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05-18(화)
 

김희정 대표.jpg

“엄마, 나 갑자기 다리가 가려워. 그리고 온 몸이 뜨거워, 열나는지 한번 봐줘”

중학교 1학년인 첫째가 주일 저녁 샤워를 끝내고 나오면서 힘이 없는 얼굴로 아프다고 말을 했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후로 크게 아픈 적이 없던 아이라 아프다는 한 마디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철렁하며 얼른 아이의 몸을 훑어 보았다.

아이의 말대로 온 몸은 뜨거웠고, 가렵다던 다리는 붉은 반점들이 빼곡히 올라와 있었다. 의사는 아니지만 10년 넘게 아이 4명을 키우며 크고 작은 병과 함께 살아왔기에 겉으로 드러난 증상만으로 어렴풋이 추측해볼 수 있는 병명들이 몇 가지 있는데, 지금 이 상황은 ‘알러지 반응으로 인한 두드러기’ 같았다. 그리고 열을 재보니 38.4도. 걱정스런 수치였다.

일단, 집에 있는 비상약을 먹인 후 상황을 보고 아이에게 물었다.

“너무 힘들면 지금 응급실에 가고, 참을 수 있을 정도이면 오늘 밤만 지나고 내일 아침에 일반 병원 갈 수 있어. 어떻게 할래?”

아이는 처음에는 견뎌보겠다고 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붉은 반점이 커지고 더 가려워지는 것을 느끼더니 도저히 안되겠다며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는다.

 

밤 11시 30분.

그렇게 나는, 열이 펄펄 나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 앞에 앉았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이용하던 병원이라 이 시간에 응급실에 오면 어떤 절차를 밟는지 미리 알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응급실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꽤 길다고 느끼던 순간, 간호사가 나와 몇가지 설명을 해주었다.

“지금 부산에 코로나 환자가 증가하고 있어서, 열이 나는 경우 진료를 보려면 코로나 간이 검사를 먼저 해야 합니다. 앞에 환자도 코로나 검사를 받는다고 지금 대기 시간이 길어진거거든요. 보니까 학생이 열이 나는거 같은데 한번 재볼께요.”

간호사는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열을 재보더니 38도가 나온다며, 이럴 경우 코로나 검사를 해야지 진료를 받는다며 보호자인 내게 동의를 구했다.

 

아이의 치료와 회복을 위해서는 당연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코로나 검사를 해야하는 것이 당연한데, 순간 나는 망설이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오늘 교회에 다녀왔고, 물론 방역 수칙을 다 지키고 거리 두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첫째는 어른 예배, 청소년부 예배를 다 드렸고 마치고는 친구들과 잠시 운동을 하기도 했다. 지금 열이 나는 것은 알러지 반응 때문이지만 설마, 혹시, 만의 하나 코로나이면…

눈 앞이 캄캄했다. 그렇지 않아도 교회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비난의 대상이 되고 교회는 온갖 곤란을 다 겪게 되는데, 만약 우리 아이 때문에 그런 일을 겪게 된다면… 너무 끔찍하고 생각하기도 싫었다.

 

1분 정도의 시간 동안 난 이미 지옥을 경험하고 온 것만 같았다.

그래도 아이가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혹시… 혹시… 부모로서 한없이 무너지는 순간에 첫째가 “엄마, 나는 진짜 코로나 검사는 하기 싫어요. 면봉을 코 끝까지 넣는단 말이에요. 그리고 나는 지금 두드러기 때문에 열이 나는 거에요”라며 집에 돌아가자고 재촉하는 것이 아닌가!

 

상황이 이렇게 되면 엄마는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아이를 위해서 코로나 검사를 받자고 권유해야 하는데, 나 역시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고 두려웠다.

 

그리고 난 아이를 핑계대며 마치 죄인인 것 마냥 응급실을 빠져 나왔고,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올랐다.

‘지금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거지. 코로나 검사가 뭐라고. 그리고 만약 진짜 코로나라면 확실히 검사받고 치료해야 하는데 나는 엄마인데 왜 겁쟁이처럼 도망치듯 병원을 나온거지’라는 생각과 ‘그래, 일단 오늘은 안돼. 아이가 하루 종일 교회에 있다 왔는데 혹시라도… 오늘은 절대 안돼’라는 두 마음이 계속 갈등하면서 죄책감 자괴감 등 온갖 나를 정죄하는 감정들이 몰려왔다.

 

이날의 끝은 어떻게 되었을까?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한 시간이 채 못되어 다시 그 병원을 찾았다. 큰 아이는 가려워서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고, 본인 스스로 코로나 검사를 받겠다고, 그래서 진료 후 간지럼증이 없어질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나섰다.

아이는 코로나 검사도 했고(물론 나는 이 때도 마음이 쿵덕쿵덕, 폭풍 불안감이 밀려왔다) 당연한 결과지만 음성으로 나와 두드러기 치료 주사 한 대를 맞고 언제 그랬냐는 듯 증상이 싹 사라져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길고 깊었던 밤이었다.

나는 그날 밤 아이의 치료보다 더 큰 나의 두려움과 불안을 마주했고, 그 무엇보다 내가 제대로 된 기독교인인지, 아니 나는 상식적인 사회인인지에 대한 물음도 흔들리고 있었다.

은혜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그날 밤 나는 오랜만에 엄마로서 하나님을 깊이 찾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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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크리스천 자녀 양육기]아이의 아픔에 대처하는 참을 수 없는 부모의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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