떻게 이렇게 시작할 수 있었느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세상은 여전히 따뜻하고 희망차 보였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아름아름 이야기를 건네 들은 지인들이 도와 비록 중고이긴 해도 전문 청소 차량인 탑차도 구입하게 되었죠. 탑차 안에는 전문 세정제, 소독약, 탈취제 등을 비롯 봉사자들을 위한 방역 위생복, 고글 안경등을 비치하고 있습니다. 청소 후 폐기물 등을 처리할 수 있는 수거함도 있어요. 이조차도 한 업체가 나서서 50세트 전량을 기부하고 앞으로도 기부를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하이패밀리는 지자체의 요구가 있으면 가까운 수도권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