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저출생문제는 주지의 사실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입니까? 크게 두 가지 전략이 있겠습니다. 하나는 현재의 인구 수준을 유지하는 전략입니다. 적령기의 미혼남녀에게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은 이런 거시적 전략의 바탕 위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면 정작 당사자들로부터 들려오는 반응은 한결 같습니다. ‘또 아이 낳으라는 얘기야?’ 저출생문제를 다루는 대부분의 보도나 연구의 결과가 대개 이러한 ‘결혼-출산의 독려’로 끝이 났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또 하나는 인구 감소를 당연시하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자는 전략입니다. 전자에 관해서는 이미 많은 논의가 존재하니 여기서는 후자를 먼저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지금의 인구도 많으니 앞으로 더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인류가 인구적, 경제적으로 축소하는 쪽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고, 그렇게 할 수 있으며, 또한 그것이야말로 인류에게 복음이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300여 년간 축소 과정이 파멸적이지 않는 경로를 더듬어 가야하는데, 결코 쉽지만은 않은 길이다.” 일본의 월간 <세카이(世界)>의 특집 ‘사피엔스 감소-인류사의 전환점’에 ‘제로성장경제와 자본주의’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한 오노즈카 도모지(小野塚知二) 도쿄대 대학원 경제학연구과 교수의 말입니다(한승동, 피렌체의 식탁, 2021. 8. 24). 한국에도 이러한 견해에 동조하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절반세대가 온다』(현암사, 2023)의 저자들도 그러합니다. 여기서 “절반세대”란 막연한 개념이 아니라 출생아 100만 시대(1970년)에서 절반인 49만 대로 떨어진 2002년생과 다시 그 절반(24만)이 되어버린 2022년생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첫 번째 절반세대부터 향후 성장하는 과정에서 한국사회에 어마어마한 충격파를 던질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이들이 군에 입대하고 직장인이 되는 3~5년 뒤 병력 부족과 구인난 등 사회적 충격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현 인구로는 기존사회를 운영할 수 없는 만큼, (이제) 사회적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진단합니다(절반세대가 온다, 39). 일리가 있습니다. 첫 번째 절반세대도 그러하다면 그 절반밖에 안 되는 두 번째 절반세대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시대에는 어떠하겠습니까?
그러나 현재 인구의 절반만으로도 운용할 수 있는 전혀 새로운 사회를 만든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부족한 인구를 자연출생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보충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일이 어쩌면 더 현실적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하나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이민’입니다. 사실 이민은 미래의 대안이라기보다 작금의 현실입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없는 마을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경기 포천의 어느 농부의 말) 법무부는 벌써 외국인 근로자 선발 요건 완화와 인원 증가를 위한 숙련기능인력 제도 개선책을 내놓았고(2023년 9월),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최대 체류 기간마저 5개월에서 최장 8개월로 늘린 바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연간 11만 명 이상의 인원이 이렇게 끊임없이 한국사회로 유입되지만 때가 되면 그대로 다 빠져나간다는데 있습니다. 필요한 인력자원을 한국사회에서 받아들이려면 필수적인 요소가 바로 ‘이민청’의 신설입니다. 작년 12월 법무부는 출입국·이민관리청 신설 방안을 마련했지만 법제상으로는 아직 답보 상태에 있다 합니다. 사실 법이나 제도를 바꿔서만 되는 일도 아닙니다. 그 어느 국가보다도 단일민족의식이 강한 우리 사회의 특성 상 인식과 아비투스(habitus)의 대전환이 일어나야만 ‘이민’이 근본적인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겁니다.
어쩌면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바람직한 대안이 하나 더 있습니다. 디아스포라 한인들을 데려오는 방안입니다. 명승환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와 같은 이들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에 사람이 없다. 재외동포가 한국에 돌아와야 한다. 이들을 따뜻하게 맞아주고 한국을 사랑할 수 있게 해야 한다.”(매일경제, 2024년 9월 6일) 재외동포는 숫자만도 750만 명 가까이 추산할 만큼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종교 등 여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여기는 다른 민족에 비해 부작용도 적습니다. 작년 6월 ‘재외동포청’이 ‘이민청’에 앞서 출범한 이유도 이런 부분에서 기인합니다. 치열한 유치 경쟁 끝에 재외동포청이 들어선 인천의 경우 벌써 ‘재외동포 지원 조례’를 만들어서 공포하는 빠른 행보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멉니다. 본국의 한인들이 디아스포라 2, 3세대 한인들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도 변화가 있어야 하겠고, 이들이 한국사회에 정착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각종 규제나 장벽도 필요하다면 제거해 주어야 하고, 자녀 돌봄이나 교육과 같이 민감한 사안들도 적절하게 조율해야 합니다. 자, 이제 모두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야 할 때입니다. 언제나처럼 위기를 극복하고 국난을 발판 삼아 새로운 도약을 이루는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