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1-29(금)
 
“아픔은 아픔으로써만 치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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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두막에서 만난 상처와 치유 그리고 하나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듯이, 이 책은 윌리엄 폴 영(William Paul Young)의 소설 《오두막》을 소재로 설교했던 것들을 묶은 것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오두막》에 대해 ‘이야기로 푼 조직신학’이라고 언급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상처, 아픔, 치유, 용서, 회복 등을 주제로 설교하면서 조직신학적인 문제를 많이 다루었다. 선악과와 자유의지, 삼위일체 하나님, 죄악과 구원 등. 이들 문제를 열린 마음으로 풀어낸 글에 집중하다보면, 책을 읽는 내내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이 상처 때문에 주위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상처를 입힌다.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상처로 인한 아픔은 아픔으로써만 치유할 수 있다. 예수님께서도 고난을 피하지 않고 십자가의 고통을 겪었다. 아픔을 끌어안고 그 쓴물을 빨아들일 때, 아픔은 사랑과 결합하여 성숙한 열매로 변모한다. 상처를 입힌 사람을 용서하는 것도 엄청난 아픔을 동반한다. 그러나 용서함으로써 자유를 얻는 것은 오히려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용서와 치유는 ‘과정’이다. 단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생의 과정이다. 서둘러서는 안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 안에 잃어버린 하나님의 형상이 회복될 때까지 치유와 회복이 계속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하나의 길이다.
저자인 김영봉 목사는 현재 미국 버지니아 소재 와싱톤한인교회에서 목회하고 있다.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IVP), 2011. 10,000원.
 
《오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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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윌리엄 폴 영의 장편소설. 캠프를 갔다가 막내딸을 연쇄살인범에게 잃고 ‘거대한 슬픔’에 빠진 매켄지(맥)에게 편지 한 통이 전달된다. 막내딸이 살해된 오두막으로 오라는 내용이다. ‘파파’가 보냈다. 파파는 그의 아내가 하나님을 부를 때 쓰는 호칭이다. 오두막을 찾은 맥은 신경이 곤두선다. 그러나 아무도 없다. 지쳐 잠든 꿈속에서 그는 삼위일체 하나님을 만난다. 그동안 억눌렸던 상처가 그대로 드러나고, 하나님께 화를 내며 부당함을 항의한다. 예수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조금씩 치유를 받고, 성령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나님의 절대 사랑을 신뢰하게 된다. 상대를 용서하는 것이 곧 자신을 해방시키는 것임을 체험한다. 그런 가운데 다양한 신학적 문제가 거론된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2009년 세계사에서 번역본을 출간했다. 신학적인 문제에 있어 번역상 문제가 좀 있다고 김영봉 목사는 지적한다.[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 아프다, 192쪽 참조]
 
 
[좌담: 김길구 부산YMCA 사무총장, 김수성 경성대 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이 책은 저자의 ‘문화영성’ 네 번째 프로젝트이다.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를 시작으로,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선택해 연속 설교를 해 왔다고 한다. 이번에는 《오두막》을 소재로 열두 차례 설교를 하고 책으로 발간하였다. 그렇다면 설교집인데, 단순히 설교집이라 하기에는 상당한 무게감이 느껴진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 우리 교회가 ‘치유받은 치유자’ 되어야
김길구
  : 요즘 정호승 시인의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는 시(詩)가 자주 생각납니다. 어차피 우리 삶은 상처입기 마련이지만, 세월호 사건과 네팔의 지진 참사를 접하면서 아픔이 더욱 짙어집니다. 상처와 치유, 그리고 용서를 생각하면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김수성  : 이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가 받는 상처는 교회 안에서도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교인들이 자식들에게 상처되는 말을 함부로 한다든지, 위로한다며 찾아온 교우들이 한 말이 오히려 상처로 남았다는 고백 등이죠.
김현호 : 교회에서 상처를 받는다는 말은, 상처를 제대로 치유받지 못한 목회자들이 강단에서 치유의 메시지를 남발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김수성 : 우리 교회는 오히려 상처를 숨기려 하죠. “은혜가 안 된다”며 쉬쉬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죠. 그로 인해 상처받은 교인은 더 큰 상처를 받고.
김길구  : 소설 《오두막》에서는 하나님과 마주쳐야만 치유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헨리 나우웬의 ‘상처받은 치유자’라는 말을 인용합니다. 그러면서 더 나아가 상처받은 상태로 머물러서는 결코 다른 사람을 치유할 수 없으므로, ‘치유받은 치유자’가 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김현호 :  세월호 사건 후 보여준 교회의 태도에서도 아직 치유받지 못한 치유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자식과 가족을 잃은 유족들과 함께 고통과 상처를 나누기는커녕, 모금 한 번 하고는 할 일을 다했다는 듯 관심을 꺼버린 교회,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한 교회에 사람들은 실망하였습니다.
 
# 치유와 회복은 평생 계속해야 할 과정
김길구
:  기독교에서는 죄와 불안의 문제를 하나님을 떠난 인간의 오만과 과대평가로 인한 결과라고 봅니다. 반면 인본주의 심리학에서는 자기멸시, 증오, 그로 인한 자존감 상실에서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간은 한줌의 흙과 하나님의 형상의 결합체입니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균형 잡힌 인간관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인간은 진정으로 하나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상처받은 존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죠.
김현호 :  오늘날 교회가 하나님과 마주할 수 있는 ‘오두막’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교회가, 살아가면서 입었던 자기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하나님을 만남으로써 치유받을 수 있는 곳, 서로 위로하고 치유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김수성 : 그동안 교회가 맥도날드화되었기 때문에 치유의 능력을 잃어버린 것 아닐까요?
김길구 : 우리 교회는 구원과 성화를 개인의 실존문제로만 제한하는 경향이 있어요. 지난날 대도(大盜) 조세형, 폭력조직배 김태촌 등의 사례에서 보듯, 회개가 너무 추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문제가 드러나기도 합니다. 진정한 치유와 회복에 대한 자기성찰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김수성 : 그래서 저자는 치유와 회복은 ‘과정’임을 강조합니다. 한순간에 일어나는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할 때까지 계속되어야 하는 과정이라는 것이죠.
김현호 : 네덜란드의 신학자 헤르만 바빙크는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신학이 아니라 신앙이라고 정의한 적이 있습니다. 회개와 관련하여서는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또한 교회의 역할에 있어, 치유가 가장 큰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치유를 단순히 하나의 수단으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김길구 : 하나님을 어설프게 변호해서는 안 됩니다. 어정쩡한 신학이 오히려 하나님과 직면할 수 없게 만듭니다. 신학을 내세워 고통 문제를 회피하게 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하나님과 직접 대면해야 합니다.
김현호 : 우리나라 교회가 그동안 회피해왔던 이혼자에 대한 문제, 자살 문제 등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혼한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큰 상처를 받습니다. 자살한 사람의 유가족은 평생 상처 속에서 살아갑니다. 교회가 이렇게 상처 입은 사람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세월호가 교회에 던지는 교훈이 바로 그것입니다.
김길구 : 영화 〈밀양〉에서처럼 ‘값싼 은혜’가 남발되기 때문이기도 하죠. 치유의 과정에는 성경의 욥처럼 하나님 앞에 나가 마주서는 용기가 요구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교회 시스템이 이런 진정한 구원을 가로막지는 않는지 한번쯤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Chagal_하얀 십자가. 1938.jpg▲ 신뢰는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관계 속에서 맺어지는 열매죠.” 《오두막》에서 성령께서 매켄지에게 한 말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은 인류를 향한 무한한 하나님의 사랑이다. 그 사랑의 관계 속에서만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야 진정한 치유가 이루어진다. 〈그림은 샤갈의 ‘하얀 십자가’(1938)〉
 
# 교회가 상처입은 사람 외면해서는 안돼
김현호
 : 목회자를 양성하는 신학교에서부터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교육과 훈련을 더욱 철저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목회자들이 신자들의 상담 내용을 예로 들어 설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좋지 않은 일을 당한 경우라면 상담했던 신자에게 오히려 더 큰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김수성 :  그로 인해 교회를 떠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목회자들의 치유 상담에 관한 기본적인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겠죠. 설사 교육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총회나 노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보수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길구 : 방황하는 성도들의 영적 치유를 위한 ‘치유목회’도 필요합니다. 구원은 한 개인에서 출발하여 성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웃 등 사회적 영역으로 확장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도 치유와 용서 등을 돕는 상담사나 복지사 등의 자격을 갖춘 전문 사역자들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봅니다.
김수성 :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만 주어도 상당한 치유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설픈 위로나 조언보다는 그들과 함께 아파해주는 마음이 상담의 기본이라 할 것입니다.
김현호 : 목회자든 교인이든, 교회가 상대의 이야기에 공감하기보다는 자기 기준으로 결론을 내리고, 하나님의 뜻과는 관계없이 상담자 스스로가 심판자가 되는 것이 문제라 할 수 있겠죠.
김수성 : 이 책에서 ‘하나님이라는 이름의 우상’을 이야기합니다. 읽다가 무릎을 탁 칠 정도로 적절한 비유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참된 하나님은 늘 낯설게 다가온다는 말도 그러합니다. 하나님을 고정관념의 틀에 끼워 넣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김현호 :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사람들은 《오두막》의 매켄지처럼 “과연 하나님은 계시는가?”하고 묻습니다. 그럴 때 우리 교회는 “하나님은 당신들 곁에서 함께 눈물 흘리고 있다”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럴 때 치유의 하나님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김길구  :  《오두막》은 기독교를 소재로 한 소설로,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800만 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입니다. 이 책은 다소 논쟁적인 신학적 문제들에 대한 소개와 해명, 오역으로 인한  오해 등도 있어 소설 이외의 관심거리도 제공합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는 상처와 치유에만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음에는 월터 브루그만의 《안식일은 저항이다》(복있는사람, 2015)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정리: 김수성]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그날, 하나님은 어디 계셨는가》 / 박영식 지음 / 새물결플러스
《숨어계신 하나님》 / 김영봉 지음 / Ivp
《크리스천 감정수업》 / 찰스 스텐리 지음 / 아드폰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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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교양 읽기 ③] 아파하는 자와 함께 눈물 흘리는 교회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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