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교회들의 실력 향상 돕는 ‘한필아카데미’
“필리핀 목회자들이 성경·신학의 든든한 기초를 갖추는데 주력”
10여 년 전 필리핀에 단기선교로 방문했던 김상인 목사(한필아카데미 교육원장, 감천선교교회 원로)는 필리핀 교회들이 한국교회와 긴밀한 관계에 있지만 한국교회의 성경이해 수준과 신학이해 수준에는 많이 못 미친다고 판단했다. 재정적인 지원은 못해도 봉사할 필요를 느낀 김 목사는 세미나와 신학교 강의로 봉사해 왔다. 2011년부터 혼자서 필리핀 목회자와 신학도들을 위해 강의와 세미나를 30회 이상 진행했고, 3년 전에는 조직의 필요성을 느껴 한필아카데미(Kor-Phil Academy for the Bible & Theology, 약칭 KOPABAT 코파밧)를 발족했다.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모여 이사장, 이사 5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밀양에 위치한 다문화카페교회에 소속하게 됐다. 다문화카페교회는 최인기 장로(기독교대한성결교회 선교사)가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신앙생활을 돕기 위해 설립한 독립교회이다. 한필아카데미 역시 필리핀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하며 세계 선교에 뜻을 같이해 최인기 선교사가 아카데미 이사장으로 섬기고 다문화카페교회에 소속하게 됐다.
한필아카데미 교육원장으로 섬기고 있는 김상인 목사는 “필리핀에 교회 건축을 돕는다든지, 어려운 목회자의 생활비를 돕는다든지 이런 것이 다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어느 면으로 보면 필리핀 사역자들이 너무 한국교회, 한국 목회자를 의지하고 자립의지가 매우 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사실 그런 실례들을 알고 있다”면서 “서구의 선교사들이 한국에 와서 교육기관을 세우고 의료기관을 세우고 일반학교와 신학교를 세워 정신적, 영적인 실력 향상에 주력한 결과 한국 교회가 자립교회로 나아가고 세계적으로 부흥된 교회로 발전했다. 물질적 후원보다 이런 분야에 한국교회가 더 주력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또 “저 자신이 약한 교회에 시무하고 있었고 특별한 후원자도 없었지만 제 마음을 그런 방향으로 강하게 이끄시는 감동을 받고 무모할 정도로 시작했다. 하나님께서 저의 마음을 받아주신 여러 증거들을 가지고 10여 년간 이 사역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한필아카데미는 오는 9월 19일(월)부터 21일(수)까지 ‘필리핀 목사들과 함께하는 성경연구 모임’을 개최한다. 대연성결교회(담임 임석웅 목사)와 다문화카페교회가 공동주최하고 한필아카데미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필리핀 목회자 2명을 초청해 세미나를 진행한다. 아카데미는 코로나19로 현지사역을 하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소수의 필리핀 목회자들을 교육해 왔다. 이들 중 2명의 목회자를 초청해 세미나를 열고, 이들이 필리핀에 가서 현지 목회자들을 교육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기획됐다. 처음에는 필리핀 목회자만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열려고 했으나 한국 목회자들도 참석하면 좋은 효과가 있을 것 같아 한 주간의 세미나 중 처음 3일간은 한국 목회자도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다. 참가비는 없으며 능통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거나 필리핀 선교에 관심 있는 목회자, 신학도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한국교회에서 필리핀에 많은 교회를 개척하고 선교사 파송이 활발하자 일부에서는 필리핀을 해외선교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의견이 있다. 이에 대해 김상인 목사는 “천주교 신자들이 많고 이제 개신교인들도 전국 곳곳에 있고, 이만하면 그들 스스로 선교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겠죠. 제가 이 얘기를 바기오에서 사역하시는 한 권사님에게 말했더니 그분은 필리핀 교회의 중요성을 제게 강조했다”면서 “필리핀 남쪽으로 동남아 회교 국가들이 여러 나라가 있고 지금 필리핀도 남부에 위치한 민나다오 섬의 남부 지역에는 공산화 세력도 있지만 회교권의 영향이 크게 미치고 있다면서 그래도 필리핀에 하나님을 인정하는 다수의 국민들이 있어서 회교의 북상을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세계선교에 헌신하고 필리핀에도 많은 정열을 쏟고 계신 것을 저는 귀하게 여긴다. 그러나 이제 필리핀 교회를 물질로 돕는 일을 지양하고 차원 높은 지원을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한-필아카데미를 도우시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이제는 필리핀 교회를 돕는 방식이 변화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지교회의 선교정책을 궤도 수정하고 선교사 파송도 언어적인 능력을 갖추고, 성경과 신학을 현지 목회자들에게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분들이 많이 파송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소견을 두려운 마음으로 피력한다”고 말했다.
또 “한필아카데미가 필리핀 교회에 처음에는 작은 바람을 일으키고 시간이 갈수록 유능한 현지 지도자들을 다수 확보하여 큰 바람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필리핀 교회가 다소 소홀한 이 부분을 채움으로써 자립교회, 세계복음화에 동참하는 필리핀 교회로 변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