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1-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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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최대의 사건 한 가지를 들라면 단연코 ‘공산주의의 대두와 소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로 완전히 소멸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쇠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수 있겠지만 1917년 10월 러시아 혁명을 통해 세계 최초로 마르크스 렌닌주의를 따르는 공산정권을 탄생 시킨 후 지난 100년 동안 공산주의는 창궐하여 한때는 세계의 3분지1을 점령하여 세상을 뒤흔들었다. 전제군주국이던 러시아 제국이 무너지고 소비에트 러시아가 탄생한 이후 렌닌은 주변 국가들과 공산 동맹을 맺고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USSR)을 창설했는데, 우즈베케스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 15개국이 소련이란 이름하에 편입된다. 1924년 렌닌이 사망한 이후 집권한 스탈린은 반대파를 무자비하게 숙청하면서 일인독제 체제를 강화하였고, 인근의 루마니아, 불가리아, 체코슬라바키아, 폴란드, 항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도 공산화된다. 이런 공산화의 물결 속에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 천두슈(陳獨秀), 리다자오(李大釗) 등은 1921년 공산당을 창당하고 반공주의자였던 장제스의 국민당을 몰아내고 1949년 중공(中共)이라고 불리는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웠다. 소련이 국제공산당조직인 코민테른을 통해 조직적으로 중국에 공신혁명을 수출한 결과였다. 러시아와 중국이 공산화되자, 베트남, 몽골, 캄보디아, 북한, 에티오피아, 쿠바 등이 잇따라 공산화된다. 러시아의 10월 혁명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과 중남미로 전파된 것이다. 쿠바에서는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의 게릴라 활동 끝에 1959년 1월 미주대륙 최초로 공산정권이 수립된다. 이렇게 공산주의는 전 대륙으로 확산되었다.

 

그러나 1991년 소련의 붕괴는 공산주의의 쇠퇴의 시작이 된다. 이보다 앞서 1989년 1월 헝가리 공산당은 복수정당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공산당의 권력 독점 조항을 폐기하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해 11월 9일에는 베를린장벽이 무너지는데, 이는 동유럽과 중유럽에서 공산주의의 몰락을 알리는 시작이 되었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다음 날, 불가리아의 토도르 지프코프 서기장이 축출되고, 그로부터 일주일 후 시작된 체코슬라바키아의 민주화 혁명이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로부터 한 달 후인 12월 22일에는 38년간 유지되었던 루마니아의 1인 독제정권이 민주화 세력에 의해 무너졌고, 그날 체포된 차우셰스쿠 대통령 부부는 사형선고를 받고 12월 25일 성탄절에 처형되었다. 1990년 10월 3일에는 독일의 재통일이 이루어졌다. 그로부터 1년 남짓 후인 1991년 12월 26일, 74년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소련연방은 붕괴되었다. 그 전날인 12월 25일 소련의 지도자였던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소련 지도부를 해체했다. 공산주의 종주국이 붕괴된 것이다. 이렇게 되어 대부분의 마르크스-렌닌주의 국가는 사라졌고, 현재는 쿠바, 베트남, 라오스, 중국, 북한 등 5개 국가만이 헌법에 명문화하고 있을 뿐이다. 북한은 2009년 헌법에서 공산주의라는 말을 쓰지 않고 있으나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삼대 세습 일인독제체제를 지향하고 있으므로 유사(類似)마르크스렌닌주의 국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공산주의는 무엇을 남겼는가? 공(共) 산(産)의 노동자가 중심이 되는 유토피아를 이루었는가? 인간다운 삶을 누리고 평등한 사회를 이루었는가? 그렇지 못했다는 점을 우리 시대 역사가 보여주었다. 공산주의가 남긴 것은 대량학살, 숙청, 처형, 비밀경찰, 공포정치, 가난과 굶주림뿐이었다. 폴란드 출신의 철학자 레제크 콜라콥스키는, “사회주의는 공산당 1당 독재로 자유를 박탈하고 재산은 물론 인간의 마음과 역사, 인간관계까지 국유화한 것으로서 인간의 얼굴을 가진 악마”라고 지적했다. 볼셰비키혁명 80주년을 앞둔 1997년 11월, 스테펀 쿠루투아 교수 등 프랑스학자 11명이 공동 저술한 <공산주의의 흑서>라는 책에서 공산주의가 남긴 것은 참혹한 살육의 역사라고 말하면서, 약 1억 명이 죽임을 당했다고 지적했다. 소련 2천만, 중국 6천5백만, 베트남 1백만, 캄보디아 2백만, 동유럽 1백만, 남미 15만, 아프리카 1백70만, 아프카니스탄 1백50만, 북한 3백만 이상, 국제공산주의기구 및 비집권 공산당에 의한 희생자 수만 명으로 산정했다.

 

공산주의의 가장 큰 특징은 인간생명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르크스의 스승인 포이엘바하는 “인간은 그가 먹는 것 바로 그것이다. Der Mensch ist, was er ißt.”라고 말했는데, 인간은 물질이라는 유물론적 인간관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미국 카터행정부에서 안보보좌관을 지낸 브레젠스키는, 1988년 8월 공산주의의 종말에 대한 ‘대실패’(The Great Failure: the Birth and Death of Communism in the Twentieth Century)라는 책을 썼는데, 이 책에서 공산주의는 인간성을 파괴하는 ‘비인간적인 광기’라고 썼다. 그런데 그 철 지난 광기가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다. 철부지 여대생이 “공산주의가 좋아요”라고 외치고 있고, 어설픈 지식인은 그것을 표현의 자유라고 변호하고 있다. 문화 막시즘 또한 우리 곁에 버젓이 둥지를 틀고 있다. 역사가 외면한 공산주의 유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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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역사탐색] ‘공산주의’ 라는 이름의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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