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5-1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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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사이버 뱅크런, 우리는 안전한가”란 제목의 금융 포럼이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지난 3월에 미국 내 자산 기준 16위 규모의 실리콘밸리은행(SVB) 은행이 ‘디지털 뱅크런’ 현상으로 인해 단 36시간 만에 파산한 충격적인 사건의 여파였습니다. 여기서 “뱅크런(Bank-run)”이란 예금 대량 인출 사태 곧 어떤 이유로 인해 은행이 부실해져 예치된 돈을 모두 되돌려줄 수 없다는 소문이 돌면서 그 은행 앞으로 예금주들이 먼저 돈을 되찾기 위해 달려가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리고 ‘사이버 뱅크런’ 혹은 ‘디지털 뱅크런’은 직접 은행에 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입출금은 물론이요 주식이나 대출 같은 각종 금융 거래가 가능한 시대에 파격적으로 등장한 새로운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은행(SVB)에 돈을 맡긴 예금주들이 당일 금융기관이 문을 닫는 시간까지 예금 인출을 시도한 금액은 420억 달러(약 55조 6,000억)에 달했습니다. 우뚝 서기까지 40년이 걸린 은행이 그렇게 고작 하루 만에 파산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번 사태의 근원적인 이유로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를 꼽습니다. 2022년 3월 이후 미연방준비위원회는 10회 연속으로 금리를 인상했고, 안정적인 자산이라 여겼던 미국 국채 가격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여기 집중적으로 투자했던 SVB 은행이 엄청난 손실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원인으로 비보장성 예금 비율을 거론합니다. 은행 위기가 발생했을 때 보험으로 보장해 줄 수 있는 예금이 있는데, 미국은 현재 25만 달러(약 3억 2,700원)가 상한선입니다. 문제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기업들이 주로 거래하는 SVB 경우 비보장성 예금 비율이 93.9%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만일의 경우 다 잃어버릴 수도 있는 고액의 예금주들이 너도 나도 돈을 빼는 바람에 대규모 뱅크런 사태가 발생해 버렸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예금보호한도는 얼마일까요? 최근 SVB 사태의 영향으로 2001년 이후 5,000만원으로 묶여 있던 것을 1억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는 안을 예금보호공사를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는 정부는 늦어도 8월까지는 결론을 낸다고 했으니 기다려 볼 일입니다.

 

뱅크런은 우리나라와 전혀 무관한 경제 현상이 아닙니다. 2011년 저축은행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금융당국이 일부 부실 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 결정을 내리자 예금주들이 일제히 은행으로 쇄도하여 2월 21일 하루에만 전국에서 약 5,000억 가까운 돈이 인출되면서 대혼란에 빠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보호한도를 초과하는 예금주들은 물론이요 높은 금리를 보장하는 유혹에 넘어가 후순위채권으로라도 가입하고자 했던 많은 서민층이 큰 피해를 보았습니다. 한국의 저축은행 사태는 거슬러 가면 2008년 당시 일주일 만에 500억 달러(약 65조)가 빠지는 뱅크런 속에 파산하고 범세계적인 금융 공황을 야기한 리먼 사태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금번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역시 파급력이 대단했습니다. 사고 발생 이틀 만에 뉴욕 시그니처은행도 폐쇄조치를 당했고 며칠 뒤에는 자산 규모로 세계 9위에 해당하는 글로벌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에서도 주가가 폭락하면서 뱅크런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다 보니 벌써 이로 인한 한국 금융권의 위기를 주장하는 견해들이 앞 다투어 등장하고 있습니다.

 

뱅크런(bank-run)을 생각하다 보니 갑자기 ‘처치런(church-run)’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예금주들이 은행에서 돈을 빼듯 신자들이 교회에서 발을 빼는 현상을 이렇게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 가나안 성도와 노마드 신자의 증가는 새삼스럽지 아니합니다. 최근에는 무종교인의 비율마저 폭등하는 바,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지난 3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민의 63%가 특히 조사 대상 가운데 30대는 75.5% 그리고 20대는 80.9%가 자신을 무종교인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많은 교회가 인터넷 등으로 운신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사이버(디지털) 처치런’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지지 않겠습니까? 마우스 하나로 클릭 한두 번만으로도 얼마든지 교회를 떠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뱅크런이나 처치런 사태의 핵심은 공히 ‘신뢰’에 있습니다. 은행이 신뢰를 잃으면 예금주가 떠나갑니다. 교회가 신뢰를 잃으면 신자가 떠나갑니다. 교회는 지금 신뢰를 많이 잃었습니다. 지금도 세습이나 물질 혹은 성 문제 등으로 신뢰를 급격하게 잃고 있는 중입니다. 계속 이러다간 돌이킬 수 없는 처치런 현상이 발생하여 교회도 영적 파산 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무엇보다도 지금은 무너진 교회의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중지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시급합니다. 기나 긴 시간도 각오해야 합니다. Gott hilfe u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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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뱅크런과 처치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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