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둘러싼 소문이 무성했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위험성
이 팽배했습니다. 지난 4월 26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선포된 ‘워싱턴 선언’의 주요한 내
용 중 하나가 바로 한국과 미국의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 결성이었고,
게다가 5월 들면서 국제보건기구가 3년 4개월 만에 코로나로 인한 비상사태를 공식적으로
해제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또 다시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지난 여섯 번의 그것과
는 성질이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2022년 김정은은 ‘북한이 핵보유국이며 북한의 정체성은
핵과 함께 한다’고 선언했기에, 앞으로 있을 추가 실험은 영국 공영방송(BBC)의 표현대로
“시험이 아니라 전투 훈련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외교적 고립이나 경제
적 타격을 무릅쓰고 왜 이토록 핵에 매달리는 것일까요?
1975년 병문안을 온 김일성에게 중국의 마오쩌둥은 “석유와 원자탄이 제일 중요하다. 그
것 두 개만 있으면 어디 가도 큰소리 칠 수 있다. 그것이 없으면 아무리 잘난 척해도 국제
사회에서 알아주지 않는다”고 했다지요?(『선을 넘어 생각한다』, 212) 1991년 사회주의
정권들이 무너져 내리는 가운데 위기감을 느낀 북한은 핵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
다.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감행하면서 초래한 1차 북핵 위기와 1994년 제네
바합의, 2002년 고농축우라늄(HEU) 문제로 말미암아 초래한 2차 북핵 위기와 6자 회담 등
거듭되는 북한의 핵 도발과 이를 무마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제재 및 협상이 있었습니다. 하
지만 결국 2006년 10월 9일 북한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제1차 핵실험을 감행합니
다. 물리적으로는 소규모의 파괴력을 지녔으나, 국제사회를 강타한 충격파는 대단했습니다.
이후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 속에 북한은 2009년 5월 25일 제2차 핵실험을 강행합니다.
이전보다 훨씬 파괴력이 커진데다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수 있는 역량을 갖
추었다 하니 상당히 심각한 양상이 되었습니다.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결의안 1874호가 채
택되면서 시작된 각종 압박은 대화 자체를 어렵게 만들었고, 설상가상으로 2011년 김정일
이 사망하면서 궁지에 몰린 북한 수뇌부는 2012년 헌법 전문에 ‘핵보유’를 명기하기에 이릅
니다. 계속해서 북한이 ‘광명성 3호’ 등 위성까지 발사하며 도발하자 유엔안보리에서는 대
북제재결의 2087호를 채택했고, 이에 북한은 2013년 2월 12일 제3차 핵실험을 감행했습니
다. 당시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취했던 외교 정책인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는 오
히려 불장난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어 2016년 1월 4일 북한은 제4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개성공단 폐쇄와 사드 배치가 이어지면서 북한은 같은 해 9월 제5차 핵실험을 단행하였으
며, 이듬해 1월 1일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 발사 준비 사업이 마감 단계”라는 선언이 나왔
습니다. 같은 해 미국을 겨냥한 ‘화성-12’호와 같은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가 이어지
면서 트럼프의 ‘화염과 분노’ 발언이 나왔고 북한은 즉각 9월 3일 제6차 핵실험을 감행했는
데 역사상 최대 규모일 뿐 아니라(진도 5.7) 수소탄 가능성마저 제기되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 문제를 한번쯤은 정리할 필요성이 있겠다 싶었습니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
로도 한반도의 미래를 생각할 때 가장 심각하고 중대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가 바로 <핵>이
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처음 핵실험을 한 지도 어언 16년, 마지막 핵실험을 감행한
지는 6년째가 되었습니다. 2022년 9월 9일 북한은 ‘핵 포기는 절대 없으며.. 핵보유국으로
서 불가역적 지위’를 선언하고 나섰으며, 이제 ‘우리가 핵이 있으니 안보는 걱정 없고, 이제
군사를 경제로 돌려야’겠다고 공공연하게 강조한다 합니다(박한식). 이에 맞서 우리도 전술
한 바와 같이 일종의 한국형 핵공유정책을 들고 나왔습니다. 강대강의 전략도 때로 필요하
겠지만, 요한 갈퉁의 “안전으로 가는 길은 평화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명언을 결코 잊지 말
아야 합니다. 세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이사야를 통해 들
려주신 평화의 언약이 이 땅 가운데 파격적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무리가 그들의 칼
(핵)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그들의 창(미사일)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이 나라와 저 나라
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아니하리라”(사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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