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05-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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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는 오래되고 큰 교회당이 많다. 우리 같으면 유적지가 되었을 텐데 오래된 건물이 워낙 많다보니 그 서열에 들지 못하는 교회당들이 많다. 그 옛날에는 주일마다 사람들이 가득 차서 예배를 드렸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큰 예배당 안에 나이 든 사람들 몇십 명만 모여서 예배드리는 모습이 영 힘이 없어 보인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교회에 적을 두고 있고 심지어 종교세라는 이름으로 헌금을 기꺼이 내고 있는데, 왜 교회당에는 오지 않는 것일까? 거기에는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있을 것이다. 몇 가지를 생각해보면, 먼저 근대 이후에 종교생활 내지 종교의식에 대한 비판이 많이 있어 왔다. 독일에서 교회는 사회와 분리될 수 없는 사회 속에서의 교회이다. 우리와 달리 유럽은 과거 기독교 사회였거나 기독교인이 다수였던 사회가 오랫동안 지속 되었다. 그 속에서 교회생활과 일상생활의 불일치에 대한 반성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교회 중심의 생활보다는 일상에 스며드는 신앙, 삶의 예배가 강조되었다. 이것이 교회당모임을 소홀히 하게 되는 원인이 된 것이다.

다른 하나는 독일교회가 국민들 속에서 많은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교회는 1,2차 세계 대전에 적극 찬성했고, 특별히 온갖 만행을 저지른 나치 극우정권에 적극적으로 동조했다. 이것이 전쟁 후 교회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키웠고, 많은 이들이 교회를 떠나가게 한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보다 직접적인 원인이 있다. 이것은 사실 내가 생각지 못한 것으로, 오랫동안 독일교회를 목회하고 은퇴를 앞둔 여목사로부터 들었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6~70년대까지 독일교회는 주일예배마다 교인들로 가득 찼다. 전쟁의 폐허와 궁핍함 가운데 사람들의 심령이 가난해졌을 것이다. 교회에 몰려드는 이들을 위해 큰 교회들이 많이 세워졌고, 많은 목회자들이 열심히 사역하였다.

그렇게 잘 모였던 교회에 갑자기 큰 위기가 왔다. 그 위기의 원인은 바로 주 5일제 근무였다. 라인강의 기적을 통해 경제부흥이 일어나면서 국민들의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그런 가운데 주 5일제가 시행되고, 이것은 많은 사회적인 변화를 가져왔는데 그 중 하나가 가족여행의 붐이었다. 매주 금요일 오후에 차를 몰고 출발해서 일요일 오후에 돌아오는 것이다. 국경을 넘어 외국여행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자연히 교인들도 한 주 두 주 예배에 빠지더니 어느덧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말았다. 그러니까 다른 무엇보다도 안정되고 풍요로운 사회구조, 삶의 여유를 갖고 즐기고자 하는 욕구가 교회를 약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도전이 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더 이상 우리와 동떨어진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코로나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사회적인 변화와 아울러 교회의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다. 교회당 중심의 신앙생활은 많은 도전을 받고 있고, 교회의 신뢰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쩌면 우리는 독일교회와 같은 위기를 맞이하지 않을지 모른다. 깨어서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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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야기] “왜 독일교회가 텅 비게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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