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05-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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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나무교회 신재철 목사

 

부산 기장군 기장읍의 한 주거지 상가에는 조금은 독특(?)한 교회가 있다. 1층 상가의 복도를 따라 들어가 문을 열면 벽면에 가득 채워진 만화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안쪽의 모자실에는 역사와 인문교양 만화 등 어린이를 위한 학습만화가 비치돼 있다. 모자실의 반대편 벽면에는 ‘원피스’, ‘슬램덩크’, ‘미생’ 등 아빠들이 즐겨 읽던 만화책들이 꽂혀있고, 입구에는 엄마들이 좋아했던 순정만화, 드라마로도 방영됐던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등 인기 웹툰 등을 모은 코너가 있다. 만화카페교회 좋은나무교회의 모습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부터 만화카페로는 문을 열지 못하고 있지만 코로나 이전에는 아이들로 북적였다.
 

지난 4일 부활주일에 창립 2주년 감사예배를 가진 좋은나무교회(신재철 목사)는 만화카페를 겸하고 있다. 주일에는 예배당, 평일에는 만화카페로 교회문을 열었다.

 

연고도 없던 부산에서 부목사 생활을 시작한 신재철 목사는 영도에서 3년, 해운대에서 7년을 사역하고 2019년 부산 기장에서 좋은나무교회를 개척했다. 개척 전, 교회의 문턱을 낮추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재밌고 의미가 있는 사역을 원했던 신 목사에게 그의 멘토인 김기현 목사가 만화카페를 제안했다. 그 말이 마음에 남은 신재철 목사가 그때부터 만화방을 찾아다녔다. 아들과 손잡고 찾아간 만화방에서 아이들에게 유해한 책들이 많은 것을 보고 인터넷을 뒤져가며 정보를 수집하고 리스트를 작성했다. 개척비용을 모아 약 3000권의 만화책을 구입했고, 만화카페교회는 부모와 자녀가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랑방이자 아이들의 아지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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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실의 한쪽 벽면의 만화책 서가에는 아이들을 위한 학습만화가 구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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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만화카페로는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만화카페는 무료로 입장해 만화책을 볼 수 있지만 간단한 음료와 먹거리는 판매한다. 교회들이 무료로 먹거리를 제공했을 때 종종 주변상권과 어려움이 생기는 것을 보고 신 목사는 정식으로 사업자 등록을 했다.

 

“작은도서관 교회를 하는 곳이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만화카페가 나에게 맞았다. 이곳은 해운대와 기장의 길목이라 그 흔한 피시방도 없다. 처음에 한 두 명의 아이들이 쭈뼛거리며 들어오더니 친구들과 함께 오고 나중에는 엄마 손을 끌고 오기도 했다. 어머니들은 아이를 맡기고 여기에서 쉬기도 하고 주말에는 아빠들도 왔다. 아이들이 학원가기 전 갈 곳이 없으면 와서 책을 보고 간다. 계란볶음밥, 라면 등 먹을거리와 음료 등을 소액으로 판매해 부모님들도 편하게 아이들을 맡기고, 아이들도 편하게 놀다 간다. 아이들의 안전한 쉼터가 되는 것이 만화카페교회의 목표다”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부캐’ 신드롬이 일었다. 온라인 게임에서 주로 쓰던 용어로, 본래의 캐릭터를 본캐라고 하는데 ‘부캐’는 말 그대로 ‘본캐’ 외 새롭게 만든 ‘부캐릭터’의 줄임말이다. 한 사람이 다양한 캐릭터를 가지고 본업 외에 여러 활동을 한다는 뜻의 신조어로 이른바 'N잡러‘다.

 

신재철 목사도 만화카페 주인 외에도 여러 부캐가 있다. 신 목사는 부산 송정에 있는 40세대 소규모 아파트의 관리소장으로 일하는 소위 ‘일목’(일하는 목회자)이다. 하루 2시간 남짓 아파트 청소와 행정 업무를 하고 있다. 몸은 고되지만 월급을 받는 재미도 있다.

 

“개척을 할 시기에 관리소장을 구한다는 게시물을 보고 아내에게 물었더니 해보라고 했다. 급여는 80만원이었다. 이전에는 70대 어르신이 일을 하셨는데, 젊은 남자가 와서 청소하며 행정 일을 하다 보니 입주민들이 좋게 봐주셨다. 10년 동안 오르지 않았던 월급이 매년 소폭 인상돼 지금은 94만원을 받고 있다. 땀 흘려 번 돈으로 헌금하고 아내가 살림하는 모습이 너무 좋다. 일하는 목회자들이 힘든 것은 피곤함보다 같은 믿음을 가진 성도들의 시선이다. 지금은 과도기인 것 같다. 인식이 조금씩 변하지만 여전히 믿음이 없다면서 불편해하시는 분들이 있다. 오히려 반문하게 된다. 일하는 목회자들이 정말 믿음이 없어서 일을 할까. 믿음이 없으면 개척을 못한다. 믿음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해서라도 목회를 해나가는 것이다. 격려를 해주시면 좋겠다”

 

신재철 목사의 또 다른 부캐는 유튜버다. ‘좋은인터뷰’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좋은씨앗 이강혁 목사, 김명식, 김수지, 조수아 등 찬양사역자들과 일하는 목회자들, 작가 등을 만나 인터뷰한 10여분짜리 영상을 매주 하나씩 업로드하고 있다. 지금까지 35개의 컨텐츠를 제작해 올렸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해 7월 점점 무기력해졌다. 그때 ‘놀면 뭐하니’라는 방송에서 유재석 씨를 보고 힘들지만 나도 안 해 본 것들을 해보자 싶었다. 문득 내가 옛날에 좋아했던 찬양사역자들은 뭐하며 살까라는 생각에 좋은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 준비물이라고 한다면 간단한 촬영장비와 기장 특산물인 미역이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로 전하곤 한다. 처음 인터뷰 섭외를 했을 때는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재밌게 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유명한 신앙인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일반인들을 만나고 싶다. 예를 들면 신앙 좋은 철물점 사장님, 식당에서 일하시는 집사님 등 우리와 이웃한 신앙인이 사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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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철 목사는 유튜브 채널 '좋은인터뷰'를 운영하고 있다(유튜브 좋은인터뷰 캡처)

 

신재철 목사와 아내, 두 아들과 성도 1명으로 시작한 좋은나무교회에 현재 성도 18명, 아이들 10여명이 출석하고 있다.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열심히 일하는 신 목사의 모습을 지켜보고 주민이었던 한 권사가 연락을 했고 그의 가족이 좋은나무교회에 출석을 결심하게 됐다. 

 

작은 개척교회지만 늘 주변을 돌아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 어려운 상가교회의 한 달 임대료를 지원하기도 하고, 코로나19로 고생하는 선별진료소의 의료진들에게 토스트와 음료를 전달하며 응원했다. 또 감염병의 확산 방지를 위해 주일예배도 대부분 온라인으로 드리고 있다.

 

신재철 목사에게 붙은 여러 개의 이름표는 성도들의 지지 속에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유연함과 단단함을 가지고 사역한다.

 

“큰 틀에서 성도들이 지지해주고 따라주고 있다. 교회가 크든 작든 반대가 많으면 힘들다. 여러 직함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들로 인해 목회가 흔들린다면 목회 외에는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 지금 하는 일들이 시작할 때처럼 끝내게 될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그만두게 될 것이다. 개척을 하면서 조바심을 많이 내려놨더니 주변에서 더 좋아 보인다고 한다. 힘들고 고단하지만 재밌게 사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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