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밥 주세요” “엄마, 줌 들어갈 시간이에요” “엄마, 점심은 언제 먹어요?” “엄마, 밖에 나가고 싶은데 못나가죠?” “엄마, 오늘은 부산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몇 명 나왔어요?” “엄마, 엄마, 엄마”
2020년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우리 집에서 들려오는 보통의 대화이다. 하루 종일 아이들과 함께 있다 보면 아이들 4명이 쉬지 않고 엄마를 부른다.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하루에 족히 천 번 정도는 엄마를 부르는 것 같다. 물론 나는 일을 하기에 낮에 아이들과 떨어져 있는 시간도 있지만 그럼에도 1년 동안 보통의 일상에서 벗어난 양육과 교육을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낯설고 버거웠다.
특히,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교회 주일학교에서도 비대면 예배가 늘어나면서 아이들의 신앙 교육 또한 가정에서 돌봐야 함으로 엄마의 어깨가 날로 날로 무거워지는 듯했다. 비대면 예배가 길어지면서 아이들 또한 주일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에서 조금씩 흐트러지더니 급기야는 “엄마, 온라인으로 예배 드리는데 꼭 세수해야 해요?”라는 말까지 나오고 어떤 날은 “배고프니까 라면 먹으면서 예배 드리면 안돼요?”라는 아이들의 요청 사항도 있었다. 물론 그 때마다 때로는 설명으로, 때로는 강한 어조로, 때로는 훈계로 이야기 하지만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보니 “집에서 아이들 스스로 말씀을 읽게 하고, 예배를 드리게 할 수는 없나?”라는 고민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깊어질 즈음, 아이들이 다니는 교회의 주일학교 부서(초등부)에서 ‘홈쇼큐 통장’을 받아왔다. 3학년인 둘째 딸은 그 통장을 나에게 자랑하듯 보여주며 “엄마, 나 이제 혼자 큐티할거야. 그러면 엄마가 매일 이 통장에 싸인해줘야 해. 엄마한테 확인 받아서 다시 교회 선생님께 보여드리면 달란트를 준대. 나 달란트 많이 모아서 갖고 싶은거 다 살거야”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아이의 말을 듣고 자세히 보니, 한마디로 ‘말씀 통장’이었다. 우리가 은행에 돈을 넣으면 차곡차곡 쌓이듯이 가정에서 말씀을 읽거나, 큐티를 하거나, 소요리문답을 하면 부모님이 아이의 통장에 도장이나 싸인을 찍어주는 것이다. 참 신기하게, 이게 뭐라고, 이 작은 통장이 아이에게는 스스로 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었나보다. 우리 집에 있는 초등부 3명이 매일 스스로 큐티를 하고(물론 통장에 엄마 확인을 받아 나중에 달란트를 많이 받을 마음이지만) 엄마에게 매일 확인을 받는 것이다.
예전에는 “말씀 읽어, 큐티 좀 해”라고 잔소리를 해도 시큰둥하던 아이들이 홈소큐 통장에 차곡차곡 확인을 받기 위해 스스로 큐티 책을 펼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놀랄 뿐이다. 코로나로 인해 가정에서 아이들의 신앙을 잡아 주는 무언가가 필요했는데 마침 주일학교에서 통장을 이용해 부모님과 함께 훈련할 수 있도록 해 주어서 참 감사했다.
코로나19로 아이들과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요즘,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가정에서 체계적으로 신앙 훈련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