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2-08-09(화)
 


최현범 목사.jpg

독일에 가서 늘 궁금했던 것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와 베네룩스3국등 6개 국가에서 출발해서 지금은 27개국으로 확대된 유럽연합(EC)이라는 체제였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한 나라 안에도 민족과 언어가 달라 갈등하고 싸우는 나라도 있는데 말이다. 네덜란드로 가기 위해 처음 독일 밖으로 나갈 때에 국경에 초소도 없고 통제하는 사람도 없는 것이 신기했다. 이미 1985년에 생켄조약을 따라 국경을 완전 개방한 것이다. 그리고 1999년 화폐도 유로화로 통일되면서 EC는 경제통합공동체가 되었다. 그 전에는 국경만 넘으려 해도 환전에 신경 써야 했는데, 모두 유로화를 쓰니 얼마나 편했는지 모른다. 정말 하나의 느슨한 연방국가라는 느낌이 들었다.

 

1945년 전까지만 해도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었고, 수많은 전쟁을 치른 나라들이 맞나 싶을 정도의 통합을 이룬 것이다. 얼마 전 영국이 탈퇴하는 등 EC 붕괴설이 나돌기도 하지만, 그리 쉽게 무너질 체제가 아니다. 서로 다른 언어와 민족이고, 저마다의 역사와 전통과 이해관계를 가진 나라들이 이렇게까지 하나됨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오랜 세월을 공유한 기독교문명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이것도 중요한 토대가 되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평화에 대한 갈망이다. 두 차례의 야만적인 세계 대전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본 유럽인들은 평화보다 귀한 것이 없음을 체득했다. 그것은 그야말로 어떤 값을 치르고라도 지켜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평화에 대한 열망이 훗날 독일통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전쟁 한 가운데서 평화를 꽃 피운 크리스마스 휴전은 유럽평화의 밑거름으로 회자되는 실화이다. 1차 대전이 발발한 1914년 독일과 연합군 양측은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참호전으로 수많은 희생자를 내고 있었다. 그해 12월 24일 전쟁터에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독일 군인들이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합창했고, 그 소리가 영국군진지까지 울려 퍼지면서 이를 듣던 영국 군인들도 이 찬송을 함께 불렀다. 한낮까지만 해도 총과 포탄소리로 진동하던 전선은 양쪽 젊은이들의 크리스마스 찬송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그 찬송들은 미움과 증오로 얼어붙고 피폐해졌던 군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었다. 크리스마스의 동이 터올 때에 한 독일군 병사가 작은 나무에 초를 단 크리스마스트리를 손에 들고 영국진지 쪽으로 걸어갔고 이를 본 영국군인 하나가 참호에서 나와 서로 평화의 악수를 나누었다. 뒤이어 양쪽 병사들이 하나 둘씩 나와 서로 악수를 하며 성탄 인사를 나누면서 크리스마스 휴전이 시작되었다. 이들은 주변에 널려진 동료의 시신들을 땅에 묻을 수 있었고, 심지어 서로 축구를 하면서 샬롬의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비록 짧은 휴전이 끝나고 전쟁은 다시 시작되었지만, 이후 유럽에서 평화를 말할 때에 즐겨 회자되는 감동적인 일화가 된 것이다.

 

이 성탄절의 주인이신 예수님은 평화의 왕이시다. 그러므로 그를 높이고 찬송할 때,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은 미움과 증오 그리고 싸우려는 욕망은 힘을 잃게 된다. 이번 성탄절에 우리 주님의 평화가 온 세상 속에, 특별히 갈등과 분쟁으로 가득 찬 곳에 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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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야기] “성탄절에 울리는 평화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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