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2-09-29(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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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독일 사회는 급격한 변화에의 요구에 직면해 있다. 1970년대 빌리브란트수상으로부터 시작된 동방정책이 종결을 고하고 있다. 동독을 포함한 동유럽과 소련과의 화해와 평화를 지향한 이 동방정책이 그 후에 통일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리고 냉전종식이후에도 이 정책의 차원에서 러시아를 끌어들여 적이 아닌 파트너로 삼고 정치 경제등의 다방면에서 밀착관계를 가졌다. 자연히 자원부국인 러시아에 대한 자원의존도가 높아지게 되었다. 특별히 독일은 석탄과 석유 그리고 핵에너지를 친환경에너지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가스의 가치를 높이 보았고, 그래서 러시아가스를 직접 수송 받는 노르트스트림II에 많은 자본을 투자해 최근에 완공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전쟁은 러시아와의 단절을 가져왔고 러시아가스 의존도가 높았던 독일은 에너지문제에서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모든 산업에 빨간불이 켜지고 올 겨울 나는 것이 서민들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시적으로 석탄발전소가 재가동 되고, 올해 마지막으로 폐쇄할 예정인 핵발전소를 연장하자는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또한 과거 서유럽국가들은 공산권의 몰락으로 평화시대가 도래했다 생각하고 군비를 축소하였다. 독일은 더더욱 그러해서 국방비가 GDP의 1.5%에도 미치지 못했고 국방이 허약했다. 그러나 이번 전쟁을 계기로 독일은 국방비를 연내에 2%로 늘릴 것을 선언했고, 약 134조원의 특별방위기금조성안도 의회를 통과했다. 2010년 나토정상회담에서는 러시아를 ‘나토의 전략적 파트너’라 불렀지만, 이번 2022년 회담에서는 ‘나토에 가장 크고 직접적인 위협’으로 간주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신냉전의 시작이다. 혹자는 독일이 재무장하여 군사강국이 됨으로 미래 유럽안보에 또 다른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미래는 아무도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위기와 시련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차곡차곡 평화와 친환경정책의 길로 갈 것이라 예측한다. 올해 7월 이 위기 가운데서도 독일 의회는 2030년까지 태양열, 풍력등의 재생에너지를 전력의 80%로 끌어올리기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더 신속히 친환경에너지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이것은 이런 정책을 견지하는 정치인들이나 정당에만 달린 것이 아니다. 그들을 뒷받침하는 시민들의 높은 의식과 적극적인 참여가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친환경뿐 아니라 평화에 대한 독일국민의 의식도 분명하다. 나는 슐레지엔 출신의 한 교인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소련은 전후 영토 야욕을 갖고 폴란드 동쪽의 방대한 땅을 빼앗으면서 폴란드에게는 서쪽의 독일 땅 슐레지엔을 넘겨주었다. 이는 독일 전 국토의 20%나 되는 어마어마한 면적으로 조상대대로 수백 년간 살아온 그들의 땅이었다.

내가 만난 교인은 이 슐레지엔에서 서독으로 피난 온 수백만 명의 사람 중 하나였다. 내가 “당신은 옛 고향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없느냐?”라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물론 고향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땅보다 평화가 더 중요하다.” 영토 확장을 위해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벌인 과거의 역사에서 얻은 소중한 교훈이다. 땅보다 평화가 더 중요하다!

그러므로 통일당시 콜 수상이 옛 영토에 대한 미련을 갖지 않고 폴란드와의 현 국경을 정한 오데르나이세 조약을 준수하겠다고 했을 때에 독일국민들은 이를 지지했다. 이웃나라 일본과 비교하면 독일시민의 철저한 평화의식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그들은 어떤 값을 지불하고라도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 확고한 의식 속에 있다. 그리고 이런 시민의식이 정치의 방향키를 붙들고 있기에 독일은 평화와 친환경정책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고 제 길을 갈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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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야기] “평화와 친환경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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