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보호재판을 받거나 둥지센터 처분을 받은 아이들의 경우 우범 또는 통고된 비행 초기단계부터 절도, 폭행, 학교폭력, 무면허운전, 공문서부정행사 등의 다양한 사건으로 재판을 받습니다. 최근에는 인터넷사기, 조건만남, 성매매 등으로 비행이 심화된 경우도 있습니다. 청소년 인구 감소에 비해 사건수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범죄가 난폭하고 심각하며, 점점 더 어려지고 과감해지고 잔인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청소년 범죄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소년법은 ‘관용’과 ‘용서’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는 ‘범행’이 아니라 ‘비행’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보고, ‘처벌’보다는 ‘교정’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저지른 비행이나 범죄의 기록을 보다가 실제로 그 아이를 만나면 놀라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앳되고 해맑은 얼굴의 아이가 정말 그 사건을 저지른 것인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사건이 아닌 사람이 보입니다. 그 아이를 포함한 부모, 가족, 친구, 교사 등 주변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까지 되었구나.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때 이 아이에게 주변 사람들은 뭘 했지?’라는 생각에 괜히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분명 아이들이 실수하고 잘못했지만 이 아이들만의 잘못은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사건 자체보다는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어떻게 이 아이들을 회복시킬 수 있을까?라는 시각이 더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체로 재판을 받은 보호소년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잘못한 아이들을 엄하게 다루어야지 왜 기회를 주냐는 것입니다. 신문기사나 뉴스를 통해 접하는 청소년들의 심각한 범죄를 보면 좀 더 강력한 처벌을 바라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대가를 치러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처분 이후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인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회복과 성장을 도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잘못을 저지른 아이들을 나무라고 벌을 주는 것만이 아닌 그들을 그렇게 몰고 간 환경의 변화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술과 담배에 찌든 아이들이 있지만 그들에게 술과 담배를 파는 어른들도 있습니다. 남녀혼숙하는 아이들이 있지만 그들에게 방을 내어주는 숙박업자들도 있습니다. 조건만남, 성매매를 하는 아이들이 있지만 그들을 상대로 성매수를 하는 어른들도 있습니다. 잘못된 어른들에 비해 아이들은 더 혹독한 대가를 치르기도 합니다. 물론 사회 변화와 상황에 따른 소년법의 개정도 필요하지만 드러난 사건만 보고 쉽게 흥분하고 판단하는 어른들의 인식개선도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쉽게 변하지 않지만 다양한 경험의 기회는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둥지센터에서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만남의 장을 열어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안 쓰던 근육을 운동하면 다음 날 통증이 생기듯 아이들도 안 쓰던 머리를 쓰고 안 하던 생각도 하면서 힘들어하지만 새로운 습관과 태도가 근육으로 다져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행 청소년들도 대한민국 청소년입니다. 이들에게 아무리 많은 기회를 줘도 아깝지 않습니다.
새해에는 각 지역의 교회와 성도들 가운데 이 위기청소년들의 아픔 현장에 마음을 나누는 실천과 기도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