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 나의 비전
이유미(부산카톨릭대학교)
(재)21세기포럼(이사장 홍순모 장로) 비전100인위원회(위원장 이선복 교수, 동서대)가 주최한 제8회 부산지역 청소년청년 비전 컨테스트에서 대학청년부 대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무교집안에서 자란 저에게 꿈과 비전이란 단순히 어떤 직업을 가지는 것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저는 중학교 시절 옆자리에 앉은 친구가 찬양을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에 반해 교회에 따라가기 시작했고, 크고 작은 기도응답을 받으며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그분의 크신 사랑을 깨달았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믿음이라는 큰 선물을 통해 불평하고 짜증내던 저의 삶이 감사와 사랑이 넘치는 삶으로 변하였고, 내 입술의 말과 생각 또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들로 채워졌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나의 비전을 찾고 그 뜻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비전이란 나의 성공과 욕심만을 위함이 아닌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의 소원과 하나님의 소원이 일치할 때 비로소 나의 비전이라 말할 수 있고, 그 비전은 반드시 하나님의 도우심과 함께하심을 통해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에게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나니’ 의 빌립보서 2장 13절 말씀과 함께 하나님의 행하심을 경험하고 비전이 이루어지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학창시절 낙상사고를 당해 허리를 다쳐 수개월간 입원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제가 깨달았던 것은 의료종사자들의 일이 아프고 연약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데에 큰 힘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후로 의료 전문직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부산가톨릭대학교 방사선학과에 진학하였습니다. 4학년이 될 때까지 특별한 꿈과 비전은 없었습니다. 어쩌면 그 때 저의 비전은 단순히 방사선사가 되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님은 각자의 때에 맞게 비전을 깨닫게 하시는 것 같습니다. 감사하게도 하나님이 주신 제 마음에 첫 번째 소원은 유학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날씨 좋은 봄날, 하루는 같은 과 친구에게 한 선배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데 그 내용은 저에게는 적잖은 충격이었습니다. 그 선배는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혼자 호주에 가서 스스로 학비를 벌어 남쪽도시 멜버른에 있는 RMIT 대학교에 진학하여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하루 종일 제 머릿속에는 온통 유학에 관한 생각뿐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끄신 전공을 살려 교육자가 되고 싶었고,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저도 너무 유학하고 싶은데 우리 집은 너무 가난합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가라 하시면 가고 싶습니다. 응답해 주세요”라고 밤마다 기도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주 주일 아침 예배당 앞자리에 기대하는 마음으로 말씀을 들으러 갔습니다. 류태영 박사님의 ‘언제까지나 나는 꿈꾸는 청년이고 싶다’라는 제목의 책을 소개하며 목사님의 말씀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책은 가난하지만 하나님이 주신 기회와 도우심을 통해 저 멀리 덴마크에서 유학을 성공적으로 마치신 한 박사님이 쓰신 책이었습니다. 너무도 구체적으로 말씀하시는 기도의 응답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저에게 미디안 군대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기드온 300용사의 말씀을 하시며 하나님이 함께하시면 능치 못하심이 없다는 믿음을 주셨습니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고 하신 말씀도 함께하며 믿음을 가지고 기도하며 영어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작은 것도 하나님께 묻고 구하며 호주에 갈 준비를 차근차근 하였습니다. 졸업 후 아르바이트를 해 호주에 갈 비용을 모았습니다. 주위에서는 저에게 “네가 무슨 아브라함이냐? 겁도 없냐?”고 많이들 물었습니다. 하나님 주신 응답을 생각하면 마음이 평안하다가도 그런 질문을 받을 때엔 또 제 마음은 한없이 요동친 적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때마다 하나님께서는 다시금 “함께하자, 같이가자”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졸업 후 9월에 저는 고작 현금 700불과 편도티켓 한 장만 가지고 시드니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하나님이 주신 믿음과 도우심 없이는 갈 엄두도 못 낼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하나님은 제가 도착한지 일주일 만에 직장을 구하게 해주셨고, 안전하게 지낼 집도 구해주시고 훌륭한 목사님도 만나게 해주셨습니다. 신실하신 하나님을 경험하며 제 믿음도 조금씩 자라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의 감사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제가 호주에 간 목적은 ‘공부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전공한 방사선학을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배우고 보다 더 크게 쓰임 받고 싶었습니다. 대학교수가 되어 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제 삶을 증거하고 싶었습니다. 시드니대학교 방사선학과에 진학해 공부하고 싶었고 제가 자란 환경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하나님이 하시면 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나를 도우신다는 것을 믿지 않는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고 눈으로 직접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구해진 직장을 통해 2천만원의 학비를 모은다는 것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비자 만료기간이 다가올수록 지금 당장 공부를 시켜주실 것이라는 편협한 나의 생각은 오히려 저를 힘들게 하였고 간절히 기다리던 기회는 오지 않았습니다. 학교입학을 위한 영어시험 점수까지 준비했지만 무용지물이었고, 결국 1년 3개월 만에 한국에 다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현실에 부딪힌 저는 하나님을 원망하기도 했고 지금까지 이끌어주신 하나님의 일하심이 언제 있었던 일이었냐는 듯 잊어버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하나님의 타이밍과 나의 타이밍이 충분히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내가 원하는 때가 아닌 가장 좋은 때에 하나님께서 다시 인도해주실 것이라 믿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회가 올 때 놓치는 일이 없도록 지금도 꾸준히 영어공부와 전공공부를 틈틈이 하고 있습니다.
실망과 좌절하는 마음으로 한국에 돌아올 때 하나님께서는 시편37편 5-6절 말씀으로 위로해주셨습니다. ‘네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를 의지하면 그가 이루시고’라는 말씀으로 낙담했던 마음을 다시 일으켜 저를 인도하셨고 지금은 여성병원에서 태아정밀초음파를 배우고 있습니다. 이 또한 하나님께서 주신 기회라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고 계획했던 일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10년 전, 5년 전에 지금의 나와 그때의 나를 상상할 수 없었던 것처럼 앞으로의 나의 삶도 감히 하나님께 맡기고자 합니다. 태아정밀초음파를 배우며 제가 갖게 된 또 다른 마음의 소원은 의료선교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태아정밀초음파가 시행된 기한은 10년정도 되었고, 정부에서 수가지원을 해줄 정도로 임상에서 태아정밀초음파는 크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더 발전되는 의료장비와 전문지식을 통해 초음파검사는 보편화되어지고 그 중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사료됩니다. 초음파를 하다보면 아기들이 자라면서 크고 작은 기형을 갖게 되는 경우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작게는 손가락기형, 구개구순열 등이 있고 크게는 태어나자마자 생명에 영향을 끼치는 심장기형들도 있습니다. 물론 하나님께서 이러한 것들을 통해 각자에게 주시는 신호나 사명이 있는 줄로 알지만 산전에 꼭 알아야하는 심장기형을 진단받지 못하고 태어나는 아기들은 수술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아기가 힘들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마음도 한없이 슬프고 죄책감에 스스로 아파하는 것을 봅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이 기회를 통해 의료지원을 받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봉사하고 싶습니다. 금전적으로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러한 어려운 일들을 겪지 않도록 제가 배운 것들을 나누고 싶습니다. 언어공부를 꾸준히 해서 하나님이 주시는 기회가 있다면 잘 펼쳐나가고자 합니다. 하나님은 택하신 우리 모두에게 전도의 사명을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배운 전공과 기술을 이용하여 전문적인 의료선교를 할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소원합니다. 이를 통해 복음을 들을 기회가 없거나 하나님을 알지만 멀리하는 자들이 하나님께 돌아오는 일이 일어나길 바랍니다.
하나님이 주신 비전들을 찾고 깨닫는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 가운데 다양하고 많은 기도와 응답들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이 꿈과 비전들을 제 힘이 아닌 하나님과 함께 이루고자 합니다. 일상에서도 부르심을 받은 자녀답게 살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삶속에서 그리스도인답게 살아가지 못한다면 나의 비전은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단순한 야망에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교회에서는 현재 셀모임 장을 맡으며 또래 청년들과 성경공부 모임을 인도하고 있습니다. 이 역할을 통해 말씀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깊이 깨닫게 되었고, 말씀만이 나의 삶을 지탱하고 세워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믿음이 좋거나 잘하여서 장으로 세우신게 아니라 부족한 나를 그 사랑으로 더 채우시기 위해 세우셨음을 잊지 않고 이 시간들을 통해 더 온전한 자로 서길 바랍니다. 아무리 내가 가진 지혜와 능력이 크다하여도 하나님과 함께 하지 않는다면 나의 비전은 세상 사람들이 이룬 것들과 다를 것이 없다 생각합니다. 셀모임을 기도로 시작하여 기도로 마치는 것처럼 주신 비전을 위한 것도 구별된 모습으로 늘 기도로 시작하여 기도로 이루어내길 바랍니다.
나의 실력과 능력치도 최대로 끌어올려 하나님께 크게 쓰임받는 자가 되고 싶습니다. 믿음과 삶을 살아내는 실력이 같아져서 세상에 나아가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리더가 될 것입니다. 결국 나의 최종적인 목표는 나의 성공과 부를 이루는 것이 아닌 살아계신 하나님을 증거하고 그 사랑을 전하는 데에 있을 것입니다. 세상 속에 망가진 부분들을 회복시키기 위해 내게 주어진 작은 역할까지 잘 감당해 낼 것입니다. 물론 실수하고 넘어질 때가 있겠지만, 그때마다 다시 하나님과 함께 일어나 걸어갈 것입니다. 앞으로도 나의 부족한 지혜로는 절대 알 수 없는 하나님의 놀랍고 크신 계획을 기대하고 기도하며 기다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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