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카톡에 익숙한 이름이 생일이라는 알림이 있었습니다. 바로 둥지청소년회복센터를 시작하는 계기가 된 아영(가명)이였습니다. “생일 축하”라는 간단한 톡을 남겼는데 조금 뒤 그 아영이로부터 이른 아침 출근하고 있다며 전화가 왔습니다. 너무 기특하여 작은 선물을 해줄테니 원하는 것을 말하라고 하자 한참 생각하더니 아웃백쿠폰을 원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 아영이와 저는 아웃백과 관련한 사연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각 청소년회복센터를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식사와 멘토링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때 어느 여자청소년회복센터를 방문하여 함께 시간을 가지던 중 많은 아이들 가운데 유독 밝은 얼굴로 눈에 띄는 아이가 있었는데 바로 아영이입니다. 중학교 3학년 나이였던 아영이는 워낙 가정환경이 좋지 않아 학업을 중단한 채 가출을 반복하다가 재판을 받아 그 센터에서 생활 중이었는데 볼 때마다 마음이 쓰였습니다. 마침 그때도 아영이의 생일이라 스테이크가 먹고 싶다고 하여 근처 아웃백에서 특별한 식사로 함께 했습니다.
“너 스테이크 좋아하니?” “아니요”
“스테이크가 먹고 싶다며..” “저 오늘 스테이크 처음 먹어요”
“........” “근데 대패삽겹살이 더 맛있는 것 같아요 ㅎㅎㅎ”
“어쨌든 남은 센터 생활 잘 하거라” “예. 당연하죠”
그렇게 약속했던 아영이는 그 길로 센터에 복귀하지 않고 이탈하여 저의 마음이 무너지게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복귀하여 센터를 퇴소했지만, 결국 가정환경의 문제로 다시 길거리를 방황하던 아영이는 보호관찰 위반으로 다시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런 딱한 상황에 판사님의 배려로 아영이를 위한 임시거처를 마련하였습니다. 한 지인이 자신 소유의 아파트를 임대로 세입자를 찾고 있어 비어 있는 기간에 임시로 사용키로 한 것입니다. 매월 관리비와 운영비의 부담을 느끼던 차에 아이는 다시 사고를 치는 반복된 문제로 결국 10호 처분을 받고 2년간 소년원을 가게 되었습니다. 열악한 환경의 아이들들이 결국 재판을 받고 소년원을 갈 수 밖에 없는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에 직접 청소년회복센터를 운영하기로 하고 둥지를 시작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너 이제 몇 살이냐?” “27살요”
“정말???” “저 요즘 피부미용샵에서 일하고 있어요”
“그래. 올해 안에 꼭 보자” “예. 꼭 놀러갈게요”
“근데 아웃백은 왜? 나는 너 때문에 아웃백 트라우마가 있는데 ㅎㅎ. 또 먹고 어디 도망가려고?”
“저 사실 그 날 이후로 스테이크 먹어본 적 없어요”
“그런데 왜 갑자기 스테이크?” “그냥요”
그리고 우리의 대회는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습니다. 아마도 제게는 누군가의 ‘잘해줘봐야 소용없다’는 말처럼 트라우마가 될 스테이크지만, 아영이에게는 추억의 그리움이 있는 음식이고 단어인가 봅니다. 이렇게 한 번의 베풂과 사랑이 아이들에게는 좋은 추억이 되는 것을 확인하며 힘을 얻는 날이었습니다.
“야영아! 잘 살아라. 네가 잘 살아야 내가 살아온 날들이 그리고 지금 하는 일이 의미가 있지. 알겠지?”
“당연하죠. 저 그때 생각하면서 잘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 고맙다”
계속 아이들을 위한 든든한 나무가 되어야겠습니다. 힘든 아이들의 나무그늘 같은 존재이고 싶습니다. 비바람치고 태풍이 몰아쳐서 버텨내는 나무가 되도록 기도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갈 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