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입시 제도는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와 많이 달라졌다.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당연히 공부가 필수이지만, 봉사 활동과 같은 이른바 ‘스펙’들도 필요하다. 그런데 학교에 있다 보니 아이들이 봉사 활동을 하고 싶어도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이리 저리 방법을 알아보던 중 우연히 ‘밥퍼(밥퍼나눔운동)’를 알게 되었다. 마침 서울 다일교회 담임 목사로 계신 김유현 선배의 도움으로 밥퍼 본부를 소개받고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봉사활동을 했었다. 본부장님이 우리 학생들 20명을 매주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셨다.
밥퍼 봉사는 매주 토요일 오전 부산 시청 광장에서 노숙인들과 노인들에게 밥을 퍼 주는 사역이었다. 우리 학교 아이들은 여기에 동참하여 설거지, 식판 나르기, 어르신들 안내하기 등의 봉사를 했다. 섬김의 정신을 배우면서, 아울러 봉사 시간도 덤으로 얻는 교육의 장이기도 했다.
아이들은 열심히 봉사 활동을 했다. 처음에는 내가 매주 참석했지만, 학교 업무가 많아지고 다른 봉사 단체와도 연결되면서 매주 참석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학생 중 S를 팀장으로 세워 그에게 밥퍼 봉사의 인솔을 맡기고, 나는 다른 봉사 활동을 진행했다.
그렇게 몇개월이 지났다. 어느 날, 뜬금없이 봉사팀장으로 임명했던 S가 이렇게 물었다.
“목사님, 여기 오신 어르신들 밥값이 얼마나 드나요?”
나 역시 모르는 사항이었기에 국장님께 물어보았다.
“국장님, 이렇게 어르신들 식사 대접을 하면 하루에 비용이 얼마나 듭니까?”
“음, 300만 원 정도 듭니다.”
국장님과 내가 대화하는 것을 듣더니 S가 끼어들었다.
“목사님, 15년 안에 제가 한번 쏘겠습니다. 그리고 계속 저분들께 밥을 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참 귀한 말이다. 그동안의 봉사 활동을 통해 많이 성숙해진 것 같았다. 물론 S의 말이 지켜질지는 이제 7년 후(위의 약속을 한 후 8년의 시간이 흘렀다)가 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어려운 노숙인들을 위해 밥을 쏠 수도 있고, 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부의 목적과 돈을 버는 목적이 적어도 다른 사람들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S는 앞으로 거룩한 부담감을 가지고 살게 될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이들의 스펙을 쌓게 해 주기 위한 도구로 봉사 활동을 시작했지만, 아이들은 어느새 작은 섬김 속에서 또 다른 가치를 발견하고 있었다. 나는 S가 대견스러웠다.
“짜식, 꼭 그렇게 해라.”
그랬더니 돌아오는 말이 걸작이다.
“네, 목사님. 오천 명을 먹이겠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오천 명을 먹이는 사람’이라는 가치가 아이들에게 알게 모르게 삶의 모토가 되어 가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은 대학 입시에서 면접관들을 대할 때마다 오천 명을 먹이는 사람의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단다. 이는 분명 일반적인 고등학생들이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면접관들이 면접 중에 칭찬하더라는 이야기를 자주 전해 듣는다. 가치교육은 이런 것이다. 무엇을 위해 살 것인지를 알게 해주는 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