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2-01-26(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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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성 목사 (울산신정교회)

1989년 2월까지, 14살짜리 중학생이던 나는 감정과 의지의 밑바닥을 계속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완전히 무너져버린 상태였다. 끝도 없이 추락하는 성적과,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 중독으로 인해 무너져가는 의지, 그로 인해 점점 커져가는 나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과 좌절감... 나를 인정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은 내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청소년에 불과했던 내게 그런 삶은 스스로에 대한 마지막 희망의 끈도 놓아버리게 만드는 필요충분조건이었다.

하지만 2월 5일 오전, 난생 처음 교회에 발을 내딛고, 예수님을 만나게 되면서 나의 삶은 완전히 변화되기 시작했다. 하나님을 만나고 새로운 꿈이 생기면서 공부할 이유를 발견하게 되었고, 하나님의 걸작품으로 만들어진 자아상을 성경 속에서 발견하면서 나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독 증세가 내 삶 속에서 서서히 사라지게 되었다. 청소년 시절, 브레이크 없이 바닥으로 치닫던 인생이 역전되어서, 하늘을 향해서 달려가는 삶으로 변화된 것이다.

 

지금 돌아볼 때, 이는 나를 향한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이지만, 그 가운데는 나로 하여금 하나님 안에 거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친구가 되어주신 교역자, 교사들이 계셨기에 가능했던 것을 깨닫게 된다. 그분들은 삐뚤어지고 모난 내게 찾아와 내게 친구가 되어주셨다. 그분들은 내가 먼저 찾아가기를 기다리지 않고 늘 내게 먼저 찾아오셨다. 학교 앞에 찾아오셨고 집에 찾아오셨으며 내 인생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다가오셨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인정해주지 않았던 나의 꿈을 인정해주시며 이 꿈의 언젠가는 너의 현실이 될 것이라고 응원해주셨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 때의 꿈대로 목회자로 살아가고 있다. 나는 그분들을 통해 나 같은 사람도 교회에서는 사랑받는 존재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고,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었다.

 

이천 년 전, 성자 하나님께서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서, 인간의 몸을 입고, 인간이 거하는 땅에 내려오셨다. 그리고 인간과 함께 33년을 거하시면서 당신의 사랑과 헌신을 보여주셨다. 하나님이신 예수님께서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심으로 이루어진 하늘과 땅의 만남, 그것을 성육신(incarnation)이라고 한다.

 

나는 청소년 사역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리 중 하나가 바로 성육신의 원리라고 생각한다. 인간을 만나기시 위해서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내려오신 예수님처럼, 청소년들의 만나기 위해서는 우리가 청소년들의 수준으로 내려가야 한다. 그들의 언어로서 함께 이야기하고, 그들의 문화로서 함께 호흡하고, 그들의 고민 속에서 공감해주고, 함께 아파해주는 것이 성육신적인 청소년 사역이다. 지금 돌아볼 때 나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셨던 분들의 사역 역시 성육신적인 사역이었으며, 성육신하신 예수님을 닮아가는 삶이었음을 이제야 깨닫게 된다. 나는 이 성육신적인 사역을 ‘눈높이 사랑’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우리의 눈높이에 그들의 눈높이를 맞추도록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눈높이에 우리의 눈높이를 맞추어 주는 것이다.

 

청소년 사역을 하기 위해서는 청소년들과 눈높이를 맞춰줄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의 언어, 생각,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이해에서 그치지 않고 그 삶 속으로 뛰어드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주일 오전에 교회에서 기다렸다가 일주일에 딱 한번 만나는 사역이 아니라, 주중에 학생들의 삶 속에 찾아가야 한다. 학교의 교문 앞에 찾아가서 점심시간에 잠시 얼굴 보고 하이파이브 한번 하고 간식 하나 쥐어주고 오더라도 우리가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아이들도 안다. 주일날 만나서 “보고싶었다.”는 교역자, 교사의 말이 진심인지 그냥 하는 말인지 안다. 주중에 연락 한번 없고, 만나려는 노력 조차 없었으면서, 주일날 만나서 보고싶었다고 말하는 것은 그들에게 아무런 감동도 줄 수 없다. 학생들은 그런 말보다는 주일까지 기다릴 수 없어서 주중에라도 그들에게 연락하고 찾아가는 마음의 발걸음을 원하고 기다린다.

 

나는 지난 25년간 청소년 사역을 하면서 평일에는 거의 매일 제자들이 다니고 있는 중고등학교에 점심시간마다 찾아가거나 밤늦게 학원 앞에서 만나왔다. 그곳에서 기도회를 하거나 예배를 드리는 건 아니지만, 잠시 얼굴 보고 싶어서 등 한번 두드려 주고 싶어서 찾아가는 나의 발걸음이 그들에게는 눈에 보이고 가슴으로 느껴지는 복음이 되었음을 돌아보게 된다.

 

사랑은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다. 주님께서 우리의 눈높이에 당신의 시선을 맞춰주심으로 우리가 그분의 친구가 될 수 있었듯이, 누군가의 사랑과 관심을 필요로 하는 청소년들에게 이제는 우리가 눈높이를 맞춰줘야 할 시기이다. 교역자, 교사로 사역하는 사랑하는 동역자들의 눈높이가 청소년들의 눈높이와 수평을 이루고 함께하는 올 한해가 되길 소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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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세대칼럼] 눈높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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