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1-08(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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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민의 인간 붓다와 신 예수

- 기독교 시각으로 본 초기 불교 가르침 -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인도에서 신학과 철학, 비교종교 등을 두루 섭렵한 저자가 2년 전 출간한 방대한 걸작 〈예수와 석가의 대화:기독교인의 시각으로 본 석가모니〉에 이어 올 1월 노작 《인간 붓다와 신 예수》를 펴내 주목을 받고 있다. 저자는 인도의 고타마 싯다르타에 의하여 창시한 동양을 대표하는 불교는 당시 인도의 힌두교의 신, 우주적인 영의로서의 브라만의 존재를 부정하고 자립 해탈의 길을 연 무신론적 종교개혁으로 호응을 받았으나 그의 이상적이며 완벽한 도덕주의는 사후에 진행된 붓다의 신격화 작업과 자력에서 타력신앙의 유신론적 경향을 띠며 변화하는 과정들을 추적한다. 붓다는 오늘날에도 영향을 미치는 근대 계몽주의 사상의 원조요, 현대 철학과 교육의 원형으로 현대 무신론의 진정한 시조라는 것이다.

   

◇ 저자소개 ∥ 정성민

현재 미국 그레이스미션대학교 비교종교학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드류대학교 신학석사, 동 대학과 대학원에서 철학 석‧박사(종교철학), 인도 마드라스대학교에서 철학박사 과정(비교종교)을 수료한 후 서울신학대학교 겸임교수와 숭실대학교 기독교학대학원와 호서대학교 신학대학원 초청 강사, 인도 마드라스신학대학교 방문 교수를 역임하였다.

 

◇ 저서∥《폴 틸리히와 칼 바르트의 대화》와 《예수와 석가의 대화》 등이 있다.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예수와 석가의 대화 - 기독교인의 시각으로 본 석가모니》 / 정성민 지음 / CLC / 2022

《붓다와 희생양 - 르네자라르와 불교문화의 기원》 / 정일권 지음 / SFC / 2013

   

기독교인문학 〈52〉

 

                                                          붓다는 자신을 신이라 하지 않았다

                                                          -기독교 시각에서 본 불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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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가 열반에 들기 전 유훈 – KBS 다큐에서 발췌

 

기독교와 불교의 차이점

“붓다의 세계관은 신(神)을 전면 부정한다. 그럼으로써 반기독교적 입장에 서게 된다. 왜냐하면 기독교 신앙은 신의 존재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독교는 영혼의 존재를 믿고, 각 영혼이 신과 개인적인 관계를 맺는다고 믿는다. 더 나아가 죽음은 개인적 삶의 끝이 아니라 사후세계로 들어가는 출발점이다.”

 

비교종교학의 고전이 될 책

김길구 1월에 두란노에서 나온 따끈따끈한 책입니다. 얼마 전 한 스님의 초청으로 절을 찾은 적이 있는데, 스님의 말씀이 성탄절과 석탄일에 서로 축하의 현수막도 걸어주며 교류하는 분들도 더러 있는데 개신교 목사님과는 왠지 어색하다며 그 이유를 묻던 기억이 납니다. ‘참된 앎과 믿음을 위하여’란 부제처럼 동양과 서양을 대표하는 사상의 뿌리를 알고 소통하는 것은 서로에게 믿음의 근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를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김현호 김영한 기독교학술원장은 이 책이 ‘비교종교학의 고전’이 될 것이라는 감수평을 남겼습니다. 2022년에 《예수와 석가의 대화》라는 582쪽의 대작으로 주목을 끌더니, 이번에는 300쪽이 채 안 되는 분량의 오래된 그러나 여전히 낯선 불교에 관한 흥미진진한 얘기는 감수평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타종교와의 합리적인 대화도 가능하게 되었다는 기대도 갖게 됩니다.

 

붓다는 누구인가?

류지원 들어가기에 앞서 용어 정리부터 해야겠어요. 붓다는 원래 ‘깨달은 자’란 산스크리어 붓다(佛陀)의 음역으로 불교의 창시자인 석가모니를 뜻합니다. 그의 일대기는 잘 아시니까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본명은 고타마 싯다르타로 네팔 남부 인도 국경 근처인 히말라야산 기슭에 있는 작은 나라 사카국의 왕자였는데 고달픈 인생의 문제, 곧 생로병사와 정신적인 고통의 문제를 풀기 위하여 29세에 출가, 수행 6년 만에 깨달음을 얻고 불교를 창시하여 그의 사상을 널리 포교하다 향년 80세로 열반한 동양 최고의 종교지도자입니다.

김현호 이 책은 붓다가 깨달음을 얻은 후 설파한 근본 가르침은 지금처럼 인간의 소원을 들어주는 초월적 성격의 종교가 아니라 오히려 종교의 초월적이고 신비한 성향을 배척한 초기 불교를 중심으로, 붓다는 순수한 인간이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의 철학자요, 유신론을 거부한 무신론적 철학자요, 당시 인도를 지배하고 있던 브라만교의 부패와 신과 윤회를 앞세워 동물 희생 제사와 고행을 강조하는 종교의 부정적 행태에 분노한 혁신적인 종교개혁자였으며, ‘신’의 존재나 ‘우주’ 그리고 ‘사후세계’ 같은 문제에는 별로 관심 없이 인간이 지닌 고통의 문제 해결을 위하여 실제적인 방법을 찾는데 고민했던 현세적인 종교지도자로 도덕적이며, 거룩한 생활을 실천한 불교의 창시자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류지원 붓다의 이러한 측면을 고려하여 저자는 책의 앞부분에 정진홍 서울대 명예교수의 ‘불교는 붓다를 신격화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거절함으로써 불교의 종교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다소 역설적인 불교의 독특한 종교성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불교의 핵심교리 톺아보기

김현호 붓다의 깨달음은 불교의 궁극적인 목적인 열반(涅槃) 즉 인생사의 모든 정신적인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마음의 편안함에 이르게 하는 진리의 길을 사성제(四聖諦)로 요약하였는데요 현세에서의 삶은 곧 고통이라고 보는 고제(苦諦), 괴로움의 원인은 끝없는 애집(愛執)에 있다는 집제(集諦), 모든 욕망을 벗어나서 괴로움이 소멸된 열반의 경지를 이상이라고 풀이하는 멸제(滅諦), 그리고 번뇌와 업을 끊고 열반에 도달하는 길을 도제(道諦)라고 합니다.

류지원 사성제가 붓다의 우주와 인생의 원리라면 삼법인은 세 가지 진리의 진리로 모든 존재는 변한다는 제행무상(諸行無常)과 모든 사물은 실체가 없고, 인간 내면에 있다고 믿어지는 자아, 곧 영혼이 없으며, 이 세상에 영원히 존재하는 사물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제법무아(諸法無我) 그리고 우주의 진리를 깨달아 집착을 버린 자는 정신적 고통에서 해탈하여 평안함을 누린다는 열반적정(涅槃寂靜)입니다.

김현호 이러한 원리를 실천하는 방법으로 팔정도가 있습니다. 열반에 이르는 여덟 가지의 올바른 길로 올바른 견해와 올바른 사유, 올바른 언어와 올바른 행위 그리고 올바른 생활과 올바른 정진, 올바른 새김과 올바른 집중으로 수행을 위하여 붓다의 세계관을 이해하고, 삶으로 실천하며 명상을 통해 열반에 이를 수 있는 특별한 지식 즉 명지를 깨우치는 측면의 세 부분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김길구 불교에서 중시하는 수행의 궁극적인 목적은 명지를 얻는 것으로, 바로 보고(正見), 바르게 생각(正思惟)하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수행자는 붓다의 세계관을 이해하고 이를 동의해야 하는데, 그 핵심교리가 불교의 연기론에 바탕을 둔 무아론 입니다. 만물은 인연에 의하여 생성되었다가 사라지므로 이를 통제하는 신의 존재나 그 안에 변하지 않는 영원한 자아(영혼)가 존재할 수 없다는 거예요. 결국 붓다의 세계관은 무신론, 무아론 그리고 사후세계를 인정하지 않는 무신론적 내세관에 뿌리를 둡니다.

 

기독교와의 대화

류지원 시간이 없어 불교의 변천사는 생략해야겠어요. 축약해서 그 역사를 변증법적 시각으로 보면 불교의 토대가 된 인도의 전통 힌두교 신앙이 정(正)이라면, 붓다가 시작한 브라만교의 허구와 부당성에 반기를 든 이상적이며 혁신적인 종교개혁을 반(反)이라고 할 수 있고, 그의 사후부터 진행된 이상과 현세적인 측면을 가미하여 민중들의 요구를 절충한 좀 더 세련된 종교?가 오늘의 불교가 합(合)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김현호 저자는 사상적으로 예수와 붓다의 닮은 점을 몇 가지로 얘기합니다. 마음 속의 욕망이 고통의 원인이다. 이 땅에서도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다. 도덕적이고 거룩한 삶은 인간이 지향해야 할 이상적 삶이다. 예수와 붓다가 지향하는 삶은 무욕과 무소유다 예수와 붓다는 비폭력 무저항주의를 가르쳤고, 몸소 실천했다는 것입니다. 생각보다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류지원 그렇다면 예수와 붓다의 대화 가능성은 있을까요? 저자는 이를 일축합니다. 기본적으로 기독교와 소승불교의 교리적 대화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대화가 되려면 예수와 붓다가 신적인 차원이어야 하는데 그 전제부터 틀렸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초기 붓다와 사후 후대의 신격화된 붓다의 사상과도 상호 모순되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같은 논리로 교리적 대화 역시 예수를 보통사람으로 전락시킨다는 이유에서죠. 그러므로 종교 간의 대화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전제로 서로의 입장과 사상을 이해하고, 슬기롭게 조화를 이루어 하나밖에 없는 지구상에서 서로 존중하며 공존하는 것이 곧 궁극적인 진리를 찾아가는 일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김현호 이 책 말미에 가면 종교다원주의 시대의 타종교와 무신론자와의 소통방법, 그리고 기독교 복음의 유일성에 대한 과제 등을 참조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김길구 서구사회는 물론 미국에서 조차 쇠퇴를 거듭, 기독교가 위기감을 느끼는 가운데 동양종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추세입니다. 사람과의 무한 경쟁에 이어 AI와도 같은 기계와도 싸워야 하는 극심한 경쟁사회에 지친 현대인들은 명상, 요가, 탬플스테이 등 안식을 찾고 ‘멍때리기’가 유행합니다. 과연 기독교가 이 시대의 참된 안식을 줄 수 있을지 반문해 봅니다.

 

다음 호에는 일본문화기행 편으로 저명한 <빙점>의 작가 《미우라 아야코의 길을 따라》란 가이드 북을 내신 권요섭 목사와 함께 그의 문학과 발자취를 더듬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김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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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문학] 붓다는 자신을 신이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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