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2-05-20(금)
 


탁지일 교수.jpg

이단 교주의 죽음은, 문제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신이라고 믿었던 교주의 죽음은, 신도들에게 고통스러운 순간이다. 그렇기에 교주의 주검을 눈앞에 두고도 교주의 죽음을 부인하거나, 부활할 것이라는 허황된 믿음으로 주검을 방치하는 비상식적인 일까지 일어난다.

이해는 된다. 그래야만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심지어 가족을 포기하면서까지, 인간 교주를 불로불사 영생불사의 신으로 숭배하며 추종했는데, 그 신이 사망한 것이다. 공황상태다.

교주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순간, 자신의 선택이 실패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종교적 인지부조화의 순간이다. 자신이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다른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 현실을 받아들이기보다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는 편을 선택한다. 그래야만 가족과 지인의 애틋하지만 냉소적인 시선으로부터 자신의 자존감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교주가 죽지 않았다고 주장하거나, 혹은 그 죽음을 이내 미화하고 신격화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단계로 쉽게 넘어간다.

교주가 사망한 후에도 이단 단체에 계속 남아있기로 결정한 이들은 각기 다른 셈법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사리사욕을 계속 채우기 위해 사망한 교주를 이용한다. 누군가는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교주의 죽음을 스스로 합리화한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돌아갈 곳이 없어 이단 단체에 자포자기 상태로 계속 머무는 편을 선택하기도 한다.

결국 교주의 죽음은 문제의 해소점이 아니라, 새로운 전환점이 된다. 6·25전쟁 이후 수많은 기독교 이단들이 발흥했고, 흥망성쇠를 거친 교주들은 예외 없이 사망했다. 하지만 교주가 사망한 후에도, 유사한 이단 단체들은 여전히 질긴 생명력을 유지해 오고 있다.

예를 들면 서울 한복판에서 이미 사망한 구인회 교주를 재림 예수라고 주장하며, 그의 사진이 담긴 전단 벽보를 붙이는 재림예수교 전국복음 전도회 소속 신도들이 아직도 포교 활동을 하고 있다.

스스로를 “구세주”와 “하나님”이라고 주장했던 문선명 교주는 사망했지만, 통일교는 여전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의 부인 한학자는 자신을 “6천 년 만에 탄생한 독생녀”라고 주장하며, 스스로 신이 되어 통일교를 이끌고 있다.

오대양사건과 세월호사건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유병언은 사망했지만, 구원파 기독교복음침례회는 여전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오히려 두 사건을 거치며 충분한 학습효과와 면역력을 키운 모습이다.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는, 1985년 사망한 교주 안상홍을 “재림 그리스도”와 “아버지 하나님”으로 신격화하고 있다. 게다가 소위 “어머니 하나님” 장길자를 중심으로 국내외에서 교세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1988년, 1999년, 2012년의 반복적인 시한부종말론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신도들은 또다시 종말의 때를 기다리고 있다.

만약 신천지 이만희 교주가 사망하면, 신천지가 없어질까? 물론 역사 속의 다른 이단들처럼 반드시 몰락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은 아니다. 이만희가 사망하면, 일단 신격화 교리가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그리고 포스트 이만희를 노리는 추종자들은, 이만희를 이용해 자신의 정통성을 내세우고, 조직을 장악한 후에는, 마침내 자신들의 욕심을 채울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단 교주의 죽음을 계기로 이단을 떠나는 탈퇴 피해자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단이 싫어서 떠난 탈퇴자들의 경우, 반드시 교회를 대안으로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이단도 싫고, 교회도 싫은 혼동과 혼란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피해 치유와 회복을 위한 절체절명의 시간이다. 

만약 교회와 가정이 이단 피해자들을 따뜻하게 품어내지 못하면, 피해는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부활 없는 인간 교주의 죽음을 미화하는 이단들의 허망지설로부터 온전히 벗어나,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에게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준비하는 교회의 선견지명이 필요한 부활절이다.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탁지일 교수] 부활과 이단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