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의 작품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언급하는 것이 아니다. 국보인 조선왕조실록은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이기도 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역사 기록물이다. 조선왕조실록을 기록한 사관들은 왕의 모든 것을 철저히 감시, 기록하는 사명을 가지고, 때로는 목숨을 걸고 역사를 기록해왔다. 그리고 국정을 위해 왕이 살아있기까지는 일체 열람할 수 없도록 감추었다. 유일하게 연산군만이 사초를 열람했고 그 바람에 피비린내 나는 사화가 일어났다. 오늘날의 사관의 역할은 언론이다. 바른 소리, 쓴 소리를 해야 하는 비판의 기능을 우리는 언론기능이라고 한다.
필자는 부산 교계 언론인으로서 직업의 정체성을 가지고 45년을 살아왔다. 교계의 다양한 모습들을 봐왔다. 때론 루터가 살아서 이를 지켜보고 있었으면 95개가 아니라 100개 아니 200개도 넘는 개혁조항을 걸고 종교개혁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마치 잘 차려진 밥상이라도 현미경을 대보면 박테리아와 세균들이 있는 것을 보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부기총의 책임회피
지난 7월23일(주일) 동래중앙교회에서 개최된 부기총 대표회장 취임감사예배에서 정영택 목사(예장통합 증경총회장, 경주제일교회 담임)가 ‘선한 목자란’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정 목사는 “지도자란 어떤 일에든지 책임을 질 줄 알아야 선한 목자의 범주에 든다”며 지도자론을 강조했는데 이날 모든 예식을 마친 후 가진 부기총 전체임원회의 모습은 지도자의 형태와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이날 발언권을 얻은 한 회원은 “몇 해 전 윤종남 목사가 대표회장이던 시절 회의 공금에 구멍이 났다. 그때 두말도 않고 상당한 금액을 물어 책임을 다했는데 왜 지난 회기의 집행부는 회관 건립 특별기금 1500만원과 역사관 짓기 위한 가설계비에서 일시 차용한 500만원, 총 2000만원에 대해 상환은커녕 책임을 지지 않느냐”고 질타를 했다. 그러나 전 집행부는 묵묵히 넘어가는 섭섭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날 오후 늦은 시간에 가진 법인이사회의 상임이사 인선을 하는 자리에서 정근 장로를 다시 유임시켰다. 물론 지난 1년간 수고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해당 당사자는 백양로교회 시무장로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 내에 있는 누가교회로 이명했는데, 누가교회는 올해 상반기 국제독립교단연합회에 가입했다. 정 장로는 3년 전부터 병원 내 교회를 나갔다고 말했지만 이명은 교단 노회에 가입이 되어야 이명해주는 행정적인 절차가 있기 때문에 그동안 누가교회는 교단에 가입돼 있지 않아 금년에야 비로써 이명 서류를 줬다고 백양로교회 측에서 밝혔다.
더구나 어떤 교단 헌법에도 이명한 지 최소 2년이 경과한 후에 공동의회를 통해 3분의 2의 지지가 있어야 장로로 취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누가교회 원목 권용수 목사는 이러한 절차를 거치고 장로취임예배를 드렸다고 말했으나 부기총 규칙과 정관 따른 소속 교단장의 추천장을 받아 총회에서 교단 회원으로 가입하는 절차를 밟지 않았다. 총회는 가입 절차 없이 독립교단이라는 명칭 아래 상임이사 추천을 해준 대표회장의 어처구니없는 실수에 함구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일을 했으니 1년 더 유임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되는 것으로 이해가 되지만 부기총 교단 가입 절차도 거치지 않고 중요 실무 인사인 상임 이사로 동참시킨다는 것은 명백한 자기모순이고, 지난 40년간 지켜온 정관을 무시하는 초 탈법행위라는 것이 일반 회원들의 여론이다.
교단 가입은 이단 여부도 검증하기 때문에 아무 교단에서 그냥 들어오는 폐단을 없애기 위해 몇 해 전 복음교단 가입을 총회가 허락한 전례가 있다. 과연 부산 1800여 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을까? 교계를 대표해 거룩한 종을 울릴 수 있을까? 부기총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돈 많고 잘나가는 특정 인사를 위한 부기총인지 아니면 1800여 교회를 대표하는 부기총인지 이번 기회에 명확하게 밝혀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야 이단성 시비에 말려들지 않고 한기총에서 한교연이 분열했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욱 규명되고 지켜져야 할 것이다.
부산교계를 대표하며 종을 울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부기총 이번 회기의 옥의 티가 되지 않을까? 부끄러운 자아상을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이 하나님 앞과 부산 교계 앞에서 ‘코람데오’다운 참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다.
신이건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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