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기다려지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는 옥수수 때문이다. 내가 유독 옥수수를 좋아해서 7-8월 우리집 냄비는 옥수수 찌는 일로 늘 바쁘다. 그래서 그런지 여름이면 아이들 손에 항상 옥수수를 쥐어줬다. 돌 지나서 이것 저것 어른 음식을 먹기 시작할 때부터 옥수수를 주며 야금 야금 씹어 먹게 만들었고, 야외 놀이터나 바닷가에 갈 때도 빠지지 않는 간식이 옥수수였다. 언제 어디서든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옥수수가 가장 맛있을 때는 바로 여름 늦은 밤 시원한 밤바람과 함께 책을 읽으며 아삭 아삭 씹을 때이다.
우리집 4명의 아이들 역시, 내가 옥수수를 삶아 식탁에 올려 두면 샤워를 하고 나와 읽을 책을 들고 식탁으로 모여든다. 한 손에는 옥수수, 한 손에는 책. 여름 밤 이 광경을 보고 있자면, 어른들이 말하는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는 말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옥수수같이 쑥쑥 자라는 아이들이 건강한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상상의 나래를 펴는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저 흐뭇하고, 그저 감사하며, 그저 행복하기만 하다.
옥수수가 맛있게 익어가는 계절이다. 놀이동산, 바닷가 등으로 열심히 놀러 다니다가 일주일에 두세 번 즈음은 밤에 옥수수를 먹으며 가족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가족들과 함께 평안함을 느끼는 그 밤이 아이들의 정서가 안정되고 생각이 자라는 시간
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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