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교회 주일학교(초등부)에서 지난 1월에 튤립 구근을 나눠주었다.
튤립 구근을 1월 즈음에 심으면 3~4월에는 예쁜 튤립 꽃이 활짝 핀다.
아이들과 함께 튤립 구근을 심고 따뜻한 곳에 놔두고 물과 정성을 함께 주면서 자라는 모습을 보았다. 한창 싹이 나고 잎에 영글기 시작할 때, 아이들이 “엄마, 튤립 구근에 곰팡이가 피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저 튤립은 다른 것보다 키가 작아요”라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이들 말을 듣고 튤립을 심은 화분을 보니 정말로 몇몇 튤립은 깨끗하게 잘 자라는데 구근에 곰팡이가 생긴 튤립은 일반 튤립에 비해 키가 1/3밖에 되지 않고 줄기의 색도 짙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곰팡이가 핀 튤립 구근을 조심히 흙에서 꺼내 살살 닦아내고 그래도 깨끗해지지 않으면 그 부분을 칼로 도려내 주어 다시 화분에 심었다.
“구근의 일부를 도려냈는데, 과연 잘 자랄까? 혹시, 영양분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해 꽃을 피우지 못하면 어쩌지?”
한번도 해보지 않는 일을 하기에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다.
그리고 며칠 후, 아이들이 기쁨의 찬 소리로 나를 불렀다.
“엄마, 엄마, 지난번에 곰팡이 났던거 봐요. 저렇게 빨리 자랐어요. 이제 건강한 튤립과 키가 비슷하게 되었어요”
정말이었다. 일주일 전만 해도 키도 작고 흐물흐물 했던 튤립이 일주일 만에 건강한 튤립과 비슷한 속도와 모양으로 자라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튤립 구근을 심고 자라는 것을 보면서 자녀를 양육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뿌리가 깨끗해야 튤립이 바로 자라듯 아이들이 바른 신앙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본질적인 부분이 바르게 되어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숱하게 상처가 나고 분별력을 잃은 채 살아갈 수 있지만, 그때마다 튤립 구근에 핀 곰팡이를 깨끗하게 닦아주듯 아이의 상처를 낫게 해주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끔 코칭 역할을 부모가 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어렸을 때는 아름다운 꽃처럼 조심조심 정성껏 키우다가, 사춘기가 되어 엄마 말을 듣지 않을 때면 그만 다 내려놓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튤립을 보며 헝클어진 마음을 다시 잡는다.
금방이라도 시들 것 같았던, 너무 키가 작아 전혀 열매를 맺지 못할 것 같은 튤립 뿌리의 더러움들을 닦아내고 상처를 도려내니 다시 쑥쑥 자라며 아름다운 꽃을 피운 것처럼, 아이들의 마음 깊은 곳에 보이지 않는 아픔과 상처를 보고 닦아줄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