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2-01-26(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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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독일에 간 1992년은 독일 통일 2주년을 기념하는 해였다. 지금과 달리 그 당시 우리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세계 경제대국이고 문화강국이었던 독일에 부러운 것이 많았지만, 가장 부러웠던 것은 그들이 일궈낸 이 통일이었다. 세계에서 외세에 의해 분단된 단 두 나라 가운데 독일이 먼저 통일을 이루면서 우리만 유일한 분단국으로 남게 된 것이다.

1994년 종교개혁 유적지를 방문하기 위해 과거 동독지역을 처음 방문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루터유적지가 옛 동독지역에 있기 때문이다. 동독으로 넘어가면서 옛 서독과 동독 국경휴게소에 들렀다. 당시의 동독초소 하나만 남아있을 뿐 다 철거되어 5년 전까지만 해도 살벌하고 긴장된 국경이었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았다. 나는 동서독을 가로막았던 담장이 무너진 터에 서서 간절히 기도했다. ‘우리나라도 속히 통일을 이루어주십시오. 동독과 동유럽이 와해된 것처럼 북한정권도 와해되고, 그래서 독일처럼 자연스럽게 흡수통일 되게 해주십시오.’ 이렇게 말이다.

1989년부터 시작된 동유럽의 붕괴, 소련연방의 해체 등 공산권이 무너지면서, 우리나라 사람들 은 북한의 붕괴와 아울러 그렇게도 염원하던 통일이 곧 올 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벌써 30년 가까이 흘렀지만, 통일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독일은 되었는데, 우리는 왜 안 되는 것일까? 독일과 우리가 처한 역사적인 상황, 대내외적인 상황이 다르다는 등의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독일은 통일을 위해 준비가 되어 있었고 우리는 준비가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독일통일을 행운으로 생각한다. 동유럽공산권의 갑작스런 붕괴 가운데 동독정권이 붕괴되고 그래서 서독이 날로 동독을 흡수하면서 통일을 이뤘다는 것이다. 심지어 서독에서 미처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가운데 갑자기 통일이 됨으로 말미암아 통일 이후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평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것은 지극히 피상적인 판단이다. 독일은 통일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왔고, 그런 가운데 기회가 찾아왔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붙잡았다. 기회를 붙잡아 통일을 이루는 것도 어찌 보면 실력인데 그것이 독일에게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오해해서 안 되는 것은 동독은 붕괴된 것이 아니고 독일통일도 흡수통일이 아니다. 만약 정말 동독정권이 붕괴되고 흡수통일이 되는 것이었다면 훨씬 엄청난 혼란과 위험이 있었을 것이다. 내가 동서독국경선에서 가졌던 생각처럼, 또 지금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염원하는 바처럼, 만약 북한 정권이 붕괴가 된다면 과연 어떤 시나리오가 전개될까? 북한이 순순히 우리 손에 들어오게 될까? 혹 우리 손에 들어온다고 해도 북한 주민이 순순히 우리의 통치에 순응하려고 할까? 북한 주민 2천5백만을 경제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까?

우리는 통일에 대한 환상과 나이브한 생각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보다 한 발짝 앞서 이루어진 독일통일을 객관적으로 직시하고 우리가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바라고 기도해야 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앞으로 몇 회에 걸쳐 독일통일과 그 속에서 독일교회의 역할을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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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야기] “통일을 이룬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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