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05-18(화)
 

홍석진 목사.jpg

최근 출간된 브레흐만(L. Bregman)의 책『휴먼카인드(HUMANKIND)』의 한 대목입니다. “인터넷에는 기원을 알 수 없는 우화 하나가 떠돌고 있는데, 단순하지만 심오한 진리가 담겨 있다. 어떤 노인이 손자에게 이야기한다. ‘나의 내면에서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두 마리 늑대의 처절한 싸움이다. 하나는 분노에 차 있고 탐욕스러우며 질투가 심하고 교만하고 비겁하다. 다른 하나는 평화롭고 타인을 사랑하며 겸손하고 관대하며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다. 너의 내면에서도 두 마리의 늑대가 싸우고 있다. 다른 모든 사람도 마찬가지다.’ 잠시 뒤 손자가 '어느 쪽 늑대가 이기나요?' 묻자 노인은 미소 지으며 대답한다. ‘네가 먹이를 주는 쪽이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 안에서는 어떤 늑대가 자라고 있나요? 아마 전자라고 대답할 사람들이 더 많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런 결론을 예상하면서 인용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그런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인간 사회에는 어려운 일이 생길 때 생각보다 의외로 미담과 선행이 자주 발생한다는 사실 말입니다. IMF 사태(1997) 때와 서해안 기름유출사건이 발생했을 때(2007) 일어났던 일을 생각해 보십시오. 너나 할 것 없이 금을 내놓고, 시간과 땀방울을 아낌없이 헌신하지 않았습니까? 우리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2005년 미국 남부에 허리케인(Katrina)으로 인해 미시시피 강이 범람해서 대홍수가 났을 때 강으로 변해버린 도심 곳곳에 작은 함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수재민들을 돕기 위해 구호품을 싣고 손수 보트나 작은 배들을 몰고 멀리 텍사스 같은 곳에서까지 사람들이 하나 둘 달려왔던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참으로 어려운 시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 더 심한 고비를 넘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혼자 힘으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도전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바로 ‘연대(連帶)’입니다. 20세기 초반에 이른바 '제3의 권리'로서 바로 이 "연대의 권리"라는 신종 인권(人權)을 주창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조롱을 당하기 일쑤였습니다. 이기적 유전자를 장착한 인간이 쉽사리 연대할 수 있겠느냐는 비관적인 전망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많이 변했습니다. 이제는 인권이 아니라 시민권 차원에서도 새로운 개념을 정립하려는 시도들이 속출합니다. 캐나다 정치철학자 킴릭카(Kymlika)는 ‘다문화시민권’ 이론을 내세운 바 있고(1995), 최근 들어와서는 ‘사이버시민권’과 함께 ‘지구시민권’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최 현,『인권』). 현재 인류 앞에 과거 여느 때와는 달리 국경을 넘어 인종을 초월해서 함께 하지 않으면 감히 맞서기 힘든 상황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비드19와 미얀마 쿠데타 혹은 일본의 방사능오염수 배출 시도와 같은 거시적인 사태들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서 너와 나를 구별하지 않고 연대하여 고난을 헤쳐 나가는 모습을 우리는 자주 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홀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 속에 놓인 분들이 많습니다. 세상에 나온 지 두 달이 다 되어 가는데도 이제 2kg 몸무게에 겨우 산소마스크를 뗀 어느 선교사님의 조산한 아기,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불의의 사고로 잃고 모든 것을 상실해버린 아픔 속에서 지금도 흐느끼고 있는 어머니, 남편을 잃고 성치 않는 아기를 데리고 낯선 하늘 아래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주민 모자(母子)... 이들에게는 누군가의 따뜻한 시선과 보살핌이 절실합니다. 하지만 어찌 이들뿐이겠습니까? 우리 서로에게도 따뜻한 연대가 필요합니다.

 독일 동물학자 에릭 지멘 박사는 늑대의 새로운 면모를 소개합니다. “늑대는 보통 10마리 이상 무리 생활을 한다. 한 번 짝을 맺으면 평생을 같이 한다. 어미뿐만 아니라 다른 늑대들도 새끼들을 함께 돌보며, 행군할 때도 병든 동료를 돌보며 함께 간다.” 사실 외톨이늑대는 좀처럼 보기 어렵습니다. 늑대는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하물며 우리이겠습니까? 온유와 겸손으로 서로 돌보고 함께 견디며 연대하는 선한 시민 선한 인류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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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늑대는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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