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07-30(금)
 

최현범 목사.jpg

2000년 경 독일 남부의 대도시인 뮌헨을 방문했을 때에 근교에 있는 다카우 수용소를 찾았다. 이곳은 나치가 집권하자마자 만들었고, 유대인 뿐 아니라 나치에 반대하는 정치범들을 가둔 수용소로 여기 수용된 약 20만 명 중 정식재판 없이 처형된 사람이 41,500여명에 이르렀다. 이 수용소는 나치가 독일 전역에 만든 수용소 중에 가장 먼저 서방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는데, 미군들이 처음 도착했을 당시 부헨발트 수용소에서 이곳으로 보낸 ‘죽음의 기차’에 2300여구의 시신이 있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후 이 시신들을 비롯해서 다카우 수용소의 비참한 장면들이 공개되면서 나치의 끔찍한 만행이 전 세계에 드러나게 되었다.

독일에는 다카우나 부헨발트 수용소와 같은 나치시대의 수용소들이 박물관처럼 보존되고 전시되어 있다. 당시 나치들이 반유대 감정을 조장하는데 사용했던 포스터부터 시작해서 그들의 문서들, 생체 실험 등의 만행들이 상세히 전시되어 있고, 수용소 내부를 공개하여 당시 수용자들의 비참했던 실상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또 이곳 수용소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아우슈비츠와 같은 곳에서 자행된 유대인들 집단학살에 관한 내용도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사실 그 가해자들은 다른 누가 아닌 한 세대 전의 독일인들이다. 그들 중에는 나치와 그에 동조하여 이런 범행에 직접 가담한 사람들도 있었고, 이런 수용소내의 끔찍한 일을 자세히 모르고 있었다고 해도 그런 일을 자행한 나치정권을 선택하며 적극적으로 지지한 사람들도 있었고, 침묵하면서 소극적으로 방관한 사람들도 있었다. 하버드대의 골드버그는 ‘집단범죄’(collective sin)라는 개념을 적용하면서 그 시대의 독일국민들은 반인륜적인 나치범죄의 공범자라고 말했다.

이처럼 분명 자신들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부끄러운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이 모든 것을 객관화시켜서 있는 사실 그대로를 숨기지 않고 다 발가벗겨 보이고 있다. 마치 그들의 자녀들과 외국인들에게 우리가 이처럼 잔인하고 못된 민족이었소 하고 전시하는 것 같이 말이다. 그리고 TV에서는 자주 미국에서 만든 2차 세계대전 영화들을 방영해주고 있다. 그 영화에서 당연히 독일군이 양민을 괴롭히는 악한 놈들로 묘사되고 미국군은 의로운 군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독일인들은 그런 영화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뿐만 아니라 지금도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저녁 메인뉴스에서 나치의 만행과 홀로코스트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나는 여기서 독일이 과거 역사의 굴레로부터 자유로워진 모습을 보게 된다. 그들은 진정한 참회의 과정을 통해서 과거 나치 독일과 지금의 독일을 분리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 독일인들은 나치 독일에 대한 세계인들의 비난을 담담히 받을 뿐 아니라, 자신도 함께 그것을 비난할 수 있는 위치가 된 것이다. 이것은 어떤 특별한 정당이나 몇몇 정치인들의 정치이념이 아니다. 사회전반에 두터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고, 나아가 학교에서 나치가 보여준 독재, 인종차별, 민족주의의 위험성을 철저히 교육함으로 건강한 시민의식이 세대를 이어가게 하고 있다. 고통스럽지만 정직한 회개를 통해 지난 날 지은 죄의 굴레에서 자유케 되는 신앙의 원리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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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야기]독일의 역사의식(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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