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03-24(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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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돌꽃노동법률사무소,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등 10개 노동·언론·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1월 10일 오전 10시, CBS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BS의 꼼수 원직복직을 규탄했다.(좌) 이날 발언한 최태경 아나운서.(우)

 

 

Q. 안녕하세요? 먼저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경남CBS에서 일하고 있는 최태경 아나운서입니다. 부산CBS와 울산CBS, 경남CBS에서 총 7년 넘게 일을 했습니다. 부산CBS에서는 취재리포터로 2012년 5월부터 2014년 5월까지 2년간, 울산CBS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2015년 4월부터 2016년 5월까지 1년 여 간, 그리고 경남CBS에서 역시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2016년 9월부터 2018년 5월까지 1년 8개월 간, 또 2019년 4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2년 8개월간 일을 했습니다. CBS에서는 총 7년 4개월 근무를 했습니다.

 

Q. 경남CBS 안에서 힘든 일을 겪었다고 들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A. 제가 프리랜서 아나운서였지만 정규직 이상의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노동위원회에서 ‘정규직’으로 인정받은 징표가 있는데요.

첫 번째로, 다른 정규직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이후까지 고정적으로 근무를 했습니다.

두 번째로, 휴가의 경우 정규직 아나운서와 교대로 대체 근무를 했습니다.(프리랜서는 휴가를 갈 경우, 직접 대체근무자를 구하고 휴가를 가는 것이 원칙입니다.)

세 번째로, 정규직이 했어야 하는 고유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프리랜서 계약서에 명시돼 있지 않던 정규직 업무를 수행했는데요. 예를 들면, 라디오 방송국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3년마다 한 번씩 방송을 계속 해도 좋다는 ‘방송재허가’를 받습니다. 방통위로부터 재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3년 동안 얼마나 공익적인 방송을 했느냐가 중요한데요. 때문에 3년 간 방송한 프로그램, 캠페인 등을 취합하는 지난한 업무가 있습니다. 이 업무는 정규직 고유의 업무이나, 당시 정규직 PD와 아나운서, 그리고 제가 맡았고요. 저는 이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밤샘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 라디오를 들으면 광고나 캠페인을 들으실 수 있는데요. 이 광고나 캠페인을 정해진 규칙에 맞게 또 시간에 맞춰서 순서대로 배치를 하는 업무가 있습니다. 이를 광고편성이라고 부르는데요. 이 역시 정규직의 고유 업무이나 제가 담당한 바 있습니다.

네 번째로, 이 업무들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경남CBS 임원들의 지휘감독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맡았던 ‘교계뉴스’라는 프로그램의 원고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상시적으로 원고에 들어가야 할 경남교계의 주요한 정보를 임원들로부터 전달 받았습니다. 원고를 수정하라는 지시도 받았고요.

다섯 번째로, 회사에 수익을 남겼습니다. CBS의 주 수입원 중 하나는 목사님들의 설교 방송을 유치하는 것입니다. 설교방송은 금액이 책정돼 있는데요. 저는 2개의 설교를 유치했습니다.

여섯 번째로, 회사로부터 고정 좌석과 컴퓨터 등 고정 비품을 지급 받았습니다. 이 외에도 노동위로부터 근로자성이 인정된 징표는 많습니다. (지노위 판정문과 중노위 판정문에 상세히 명시돼 있습니다.) 이렇게 정규직 이상으로 2년 8개월 간 업무를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2021년 12월 31일자로 계약만료 즉,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해고 통보를 받을 때 당시 보도국장으로부터 ‘본사의 방침으로 2년이 넘은 프리랜서는 추후 법률 분쟁이 생길 것을 우려해 정리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습니다. 해고 이후, 오랜 고민 끝에 저는 경남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경남지노위로부터 기간에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인정을 받았고, 사측은 원직복직명령을 받았습니다. 이에 사측은 지난 9월 복직을 이행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 사측은 경남지노위의 판정에 불복한다며,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습니다. 그리고 중노위에서 사측의 재심 신청은 기각됐고, 저는 또 다시 프리랜서 계약이 2년이 된 시점인 2021년 4월부터 기간에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되었으며, CBS에 원직복직 명령을 다시 한 번 내렸습니다.

 

Q. 복직 명령이 내려졌다면 잘 끝난 것 아닌가요? 복직 이후에는 어떻죠?

A. 문제는 반쪽짜리 복직이라는 점입니다. 지노위와 중노위 모두 사측에 ‘기간에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됐으며, 원직복직 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이는 기간이 정함이 없는 근로자, 즉 정규직으로 전환된 상태로 복직시키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사측은 ‘기간에 정함이 없는 근로자’를 빼고 이전에 일했던 프리랜서로 복직을 시킨 겁니다. 엄밀히 말하면 ‘원직복직’이 아닌 셈입니다.

복직 이후 저는 해고 이전보다 후퇴한 근로 환경에 처했습니다.

첫 번째로,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부당했습니다. 기간에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사측은 ‘프리랜서로 복직한 거니 기존의 프리랜서 계약서를 연장하며, 따로 프리랜서 계약서를 쓸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두 번째로, 프리랜서로 복직했기 때문에 연차는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제 휴가를 가려면 저를 대신해서 근무할 프리랜서를 구하고 휴가를 가라고 지시했습니다.

세 번째로, 직원 예배에 참석하기 힘들어졌고, 회사에 남아서 근무하는 것도 어려워졌습니다. 저는 해고 이전에도 매일 아침 9시에 있는 직원예배에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복직 이후 예전과 같이 직원예배에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침 9시에 출근을 해서 오후 6시까지 근무를 했습니다. 그런데 사측은 ‘직원예배는 자발적으로 참석하는 것이고, 오후 6시까지 회사에 남아있는 것은 의도적으로 남아있는 것이라는 사실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서명을 하라’며 각서에 서명을 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다행히 서명은 하지 않았습니다. 정규직에게 직원예배는 의무사항이긴 하지만 외근이 잦은 직군의 경우 직원예배에 참석하지 않는 날이 더 많습니다. 정규직 직원에게는 직원예배 참여와 관련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서, 프리랜서가 직원예배에 참석하는 것은 ‘자발적으로 참석하는 것이라는 사실에 서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해서 종교적 자유를 침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 번째로, 결제 라인을 없앴습니다. 저는 <찬양과 함께>라는 음악프로그램을 제작, 진행하고 있습니다. 라디오 방송국 아나운서는 음악프로그램을 맡을 경우, 원고쓰기, 선곡, 제작, 진행, 편집의 전 과정을 담당합니다. 그런데 해고 이전에는 원고를 작성한 뒤 담당PD로부터 결제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복직 이후 담당PD는 결제를 거부하면서, 원고만 달라고 했습니다.

다섯 번째로, 홈페이지 등 기존에 활용했던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게 됐습니다. 저는 <찬양과 함께> 담당자로서 경남CBS홈페이지에 선곡표 등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복직 후에는 홈페이지 글쓰기를 할 수 없게 차단 당했습니다. 그리고 해고 이전에 제가 올렸던 선곡표는 모두 삭제 당했습니다.

여섯 번째로, 직원들과 접촉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본사의 지시로 경남CBS직원들은 저와 접촉을 피하고 있습니다. 인사를 받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교계뉴스의 자료를 해고 이전에는 카톡 등으로 제게 보내고 지시했지만, 지금은 전용 서류함을 회사에 비치해서 서류함에 자료를 놓아두면 제가 수거해서 원고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제게 업무를 주고 있습니다.

 

Q. 지금 심경은 어떻습니까?

A. 기자회견에서도 밝혔지만 불가촉천민이 된 기분입니다. 프리랜서일 때는 정규직 이상으로 일을 시키더니, 근로자로 인정받으니 프리랜서로 일하라고 합니다. 늘 하나님의 방송, 정론직필을 강조하는 CBS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가 근로자로 인정받았는데도 편법을 써가며 정규직으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CBS를 사랑했던 조직원으로서 비통함을 느낍니다. 저는 건강한 조직은 자정능력이 있는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CBS가 제 사건을 계기로 자정할 수 있는 조직임을 증명해주길 바랍니다.

 

Q. 방송 관련 업계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있나요?

A. 방송계에는 수많은 비정규직이 있습니다. 다만 카메라 뒤에, 마이크 뒤에 가려져 정작 다른 업계에 비해 비정규직 문제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최근 MBC 방송작가들이 지노위와 중노위 그리고 행정소송에서까지 승소하면서 근로자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MBC는 방송작가들을 정규직이 아니라 ‘방송지원직’이라는 무기계약직군을 만들어서 복직을 시킨 바 있습니다. 또 타 방송국의 아나운서들도 각각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해서 원직복직을 한 사례도 있지만, 월 100만원 선의 업무만 주는 등 방송사가 근로자를 괴롭히는 수법은 날로 잔인해지고 있습니다. 제가 우려하는 점은 방송 비정규직들이 정규직으로 인정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 방송사들이 원직복직 과정에서 꼼수를 부리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A. 각 방송사마다 저와 같은 프리랜서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2년이 넘게 근무를 했지만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으면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면서까지 기자회견을 한 건, 제 사건이 저만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는 방송을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방송을 만드는 과정에서 누군가 희생을 강요당하고, 눈물짓게 만든다면 과연 그 방송이 세상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저는 한국기독신문의 독자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좋은 방송을 만들겠다는 열정과 사명으로 오늘도 일터로 향했을 프리랜서 방송인들이 많습니다. 이들이 더 이상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울타리가 돼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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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으로 정규직 인정하지 않는 경남CBS에 비통함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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