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법이라는 말 외에 교회가 사용해온 용어들이 더 있다. 교회질서(Church Order), 교회헌법(Church Constitution), 교회정치(Church Government, Church Polity), 교회권징서(Church Discipline), 교회법령(Church Ordinances). 한국장로교회는 초창기 ‘규칙’으로 이름을 붙였다(‘대한예수교장로회 규칙’, 1907).
그런데 위 용어들을 가만히 읽다 보면 왠지 불편하다. 성경이 교회에서도 질서가 필요함을 말하고 있음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이 말들은 차이는 있지만 모두 어쨌든 권위와 순종을 전제하는 것이기에 지금 21세기 민주주의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당회나 노회, 총회라는 치리회의 권위를 변명하는 말이 아닐까? 치리, 통치, 정치 이런 말은 세상에 더 어울리는 것은 아닐까? 이 말들을 구(舊)시대의 유물로 치부하면서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사실 세상 법은 시대마다 역사나 문화의 요청에 따라 개념이 변천한다. 심지어 법적 해석과 법적 판결조차도 변할 수 있다. 그런데 용어 문제에서 우리는 시대 변천에 상관없이 영원한 진리의 책인 성경을 따라야 한다. 성경의 잣대를 가지고 이 용어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성경에서 비추어 볼 때 각 용어가 강조하고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첫째, ‘교회법’이다. ‘교회법’은 법 이전에 ‘권리’를 가리킨다. 교회의 ‘법’(권리)은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획득하신 ‘의’(義)라는 ‘특별 은혜’에서 나온 ‘법’(권리)이기 때문이다. 교회법은 은혜로 회복된 의, 화평을 선사받은 신자와 교회의 권리를 강조한다. 그래서 교회법은 기본적으로 교인의 권리를 강조한다.
둘째, ‘교회정치’(통치/치리)다. 오직 그리스도만이 교회를 치리(통치)하신다는 사상이 이 용어의 바탕에 있다. 교회정치는 특별히 그리스도의 왕(王)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리스도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가진 왕이시다(마태 28:18). 교회의 치리 또한 그리스도의 손안에 있다. 그리스도는 말씀과 성령을 통하여 자기 통치를 이뤄가신다. 따라서 교회법 조항은 그리스도의 통치와 치리를 드러내는 도구다.
셋째, ‘교회 질서’다. 성경은 로마천주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사제와 신자 사이를 구별하는 질서를 말하지 않는다. 도리어 이와 달리 ‘화평’을 주는 질서를 말한다. 이 화평은 구원의 질서를 말한다. 하나님은 전하는 자를 보내시며 그를 통해 말씀을 듣게 하시며, 이 들음에서 믿음이 나오게 하신다(롬 10:14 이하). 또 이 믿음으로 주님의 이름을 입으로 ‘시인’(고백)할 때 구원을 주신다. 이런 식으로 성경은 구원의 질서에 대해 말한다. 이것이 교회 생활에 토대가 된다. 교회에서 질서를 강조한다고 해서 우리는 로마천주교처럼 성직자와 평신도를 구별하지 않는다, 대신 교인의 권리, 직분의 선택과 임직, 성례와 예배, 치리회와 관련하여 질서를 강조한다. 특별히 직분이 교회에서 구원을 전달하는 기능을 하도록 한다. 권징은 교회의 거룩과 관련하여 시행되는 질서다.
넷째, ‘교회 헌법’이다.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와 대교리문답, 소교리문답, 예배지침, 교회정치, 권징조례 등을 모두 묶어서 이렇게 부른다. 이는 미국교회의 영향이다. 본래 개혁주의전통은 신앙고백서와 교회정치를 하나로 묶지 않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서구 교회도 점점 이를 따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