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09-23(목)
 

김운성 목사.jpg

<냉수 마시고도 이 쑤신다>는 말이 있습니다. 빈속을 냉수로 채웠는데도 남들 앞에서는 마치 고기라도 먹은 듯이 행동한다는 말입니다. 빈털터리 신세를 들키지 않으려는 심정이 측은하게 여겨집니다. 나쁘게 보면 위선으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차라리 배가 고프니 먹을 것을 달라고 말하는 것이 솔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자존심 때문이라면 어떨까요? 위선이라고 비난하기엔 좀 숙연해지지 않나요? 오래전에 이런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유럽의 어느 나라 식당에서 노부부가 음식을 주문했는데, 아내가 먹는 동안 남편은 바라보기만 하더랍니다. 같이 먹지 않는 이유는 곧 밝혀졌습니다. 잠시 후 아내가 식사를 마친 다음에 남편이 아내의 틀니를 끼우고 식사를 하더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 모습을 아내는 지켜보았겠지요. 가난해서 부부 모두가 틀니를 할 형편이 못되었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부부는 행복해 보였다니, 틀니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오랜 세월의 사랑이 두 사람의 치아 구조까지 닮게 했다고 생각하며 마음이 짠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누가 부부의 틀니를 함께 사용하는 것을 지적하고 비난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부부의 자존심은 상처를 받게 될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지키고 싶은 마지막 선이 있습니다. 그것이 무너지면 살고 싶은 생각이 사라질 것입니다. 삶을 버티게 해 주는 마지막 존엄성, 그것이 자존심 아닐까요?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유는 천차만별입니다. 가난 때문인 경우가 있는가 하면 부자인데도 비극에 빠지기도 합니다. 가난 때문에 삶을 포기할 생각을 하는 사람은 부자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유는 다양합니다만, 공통점은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배후에는 버틸 수 있는 자존감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삶을 지탱하도록 해 주는 최소한의 자존심, 혹은 자존감이 필요합니다.

 

 오늘 지구촌에서 사람답게 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보면서 대한민국의 현실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며. 사회적 갈등이 극에 달한 대한민국에 사는 것을 힘들어했었지요.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을 보면서 우리 형편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도 감사하지 못하고, 깊이 절망하고 좌절한 이들이 많은 것은 분명합니다. 더욱이 코로나로 인한 박탈감이 심합니다. 경제적 어려움과 심리적 위축이 극에 달해 있습니다. 목회자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난 한 해 동안 교세가 많이 줄었습니다. 부흥이란 흥분된 목표를 가슴에 품고 목회자가 된 많은 이들이 위축되어 가는 교회 현실을 보면서 절망합니다.

 

 이런 우리를 버티게 해 주는 마지막 자존감은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요? 오늘 본문은 가장 근원적인 자존감의 이유를 말씀합니다. 요한복음 1장 12절은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라고 했습니다. 예수님을 영접하는 자는 하나님의 자녀가 됩니다. 우리가 그런 사람입니다. 그런데 13절은 놀랍습니다. <이는 혈통으로나 육정으로나 사람의 뜻으로 나지 아니하고 오직 하나님께로부터 난 자들이니라>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은 혈통이나, 육정으로, 사람의 뜻과 사람의 방식에 의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하나님께로부터 난 자들입니다. 즉 하나님께서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낳으신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가 된 근거는 우리 자신이 아니라, 하나님이십니다. 적어도 우리는 하나님께서 지으셨고, 하나님께서 당신의 자녀로 삼으신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사탄이 우리를 죽일 수 없고, 세상이 우리를 해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근원은 하나님이십니다. 세상이 우리를 흔들 때, 우리가 마지막으로 외칠 것은 <나는 하나님으로부터 난 하나님의 자녀다>란 외침입니다. 이것이 성도의 마지막 자존심입니다. 질병, 가난, 실패, 상처들이 우리를 흔들어도 하나님으로부터 난 이상, 우리는 패배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낳으신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이 최후의 자존감을 붙잡고 어지러운 세상을 이겨나가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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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연구]하나님께로부터 난 자들(요한복음 1장 13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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