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6-20(목)
 


임윤택 목사.jpg

정은이는 둥지로 힘들게 찾아온 엄마와의 면회를 거부했다. 사실 정은이는 엄마가 부끄러웠다. 나이가 50살이 넘도록 아직 초등학교 졸업도 못한 무식한 엄마가 싫었다. 아직 한글도 읽고 쓰는 엄마였기에 친구들에게 소개시키는 생각은 하기도 싫은 끔찍한 일인데 엄마가 둥지를 불쑥 찾아온 것이다.

정은이 엄마는 어릴 때부터 심한 학대를 당하면서 성장했다고 한다. 무슨 이유인지 할아버지는 엄마를 싫어해서 초등학교가 아닌 식당에 일하러 보냈다. 식당에서 먹고 자면서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하면서 어린 나이에 매일 밤 눈물 흘리며 고생하며 지냈다고 한다. 일이 힘든 것은 참고 지낼만했는데 어린 나이의 엄마는 끔찍한 성폭행까지 참아가며 그곳에서 버텨야만 했다. 결국 어린 나이에 임신까지 하게 되어 정은이의 언니를 낳았지만 폭력과 술주정을 부리는 손길을 피해 도망을 쳐야만 했다. 강원도에서 최대한 멀리 부산으로 도망을 와서 만난 남자와의 짧은 동거 기간에 다시 임신하여 낳은 아이가 정은이였다. 그 남자 역시 엄마를 학대하여 다시 도망쳐야만 했다. 엄마의 모진 세월에 집 안에 남은 것은 성처투성이의 자신과 아빠가 다른 두 딸 뿐이었다. 두 딸을 위해 엄마는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닥치는대로 막일을 하면서 키워왔다. 언니는 그런대로 성장하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휴학 후 공무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은이는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집과 엄마와 언니 그 모든 것이 너무 싫었기에 학교를 소홀히 하고 가출을 반복하는 문제를 점점 드러낸 것이다. 정은이는 무엇보다 일정한 직업도 없이 전단지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한다며 부끄러운 모습으로 동네를 돌아다니는 엄마와 마주치는 것이 싫었다. 진통제, 우울증 등 각종 약을 한 손 가득 먹어야만 겨우 잠이 드는 엄마를 쳐다보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집에 점점 늦게 들어가다가 안 들어가게 되고 자신을 이해하는 남자 친구를 만나 장기간 가출 생활이 이어지게 된 것이다. 실종신고가 되고 경찰서에서도 학교에서도 정은이를 찾다가 통고가 되어 법원 재판을 받고 둥지로 오게 된 것이다. 중학교 3학년 나이지만 1학년 때 이미 다니던 학교에서 유급된 상황이라 둥지에서 중졸 검정고시와 고등학교 입학을 준비하도록 판사님의 배려였던 것이다. 마침 정은이 재판의 국선보조인을 제가 맡게 되어 이런 정은이와 어머니에 대한 사실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게 되었다.

둥지 처분 후 정은이는 자신의 짐을 다 챙긴 후 걱정이 되어 따라나서는 엄마를 한사코 뿌리치며 다음에 보자고 하며 자신만 홀로 왔다. 그런데 그 엄마가 둥지로 직접 찾아온 것이다.

“정은이 너 면회 안 갔네” 정아가 아직 침대에 누워 있는 정은이에게 말을 걸었다.

“응. 몸이 좀 안 좋아서...” “근데 너희 엄마 진짜 예쁘더라” “진짜?”

“그래. 화장 안하고 그 정도인데 꾸미면 끝내주겠던걸” “뭘... 화장하면 다 이쁘지...”

“아냐. 우리 엄마는 화장해도 똑 같이 안 예뻐. 내가 엄마 닮았는가봐”

정아가 끼어들었다. “너희 엄마 몇 살이야?” “50살” “진짜 40살처럼 보이던데”

“우리 엄마는 37살인데” “뭐?? 37살이라고? 뻥치지마라” “진짜야. 37살.”

“야. 그럼 너를 몇 살에 낳은거야?” “내가 중학교 2학년 15살이니깐 22살에 낳은거지”

“엄마 진짜 젊네. 같이 다니면 언니라고 해도 믿겠다. 개 부럽다”

“우리 엄마는 나를 18살에 낳았는데” “뭐라고?”

“우리 엄마아빠가 고등학교 때 사고쳐서 나를 임신하고 학교도 짤렸데”

“그 뒤에 어떻게 됐는데?” “뭘 어떻게 돼. 그때 낳았으니 지금 내가 있지. 그 뒤에 성인되서 바로 결혼한거래”

“와. 진짜 멋있다” “그래도 일찍 결혼해서 동생도 낳고 지금까지 잘 살고 있는게 다행이지”

“나도 그런 사람 만나고 싶다” “저기 미쳤나. 그럼 지금 임신해서 애 낳고 싶냐?”

“아니 꼭 그런 건 아닌데... 어쨌든 멋진 남자 만나 오래가는 사랑을 하고 싶다고”

 

둥지는 마당에서도 다 들릴 정도로 웃고 떠들며 자신들의 엄마 얘기에 빠져들었다. 그때 조용히 자리를 비켜 TV를 켜는 아영이. 갑자기 시작된 엄마 얘기에 자신은 끼어들 틈이 없어 마냥 TV화면만 쳐다보고 있다. 살짝 뒤돌아보니 자기 침대에 돌아누운 정은이가 보인다.

아영이는 속으로 울음을 삼키며 되뇌었다. ‘씨×. 그런 엄마라도... 있으면 좋...겠...다’

사실 아영이는 미혼모시설에서 태어나 자신을 낳아준 부모도 모른채 보육원에서 성장했다. 단순히 놀고 싶다는 이유로 시작된 가출이 반복되면서 문제를 일으켜 재판을 받게 되었고, 지난 실수에 대해 반성하며 시설로 돌아가서 잘 지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시설측에서는 다른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왔고, 계속된 기회에도 비행을 반복적으로 일으켜 왔기에 다시 받을 수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 결국 둥지로 오게 된 상황이다.

있어도 없어도 문제인 부모.... 잔인한 가정의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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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세대칼럼] 잔인한 가정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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