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2-12-09(금)
 

한국기독신문 2022. 11월 둘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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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역사를 교육하는 새로운 방법

권혁만 감독이 기독교 영화콘텐츠의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 지금까지 그 어떤 감독도 시도하지 않았던 뮤지컬 장르를 통해 한국 기독교 역사의 태동기를 담았다. 그의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공영방송의 TV 연출자로서 쌓은 경력과 방송세계에서 얻은 경험들이 고스란히 기독교 영화콘텐츠를 발전시키는데 필요한 역량으로 축적되어 온 것을 볼 수 있다. 그의 작품들은 무엇보다 형식적인 면에서 진보하고 있으며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기독교 영화의 세계에서 권감독은 보배와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21세기 들어 한국 기독교 영화를 지배했던 장르는 다큐멘터리였지만 권혁만 감독은 그에게 익숙한 다큐멘터리 장르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다큐멘터리에 드라마를 요소요소에 삽입시킨 ‘팩션 드라마’를 선보였다. 손양원 목사의 깊은 사랑을 보여준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2014)이나 주기철 목사의 타협하지 않는 신앙을 담은 <일사각오>(2016)는 모두 사실에 가깝게 제작된 드라마란 뜻으로 ‘팩션 드라마’에 해당한다. 사실(Fact)에 충실하면서도 드라마적 감동을 주기 위한 소설적 상상력(Fiction)을 사용한 장르를 ‘팩션(Faction)'라 부른다면 지금까지 그의 영화들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KBS PD로 성탄절 특집프로그램을 통해 기독교 역사와 사상을 전해 온 권혁만 감독이 이번에는 한국 최초의 목사 김창식의 신앙과 삶을 뮤지컬 형식에 담아서 돌아왔다. 2021년 12월 성탄 특집으로 방영된 콘텐츠를 극장용으로 재편하여 더욱 넓어진 감동과 역사의 세계로 관객을 안내하고 있다.

1888년 서양인들이 조선 아이들을 유괴해서 삶아 먹는다는 괴소문에 격분한 김창식은 직접 증거를 찾기 위해 서울 정동에 있는 올링거(Franklin Ohlinger) 선교사 집에 하인으로 위장취업을 하게 된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올링거 선교사 부부의 친철함에 감동을 받는 한편 산상수훈을 읽고 기도하다 거듭남을 체험하며 선교사의 길을 걷게 된다. 특히 1894년 5월에 있었던 평양박해의 순간에도 끝까지 신앙을 지키며 홀 선교사(William James Hall)로부터 ‘조선의 바울’이란 별명을 얻은 김창식의 뜨거운 삶을 영화는 뮤지컬로 보여준다.

특히 홀 선교사 부부를 비롯하여 그에게 세례를 준 아펜셀러 선교사, 김창식의 아들 김영진과 홀 선교사의 아들 셔우드 홀이 해주 구세주 병원에서 의사가 되어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는 등 한국선교 초기의 역사와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게 되는 일은 기독교 역사를 단숨에 삼켜버리는 초대 한국교회사의 한 장을 읽는 느낌이다.

<머슴 바울>의 제작사도 이를 충분이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교회의 적극적인 관람만을 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음세대들에게 영화관람후 한국교회사에 대한 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토론자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것은 매우 현명한 일이며 일반 영화와도 차별화되고 기독교 영화의 활용가치를 높이는 일로서 교회의 관심을 적극적으류 유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공영방송의 성탄특집을 바꾸다

한국교회는 미디어가 세상을 움직이는 시대의 도래에 발맞춰 신문과 라디오 케이블TV 등 신 ·구미디어 양쪽에서 나름대로 선교적 소명을 감당해왔다고 자부해왔지만, 유독 공중파 TV와 공영방송 안에서는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종교의 자유와 더불어 종교 간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기독교 신앙이 직접 노출되는 방송은 제작되기도 어려웠고 좋은 콘텐츠를 외부에서 가져다 방영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그나마 기독교 콘텐츠가 마음껏 방송을 탈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성탄절밖에 없었다. 석가탄신일에 불교 영화를 내 보냈다고 비판하는 사람이 없듯이 성탄절만큼은 기독교 관련 영상물들이 ‘성탄특집’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방송의 모든 프로그램에는 제작비가 필요하고 제작비는 사회의 관심 혹은 시청률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는 까닭에 방송제작자들은 안정된 시청률을 얻을 수 있고 사회적 관심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재를 찾기 마련이다. 특히 공영방송의 경우는 준세금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방송수신료로 운용되는 까닭에 시청률과 상관없이 국가나 국민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콘텐츠는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기독교에 대한 관심도 없고 기독교방송콘텐츠를 제작할 때 일어날 수 있는 타종교의 비판이 두려워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다. 즉 지금까지 성탄특집을 담당한 사람들은 기독교 시청자들의 존재와 기독교 콘텐츠가 국가와 사회에 유익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은 미처 하고 있지 못했다. 따라서 우리가 기억하는 성탄 특집물은 212분이라는 긴 상영시간 때문에 평소에는 방송국에서 틀지 않았던 영화 <벤허>와 같이 할리우드의 고전 성서영화를 질리도록 보는 것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21세기 들어 일어난 성탄 특집물의 변화는 2011년 12월 23일, 성탄특집으로 방영한 <KBS스페셜-울지마 톤즈>로부터 시작되었다. 남수단에서 한센병 환자를 돌보며 교육과 봉사를 하다 대장암으로 숨진 이태석 신부의 사역이 다큐멘터리로 방영되면서 성탄특집의 외형과 작품성은 급격히 향상되기 시작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계획을 하는 한편으로 해외촬영과 공들인 편집은 소재 중심을 지향할 수밖에 없는 다큐멘터리의 감동을 배가시키면서 극장판으로 제작되는 데 성공했다.

권혁만 PD의 신앙과 직업에 큰 도전을 준 것도 <울지마 톤즈>였다. <울지마 톤즈>는 명화히 가톨릭에 대한 우호적인 이미지를 그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감동이 극장용 영화로 제작되는 데 까지 이르도록 우리 사회에 미친 선한 파장은 매우 컸다. 그런데 <울지마 톤즈>를 만든 구수환 PD 본인은 신앙이 없는 무신론자였다. 기독교 신앙도 없는 사람이 저토록 감동적인 작품을 만드는데 정작 신앙이 있는 자신이 신앙적 작품을 만들지 못하는 것에 대한 깊은 반성과 성찰은 오늘날 한국의 대표적인 기독교 영화감독으로 권혁만을 만든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성탄특집 다큐멘터리 <죽음 보다 강한 사랑 손양원>이나 <일사각오>도 <울지마 톤즈>의 전례를 따랐다. 드라마형식을 일부 도입하여 세미 다큐 형식으로 과거를 보다 사실적으로 표현하며 역사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적지 않은 관계자와 현장을 일일이 만나고 답사한 결과 수준 높은 기독교 다큐멘터리가 탄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울지마 톤즈>가 극장판으로 재편집되어 적지 않은 관객을 만났듯이 <죽음 보다 강한 사랑 손양원>은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이란 제목의 극장용으로 만들어져 한국교회와 사회에 의미있는 영향을 끼쳤다. 반목과 대립의 사회에서 손양원 목사가 보여준 하나님의 용서와 사랑은 우리의 눈과 귀를 모으기에 충분했던 까닭이다.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은 공영방송의 PD가 극장용 기독교 영화 감독으로서도 충분히 제 몫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 신호탄과도 같은 것이었다.

 

기독교 최초의 뮤지컬 영화

<머슴 바울>이 취한 형식은 뮤지컬이다. 한국 기독교 영화에서 뮤지컬 장르를 택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공연무대에서 기독교 뮤지컬은 인기 있는 기독교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다는 점에서 기독교 뮤지컬 영화의 출현은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교회는 뮤지컬을 제작하는데 최적의 인프라를 가진 까닭에 대중적으로 활성화된 기독교 콘텐츠라 할 수 있다. 예배당에서 강대상을 치우고 할 수 있는 단막극 형태로부터 천 석이 넘는 대형 공연장에 어울리는 대형 뮤지컬에 이르기까지 규모에 맞게 다양한 기독교 뮤지컬들이 그동안 펼쳐져 왔었다. 무엇보다도 교회는 음악과 친숙한 문화를 갖고 있으며, 춤과 노래를 통한 메시지 전달에 능숙한 인력을 찾기가 쉽고 성경과 기독교 역사 속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점은 기독교 뮤지컬이 앞으로도 크게 발전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머슴 바울>은 뮤지컬이 가진 대중적 특징과 교회가 그동안 축적해 온 음악과 이야기의 장점들을 모아 새로운 기독교 영화의 형식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도 MZ세대와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도록 뮤지컬 장르의 장점들을 기독교 신앙과 역사 교육에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는 일반 드라마에 비해서 관객의 이해력과 집중력이 높을 뿐만 아니라 심리적이며 극적인 표현을 노래로 대치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어서 다양한 연령층이 포함된 가족영화로 만들기에 매우 적합하다. 예를들어 주인공 김창식이 혹독한 핍박을 받으면서도 하나님을 부인하지 않는 장면에서 그가 모진 고문에도 신앙을 지켰다는 사실을 극으로 표현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매질을 당하는 김창식이나 매를 든 포졸의 때리고 맞는 연기가 필요하고 이에 따른 특수분장도 해야 한다. 매질을 당하면서도 배교의 유혹을 이기는 장면은 내면의 연기가 필요하다. 이것 또한 연기자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모든 장면을 뮤지컬은 한 곡의 노래로 대체할 수 있다. 노래에 이야기를 담고 내면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신앙을 곡조를 통해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뮤지컬의 음악적 요소가 갖는 특징은 서로 다른 평가를 받기 쉽다. 고도의 연출력을 필요로 하는 장면을 너무 쉽게 간다는 점에서는 뮤지컬을 낮게 평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락성을 갖춘 표현력 때문에 대중에 대한 친화력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머슴 바울>이 지금까지 권혁만 감독이 연출한 영화 가운데서 가장 재미있고 모든 연령층을 수용할 수 있는 대중성이 높은 영화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도 그가 뮤지컬 장르를 택했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는 역사적 사실감을 높이고 드라마를 통해서는 관객의 감정을 사로잡고 음악을 통해서는 즐거운 몰입에 이르게 하는 영화 <머슴 바울>은 기독교 영화콘텐츠의 지평을 넓혔다는 소리를 듣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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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바울’이라 불렸던 사내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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