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1-13(수)
 
송길원목사 copy.jpg
  “이 두 젊은이의 결혼에 동의할 수 없는 분은 지금 당장 저 이층 창문 바깥으로 뛰어 내리십시오.”
 주례자의 이 한마디는 하객들에게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자신의 이런 경험 때문인지 ‘좋은 주례사는 일가(一家)를 이룰 신혼부부와 하객들에게 경건함과 아울러 폭소를 유발하는 것이라면 더 좋겠다.’는 게 문 태인 시인의 생각입니다.
 그런 그가 최근 참석했던 결혼식에서의 멋진 주례사를 이렇게 리포트 합니다.
 “신랑의 대학교 은사인 주례는 지도교수라는 인연을 맺은 만큼 평생 신랑에 대해 애프터서비스를 해드리겠노라고 했다. ‘신랑에게 하자가 발생하면 밤 12시에라도 당장 나에게 전화를 하세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런 말씀들이 이어졌다. ‘사랑은 발생시키는 것입니다. 큰소리를 지르지 마세요. 경어체로 햇살처럼 말하세요. 미주알고주알 따따부따 하지 말고 문을 닫고 나와서 숨을 크게 내쉬세요. 한순간이라도 울지 마세요. 휴일 오후에 ‘뭘 드시겠어요?’라고 아내가 물을 때 ‘아무거나’라며 우유부단하고도 퉁명스럽게 말하지 마세요. 단둘이 있을 때는 보는 사람 없으니 유치하게 노세요.’ 우레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가 기대하던 ‘더 멋진, 유머를 폭죽처럼 터뜨리는 주례사’란 기실 신랑 신부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결혼의 가치가 떨어질 만큼 떨어진 세상을 향한 하늘의 목소리여야 합니다. 때문에 주례사는 참석한 하객들에게는 자신의 결혼생활을 반추하는 회초리(回初理-돌아올 회(回)·처음 초(初)·다스릴 리(理)로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가 되어야 합니다. 나아가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拿琛返-붙잡을 나(拿). 보배 침(琛), 새롭게 할(返)으로 꼭 붙잡아야 할 보배)이 되어야 합니다.
 결혼식의 꽃이라 불리는 주례사와 더불어 결혼의 서약도 마찬가지입니다. 기계적으로 던져지는 ‘신랑은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신부를 사랑하기로 결심합니까?’ ‘신부는 슬플 때나 기쁠 때나 건강할 때나 병들 때나... 변치 않고 신랑을 사랑하기로 결심합니까?’에 대해 기어드는 목소리로 ‘예’라고 답하는 대신 자신만의 서약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서툴지만 자신이 쓴 결혼축시로 서약을 대신할 수 있고, 악기 연주나 노래로 신랑 신부에게 자신의 다짐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명문장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난, 당신이 두 번 세 번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해도 처음 듣는 것처럼 친절을 다해 짜증 부리지 않고 설명해 주겠습니다. 난, 현관문에 쓰레기통을 마련해 놓고 짜증과 분노와 피곤은 다 집어던지고 환한 햇살처럼 맑은 얼굴로 퇴근하겠습니다. 당신의 나와 다른 습관을 존중하며 당신을 바꾸려고 덤벼들기보다 나를 바꾸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는 말 한마디가 ‘영원히 사랑하겠습니다.’는 말보다 더 진솔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법입니다.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가정칼럼] 새 봄의 결혼식은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