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05-18(화)
 

천종호 장로.jpg

인간에게는 두 가지 근본 전제가 주어져 있는데, 그 첫 번째는 인간이 피창조적 존재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인간이 공동체적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이 피창조적 존재라는 것은 인간을 만든 창조주가 있다는 뜻이고, 인간이 공동체적 존재라는 것은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타자와의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두 가지 전제는 인간 정체성의 근본일 뿐 아니라 기독교인 정체성의 근본이기도 하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이 두 가지 근본을 부정한다. 특히, 창조주 하나님의 존재에 관해 올바르지 못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먼저, 무신론자들이 있다. 진화론을 필두로 하는 무신론자들은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우주만물은 ‘우연’과 ‘필연(우연에서 비롯된 자연법칙)’의 조합이 만들어낸 산물에 불과하다고 한다.

 두 번째로, 신(神)의 내재성만 인정하는 견해가 있다. 이들을 우리는 범신론자(汎神論者)라고 하는데, 범신론자는 우주만물을 초월해 있는 신은 없고 우주만물 안에 내재하고 있는 신만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신이 산과 바위와 강과 바다와 나무와 풀과 동물과 인간 안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토아철학, 불교, 힌두교, 현대 포스터모더니즘시대의 영성주의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바이다.

 세 번째로, 신의 초월성을 강조하는 견해가 있다. 이들은 신이 우주만물과 인간과 자연법칙을 만드신 다음에는 더 이상 인간이나 우주만물의 질서에 개입하시지 않는다는 견해이다. 이들 중에는 이데아 세계와 현실 세계를 구분하여 이데아 세계만이 진실한 세계라는 플라톤주의자, 영의 세계와 육의 세계를 엄격히 구분하여 영의 세계만이 선하다는 영지주의자, 신이 우주만물을 창조하였으나 그 이후의 우주만물에 대한 인격적인 섭리는 인정하지 않고 자연법칙과 인간의 이성을 통해 우주만물의 운행을 맡겨 버렸다는 이신론자(理神論者), 신플라톤주의의 영향을 받은 이슬람교, 하나님이 우주대폭발(big bang)을 일으키시고 진화의 법칙을 제정하신 이후 140억 년 동안 우주만물의 질서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진화적 창조론자가 있다.

 우리는 우주만물을 만드신 하나님이 자신의 창조물을 초월하실 뿐만 아니라 우주만물에 내재하시는 존재이심을 고백한다. 초월적 하나님은 인간으로서는 감히 근접조차 할 수 없는 존재로서의 하나님을 말한다. 초월적 하나님의 가장 고유한 특성은 ‘거룩성’이고, 거룩성에는 심판이 필연적으로 따른다. 한편, 내재적 하나님은 우주만물과 인간 세상에 사랑으로 섭리를 펼치시는 존재를 말한다. 내재적 하나님의 가장 선명한 형태는 예수님이 인간으로서 인간의 땅에 오신 것이다. 이를 ‘임마누엘의 하나님’이라고 한다. 내재적 하나님에게는 사랑이 필연이다. 심판을 통과한 피조물들에게는 탕자를 얼싸안고 가락지까지 끼워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하나님이 죽었다’는 근대 계몽주의사상과 ‘우주와 성경’이라는 ‘텍스트’에 대한 해석권이 저자인 하나님께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있다는 포스터모더니즘사상에 의해 기독교신앙이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다. 기독교 신학과 삶의 태도에 있어 예수님이 성자 하나님이 아니라 인간에 불과하다고 주장할 뿐만 아니라, 하나님에 대한 죄는 인간에 대한 악으로, 죄의 결과는 인간 본성의 상실이 아니라 인간에게 해로운 질병으로, 하나님에 대한 지식의 추구는 인간의 자아에 대한 지향으로, 하나님의 심판은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하나님의 섭리는 인간의 자율로, 성도의 인격은 인간으로서의 성격(개성)으로, 기도는 명상으로, 죄사함을 통한 인간 본성의 회복을 구하는 기독교적 영성은 인간의 심리적 위안을 얻기 위한 현대적 영성으로, 신학은 심리학이나 상담학으로 대체해 버리는 경향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이 그 증거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은 하나님의 초월성을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 부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하나님을 인간의 ‘심리’ 속에 가두어 버림으로써 하나님의 내재성마저도 부정하는 것이 되고, 결국에는 입으로는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지만 실질적으로는 하나님의 존재를 부정하는 결과에 이르게 한다.

 이러한 사태를 계속 두고 볼 수만은 없다. 무너진 주의 제단을 다시 수축하여 닥쳐 올 위기의 세대를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올바른 신학과 신앙은 하나님의 초월성과 내재성을 동시에 그리고 실질적으로 인정하는 것을 바탕으로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천종호 장로] 하나님의 초월성과 내재성의 인정은 올바른 신앙의 출발점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