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2-05-20(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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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할 것이다. 정부의 이름은 역사적으로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사용하다가, 일종의 별칭(別稱)으로 부르기 시작한 것은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가 그 시작으로 그 후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라는 명칭이 사용되다가, 다시 ‘이명박 정부’에 와서 다시 대통령의 이름으로 돌아왔다. 이는 아마도 미국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데, 다만 미국에서는 바이든 행정부(administration)라고 부르고 있는 점에 비추어 ‘윤석열 행정부’가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성경에서도 이름 또는 명명(命名, naming)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성경 곳곳에서 이름에 따라 그 사람의 성격과 운명이 결정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표현되고 있다. 예수님도 의미심장한 순간에 제자 시몬에게 게바 또는 베드로라는 이름을 지어주신 것을 보면 ‘이름’은 성경을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다. 이름과 관련하여 성경에서 평소 궁금했던 부분 중 하나가 ‘사울’에서 ‘바울’로의 이름 변경의 배경이다. 이전까지는 다메섹 도상(途上)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후 ‘사울’이 ‘바울’이 되었다는 설교가 강한 인상으로 자리 잡아 아마도 그 무렵 언제쯤 이름을 바꿔 부르게 된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이름이 바뀌는 과정을 서술하고 있는 사도행전 13장에서는 이름 변경의 배경을 1차 전도 여행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울이 바나바와 함께 바나바의 고향인 구브로(Cyprus)섬에 도착하고, 섬을 가로질러 바보(Paphos)에 이르러 바 예수(Bar Jesus)라는 마술사(엘루마), 유대인 거짓 선지자를 만나 그의 방해를 물리치고 총독인 서기오 바울(Sergius Paulus)에게 복음을 전하고 믿음을 갖게 했다는 기사를 서술하는 과정에서, 특히 위 마술사를 주목하여 꾸짖는 장면에서 사도행전의 저자인 누가는 그 이전 줄곧 써왔던 ‘사울’이라는 이름 대신에 ‘바울이라고 하는 사울’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다가 그 후론 ‘사울’이라는 이름을 지우고, 그 이름을 ‘바울’로 통일하는 기술(記述)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름이 변경된 이유나 배경과 관련하여 학자들 간의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나 그 중 눈길을 끄는 설명이 있다. 초대 교부시절부터 주장되어 오랫동안 인정받았으나 최근에 강한 비판을 받고 있는 해석으로, 그 주장의 요지는, ‘사울’로부터 ‘바울’로의 이름 변경과 관련하여 “로마의 장군 스키피오(Scipio)가 아프리카(Africa)를 점령한 후 그의 이름(nomen) 뒤에 아프리카누스(Africanus)가 추가된 것처럼 ‘사울’이 총독 ‘바울’을 개종시킨 후 ‘바울’이라는 새로운 이름(agnomen)을 얻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로마의 특이한 명명법(命名法)에서의 착안한 발상이 아닐까 한다. 로마의 이름 체계상 ‘아그노멘’(agnomen)은 일종의 별명(別名) 내지는 훈장(勳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주장은 총독 ‘바울’이 믿음을 갖기 전에 이미 ‘사울이 바울로도 불렸다’(행 13:9)는 본문과 배치되지만 그 주장의 동기는 많은 생각을 갖게 했다. 이는, 우리의 이름이, 인생의 어느 순간을 지나며 우리의 성취를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본다면 ‘윤석열 정부’, 아니 ‘윤석열 행정부’는 출범시 이름(노멘)에 불과하고, 역사에 기록될 이름(아그노멘)은 분명 다를 것이라는 점이다. 선거 과정에서 외쳤던 ‘공정의 정부’가 될지, ‘상식의 정부’가 될지, 아니면 ‘국민통합정부’가 될지는 앞으로 5년간 그 정부가 이룬 업적으로 말미암아 그 이름이 역사적으로 최종결정될 것임은 분명하다. 부디 국민들의 정권교체에 대한 오래고 깊은 열망을 떠안아 탄생한 정부니만큼 5년이 지나 다시 얻게 될 이름이 영광의 ‘아그노멘’이 되길 기도한다. 그래야 찬반을 넘어, 코로나를 뚫고, 밤잠을 설친 모든 주권자들이 행한 투표의 가치가 온전히 구현되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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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시섭 교수] 노멘(nomen)과 아그노멘(agno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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