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5-16(금)
 


김운성 목사.jpg

가룟 유다는 은 삼십에 스승이신 예수님을 팔아넘겼습니다. 아마 그는 예수님께서 위기에 몰리시면 그 엄청난 능력으로 적들을 이기고 나오실 줄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털 깎는 자 앞에 잠잠한 어린양처럼 모진 수욕과 고통을 참으셨고, 가야바 법정에서 있었던 산헤드린공회에서 사형에 해당하는 정죄를 받고 총독 빌라도에게 넘겨지셨습니다. 그 과정을 본 가룟 유다는 절망했습니다. 예상을 빗나갔기 때문입니다. 그는 은 삼십을 대제사장과 장로들에게 도로 갖다주면서 자신이 무죄한 피를 범하였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은 자신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하면서 유다가 책임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유다는 그 은을 성도에 던져 넣고 목매어 죽었습니다.

 

이때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이 보인 반응이 문제입니다. 그들은 유다가 던진 은 삼십을 핏값이라 부정하게 생각하여 성전고에 두는 게 옳지 않다고 하면서 그것으로 토기장이의 밭을 사서 나그네의 묘지를 삼았습니다. 그런데 이 모습에서 그들이 모르는 게 있었습니다.

 

첫째 그들은 성전을 거룩하게 하는 분은 하나님이심을 몰랐습니다. 성전이 거룩한 것은 성전 건물이나, 드나드는 사람이나, 성전을 관리하는 제사장들이 거룩하거나, 드려지는 예물이 거룩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성전이 성전인 이유는 하나님께서 거룩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마치 깨끗한 예물만 성전고에 두기 때문에, 다시 말해 거룩한 자신들이 성전을 거룩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거룩한 것처럼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둘째, 그들은 성전을 거룩하게 하기는커녕 그들이야말로 가장 악한 죄인임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들을 찾아온 유다를 외면하면서 책임지라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물론 유다가 예수님을 판 것은 큰 죄입니다. 그러나 그 죄의 판을 깐 것은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을 죽일 생각을 하던 차에 유다가 어리석게 걸려든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의 피를 흘린 자들은 바로 그들이었습니다. 유다의 은 삼십을 핏값이라고 했지만, 정작 예수님의 피에 대한 책임은 그들에게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유다보다 더 악한 자는 그들이었지만, 그들은 자신들은 죄인이 아닌 것처럼 착각했습니다. 이 착각은 결국 그들을 멸망으로 인도했습니다.

 

셋째, 그들은 자신들도 나그네임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권력과 부를 거머쥐고 성전을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백성이 그들 앞에 머리를 숙였습니다. 그들은 은 삼십으로 토기장이의 밭을 사서 나그네의 묘지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행동의 배후에는 자신들은 죄인도, 나그네도 아니라는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예루살렘을 찾아온 순례자들은 나그네이지만, 자신들은 예루살렘의 주인으로서, 언제까지라도 부귀영화를 누릴 것처럼 착각했습니다. 그러나 이건 무서운 착각입니다. 그들 역시 나그네입니다. 머지않아 하나님께서 부르시면 떠날 자들입니다. 그들은 단지 예루살렘에 머무는 나그네일 뿐입니다.

 

본문의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은 당시 유대 사회, 특히 예루살렘에서 기득권층이요, 권력자들이었습니다. 오늘로 비유한다면 기성 교회의 지도자들에 해당하는 면이 있습니다. 자칫 우리도 이들처럼 착각에 빠질 수 있습니다. 다른 이들은 죄인이지만, 자신은 죄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이들은 나그네지만, 자신은 나그네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이는 추하지만, 자신들은 성전을 거룩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먼저 우리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죄인입니다. 우리 역시 나그네입니다. 우리 역시 무수한 상처를 내고, 마음의 피를 흘리게 하면서 삽니다. 예수님 앞에 가장 먼저 회개해야 할 자는 우리 자신입니다. 기독교 신앙은 이 모든 것을 자신에게서 찾을 때 시작됩니다. 자신이 죄인이요, 나그네요, 피 흘리는 자임을 알 때, 예수님의 복음이 능력으로 다가옵니다. 한국교회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처럼 굳어졌습니다. 상대를 향한 유다라고 비방합니다. 이제 우리를 돌아볼 때입니다. 주께서 우리를 새롭게 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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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연구] 그들이 모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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