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05-18(화)
 

최현범 목사.jpg

독일에 가기 전 서울 서초동의 한 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할 때 어느 크리스마스이브가 생각난다. 주일학교 성탄발표회를 마치고 식사하기 위해 강남역 근처의 음식점을 향했다. 거리에는 캐럴 송이 울려 퍼지고 사람들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음식점은 사람들로 북적여 홀로 술을 마시는 중년신사와 합석하게 되었고 같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독일의 성탄이브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이 날을 하일리게 아벤트(거룩한 저녁)이라 부르는데, 오후가 되면 상가들이 모두 문을 닫고 대중교통도 끊기게 된다. 그래서 거리에 사람을 보기가 어려운 그야말로 고요한 밤이 된다. 이 날 독일은 우리나라의 명절처럼 흩어졌던 가족들이 함께 모여서 저녁식사를 하며 성탄선물을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그러기에 홀로 사는 사람들에게 이 날처럼 외로운 날은 없다. 모든 가게나 음식점들이 문을 닫아서 갈 곳도 없다. 그러므로 뜻 있는 사람들은 홀로 있는 사람을 자기 집으로 초대한다. 나 역시 독일에서 처음 맞이한 성탄절이브를 홀로 보낼 뻔 했는데, 한 학생부부가 미리 초대를 해주었다. 다음 해부터 우리 가족도 성탄이브에는 교회 안의 홀로 있는 학생들을 초대해서 같이 식사하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왠지 지금도 그 차분한 성탄이브가 그립게 느껴진다.

독일의 성탄분위기는 11월 말부터 뜨겁게 달아오른다. 성탄 4주전에 첫 번 째 대림절(강림절)이 시작되는데, 이 날에는 교회 강대상에 놓인 4개의 초들 중 한 개에 불이 켜지게 된다. 그리고 매 주일마다 불이 하나씩 더 켜져서 모두 4개가 다 켜진 주일 즉 네 번째 강림절이 지나고 성탄절을 맞이하게 된다.

첫 번째 강림절부터 도시마다 시청 앞에 대형 성탄트리를 설치하는데, 우리교회가 있었던 도르트문트에는 독일에서 가장 높은 45m의 성탄트리가 세워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크리스마스시장이 열리면서 거의 한달 동안 온 도시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가득 차게 된다. 이 크리스마스시장에서의 매출이 1년 매출과 맞먹을 정도라고 한다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흥겨웠던 분위기는 조용한 성탄 이브를 지난 후 성탄절예배로 마쳐지게 된다. 성탄 이브를 같이 보낸 가족들은 다음 날 오전에 함께 교회당으로 향한다. 독일 교인들 중에는 평소에는 교회를 나오지 않다가 일 년에 두 번 부활절과 성탄절예배에만 참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성탄절에는 그 큰 교회당이 좁다고 느낄 정도로 교인들이 가득차고 활기 있어 보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런 활기를 반년 뒤 또는 일 년 뒤에나 다시 보게 된다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주일예배에 힘을 잃은 독일교회들이 침체되어 서서히 침몰해 가는 모습에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 한국교회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서구교회의 모습이다. 왜 어떻게 독일교인들이 주일예배를 잃어버리게 되었는지는 여기서 꼭 한번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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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야기] “독일의 성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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