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1-1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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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국격(國格)”이란 말이 회자되는데, 사실 이 말은 그 유래도 불분명하거니와 2011년에 들어서야 표준어로 지정될 정도로 본래 익숙하여 자주 쓰던 용어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부쩍 사용빈도가 증가한 듯합니다. 최근 국내의 M경제지 사설에는 “국격”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다음과 같은 제목의 칼럼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국격 떨어뜨리는 디올백 · 기내식 특검 모두 부적절하다”(6. 6). 누가 국격을 떨어뜨린다는 말일까요? 과다한 기내식 비용을 지출한 전 대통령의 부인입니까, 아니면 선물의 정도를 상회하는 명품 가방을 받고서도 아무런 해명조차 하지 않고 있는 현 대통령의 부인입니까? “영부인의 뇌물수수 의혹을 덮어주는 대통령”입니까?(야당 대변인, 2. 23) 영부인의 단독외교를 주장하다가 혼란을 자초한 전 대통령입니까?(J일보, 6. 3) 대통령의 해외순방취소가 국격을 떨어뜨리는 행동입니까(야당 원내대표, 2. 16), 아니면 이번에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해외순방을 감행하는 행동입니까?(윤 모, 배 모 여당 의원, 2. 23)

 

지금부터 30여 년 전 바로 이맘 때(1993. 6. 7)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켐핀스키호텔(Kempinski Frankfurt)은 갑자기 찾아드는 한국인들로 특수를 누렸습니다. 삼성의 후계자 이건희 회장이 전 계열사의 임·역원들을 모두 소집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그는 ‘신경영(新經營)선언’을 했는데, 그 핵심을 한 마디로 알려주는 말이 유명세를 탔습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곤 다 바꿔!” 그리고 2년 후 중국 베이징에서도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는데, “솔직히 얘기하면 우리나라는 기업경쟁력은 이류, 행정력은 삼류, 그리고 정치력은 사류”라는 표현이었습니다. 그러나 자평하기를 이류에 불과하다던 삼성이라는 기업은 뼈를 깎는 혁신을 이루어 냈습니다. 1995년 당시 통화가 잘 안 된다는 불만이 폭주하던 휴대폰 15만 대를 시가 500억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불구덩이에 던져 버리는 퍼포먼스까지 감행하더니, 2002년 휴대폰 4,500만 대를 팔아 일약 3조원의 수익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류에 불과하다던 정치는 어떻습니까? 혁신은커녕 지금 현재는 오히려 국격을 갉아먹는 적폐(積弊)로 전락해 버리지는 않았습니까?

 

며칠 전 이제는 범세계적인 팝그룹이 된 비티에스(방탄소년단, B. T. S.)의 일원이자 맏형인 김석진이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를 했다는 소식이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외신을 타고 퍼져나갔습니다. 역시 복무 중인 구성원들이 휴가를 얻어 축하해주러 왔고, 팬덤(fandom)들도 다양한 플래카드와 현수막과 풍선 등을 내걸고 축하했지만 현장에 나타난 이들은 적었습니다. 앞서 소속사에서 “전역일은 다수의 장병이 함께 하는 날이니 별도의 행사가 없으며, 혼잡에 따른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팬 여러분께서는 현장 방문을 삼가주시기를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회사에서 팬들까지, 교양과 배려가 얼마나 훌륭합니까? 비티에스는 종종 전설의 비틀즈를 소환합니다. 빌보드 음악순위에서 최근 10년 간 가장 많은 1위곡을 냈고(6곡), 둘은 발표한 솔로 곡마저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한 때 여당의 혁신위원장을 포함하여 이들의 군역을 면제해 주어야 한다는 여론이 얼마나 비등했습니까? 심지어 특례 조항의 신설 취지로 병역법 개정이 추진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당당하게 군대에 입대했고, 최선을 다해 병역을 마쳤거나(특급전사)성실하게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조교) 중입니다.

 

무엇이 국격을 떨어뜨리고 끌어올립니까? 전술한 사례들에서 문제되는 부분은 공평과 정의입니다. 이를 합쳐서 ‘공정(公正)’이라고 해도 무방하겠습니다. 같은 사안이라면 같은 절차나 같은 실제가 똑같은 원칙과 잣대에 의해 적용되어야 합니다. 동일한 사안이라면 남의 경우를 다룰 때나 나의 경우를 다룰 때 똑같은 원리와 과정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공정(公正)’입니다. 한국의 정치권은 괄목상대한 경제력이나 문화력에 견줄만한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바로 이 ‘공정’이라는 면에서 그러합니다. 그래서 국격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하는 겁니다. 반면 엠지(MZ)세대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이 대단한 케이팝 가수들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원입대하여 여타 젊은이들과 똑같이 병역의 의무를 실천함으로써 공정의 극치를 보여주며 국격까지 한껏 높여주었습니다. 주께서도 기뻐하실 일입니다. 이는 또한 지극히 기독교적인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다른 기준의 도량형이나 저울추를 사용하면 안 된다고 거듭해서 경고하고 있지 않습니까?(레 19:35-36; 신 25:13-15) 바울 사도는 얼마든지 쓸 수 있는 로마시민권의 특례까지도 포기하고 기꺼이 고난을 감수하지 않았습니까? 하늘 보좌까지 기꺼이 버리시고 사람과 똑같이 되신 주님은 어떠합니까? 우리라도 부디 국격을 떨어뜨리는 사람 되지 말고, 국격을 끌어올리는 사람 되기를 바랍니다. 하늘나라의 국격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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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국격을 떨어뜨리는 사람들, 국격을 끌어올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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