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1-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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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5시. 일반인들의 퇴근 시간 보다는 빠르지만 그렇다고 아이들과 함께하기에 넉넉한 오후 시작 시간은 아니다. 여느 일하는 엄마들이 그렇듯 나 또한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아침에 미처 다 치우지 못한 거실, 방 정리를 시작으로 아이들 숙제 봐주기, 저녁 준비하기, 빨래 개기 등 산더미처럼 할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퇴근 후 집에서 평안을 누리며 쉬는 것이 아니라 퇴근 후 또 다른 ‘육아 및 집안일 출근’이 시작된 것이다.

나는 힘이 없고 지치지만, 아이들은 내가 오기만을 기다렸을 것이니 다시 새 힘을 내고 정리할 것들을 하나 둘 치운다.

아이들에게 저녁을 다 먹이고, 샤워까지 한 후 그야말로 나 지칠대로 지쳐, 아이들이 그저 조용히 책읽다 잠들었으면 하는 바람인데 딱 그 때, 둘째가 이야기한다.

“엄마, 가정 예배 준비할까요?”

“어… 어… 그래, 오늘 가정 예배 하는 날이지… 그래 조금만, 엄마 준비해야 하니 10분만 있다 하자.”

그래, 맞다. 오늘은 화요일, 가정 예배를 드리는 날이다. 매주 식탁에 모여 함께 찬양도 부르고 내가 준비한 가정 예배 순서지에 아이들 사진도 있으니 아이들은 가정 예배 드리는 시간이 신나는 모양이다.

생각해보면, 1년 전만 하더라도 일주일이 [주일날 예배드리고, 월요일은 쉬고, 화요일은 가정예배, 수요일은 교회에서 수요예배, 목요일은 소요리문답 가정예배, 금요일은 교회에서 금요기도회, 토요일은 주일 준비하며 성경 읽거나 쓰기] 이런 식의 루틴으로 돌아갔다.

요즘에는 일주일에 한번 가정 예배 드리지만 그 때는 무슨 열심과 열정이 있었는지 아이들과 일주일 내내 예배 생활을 이어갔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매주일 아이들과 함께 나눌 말씀을 준비하고 편집하는 일에 나는 쉽게 지치고 힘들어하는데 아이들은 할 때마다 재미있어 하고 즐거워한다는 사실이다.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을 포함하면 일주일 내내 예배를 드리는 것과 마찬가지라 나는 그만하고 싶은데 아이들은 화요일, 목요일만 되면 가정 예배 드리자고 먼저 요청하며 기다리고 있다.

 

사실, 나는 아이들과 20~30분의 예배를 드리기 위해 30분 이상을 혼자서 준비한다.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찬양을 고르고, 말씀을 읽은 후 아이들과 함께 나눌 내용들을 아이들 시선에서 생각하고, 마지막으로 함께 기도할 내용들을 정한다. 이 내용들이 다 정해지면 가정 예배 순서지를 만든다.

가정 예배 순서지는 오직 우리 가족의 이름과 사진만 들어있다. 처음에 순서지를 만들 때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예배 순서지를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들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그런 생각을 계속 하다보니 오직 우리 가정 예배만을 위한 순서지를 계획했고, 아이들 자신의 이름과 사진을 넣으면 더 좋아할 것이라 생각해서 해보니 실제로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고 행복해했다.

예배를 드리는 것이 지겹거나 따분한 것이 아닌 즐겁고 재미있다는 인식이 가정예배로부터 조금씩 확립되어 가고 있음을 느낀다. 내가 매일 한 시간 고민하면 아이들이 즐겁게 예배를 드린다고 생각하니 나도 이 작업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런데, 정말 애석하게도 아이들을 위해 시간을 내어 잘 준비해 막상 예배를 드릴려고 하면 너무 피곤하고 힘들고 하기 싫은 생각이 마음 속에 가득 찬다. 즉, 우리 집에서 가정 예배를 가장 드리기 싫어하는 사람은 바로 나인 것이다.

 

그래도 아이들을 보며 예배의 자리에 나아가면 아이들이 부르는 또롱또롱한 찬양 소리, 더듬더듬 읽지만 말씀을 한 절 한 절 읽으려고 하는 예쁜 입, 어렵지만 하나님의 말씀으로 적용해보려고 하는 마음을 보면 없던 힘이 다시 생겨나 감사와 찬양이 저절로 나온다.

이렇게 하루 하루 예배 생활이 쌓이다보면 가정에서 예배 드리는 것이 아주 당연한 것처럼 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매일의 가정 예배가 자양분이 되어 아이들이 세상 속에서도 넉넉히 승리하는 힘을 얻을 것이다. 그 자양분을 위해 엄마는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할 예배를 고민하고 준비한다. 비록 너무 피곤해 잠이 쏟아질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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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 자녀 양육기] 우리 집에서 가정예배를 가장 드리기 싫어하는 사람은? 바로,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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