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되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이하 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정서영 목사, 이하 한교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영주 목사, 이하 NCCK)가 관련 성명을 발표했다.
한기총은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 앞에서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한기총은 앞으로 선출될 대통령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자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섬기고 일하는 지도자가 되길 기대한다면서 “이제 정치, 이념, 지역, 세대 등의 모든 갈등을 봉합하고 국민대통합을 이루어 나가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교연은 ‘대립과 반목을 끝내고 화합과 통합을 시작하자’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이제 국민 각자의 손에 들려졌던 촛불을 끄고 태극기를 내려야 할 시점”이라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교연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국민이 흘린 피의 대가로 이룩됐다. 지금 뜻을 달리하는 사람들도 민주주의를 이룩하는 과정에서는 한목소리를 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제 여야 정치인들은 국민통합을 위해 서로 손을 맞잡고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종교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음을 깊이 자성하고 우리 사회의 깊은 갈라진 골을 메우고 상처를 보듬어 치유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NCCK는 “사필귀정의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NCCK는 이제 시작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국민주권시대’라는 새로운 가치를 실현해 내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조기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하길 바란다면서 “사법부는 터럭 하나도 놓치지 않고 이 사태를 초래한 이들의 죄를 가려내고 그에 상응하는 벌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혹시라도 사회적 갈등을 조장함으로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는 모든 세력들은 역사 앞에 잠잠해야 한다. 특별히 신앙을 빌미로 극력한 사회적 대립을 불러왔던 일부 기독인들의 행보는 심히 염려스럽다. 자제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한기총, 한교연, NCCK 성명 전문이다.
<한기총 성명 전문>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인 만장일치로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이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지만, 국민 모두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며 그 결과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또한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 앞에는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이제 대통령 궐위에 따라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 헌재가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면서 인정한 ‘국민주권 위반과 법치주의 위반’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며, 대통령 역시 국민을 섬김의 자세로 대해야 할 뿐 아니라 그 공무는 투명하게 공개돼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앞으로 선출될 지도자는 겸손히 국민을 섬기며, 국민을 위해 일하는 지도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대통령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이 양도한 권한으로 국민의 뜻을 대행하는 자리이다. 섬김의 마음과 자세를 잃어버린다면 다시금 소수에 의해 다수의 국민이 희생을 당하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는 정치, 이념, 지역, 세대 등의 모든 갈등을 봉합하고 국민대통합을 이루어 나가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특별히 한국교회와 성도들은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상황을 놓고 다함께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법을 엄격히 준수하고 국민을 행복의 미래로 이끌어갈 지도자를 선정하기를 요청한다. 위기를 기회로 삼고, 희망의 대한민국을 열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2017년 3월 10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한교연 성명 전문>
대립과 반복을 끝내고 화합과 통합을 시작하자.
헌법재판소가 오늘 11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을 가결했다. 이로써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야기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법적 심판이 종결됐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파면 결정은 우리나라 헌정사상 최초이자 매우 불행한 역사로 기록되게 됐다.
이제는 국민 각자의 손에 들려졌던 촛불을 끄고 태극기를 내려야 할 시점이다. 92일간의 탄핵정국의 마침표는 반목과 대결을 접고 화합과 통합으로 나아가는 노력에서 방점을 찍어야 한다. 촛불도, 태극기도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같은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이 땅에 보수도 진보도 다 오늘의 민주주의를 꽃피운 주인공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이제는 분노와 울분과 격정을 내려놓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이다. 탄핵심판 이후 거대한 혼란과 파멸을 선택할 것인가,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민주주의를 한 단계 도약시킬 것인가는 광장에서 대결한 탄핵 찬반 지지자들의 손에 달려있지 않다. 우리 대한민국 공동체 모두에게 달려있다. 오늘의 결과는 그 누구의 승리도 패배도 아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국민이 흘린 피의 대가로 이룩되었다. 지금 뜻을 달리하는 사람들도 민주주의를 이룩하는 과정에서는 한목소리를 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게 뜻을 합쳤던 결과가 오늘날의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동안 여야 정치인들은 탄핵정국 와중에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가르고 갈등을 부추기는 데 앞장서 왔다. 그러나 오늘부터는 달라져야 한다. 이제 여야 정치인들은 국민통합을 위해 서로 손을 맞잡고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길 바란다.
주말마다 광장에 집결했던 시민사회도 대결과 반목을 접고 화합의 손을 맞잡음으로 그 누구도 패배하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길 바란다. 종교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음을 깊이 자성하고 우리 사회의 깊은 갈라진 골을 메우고 상처를 보듬어 치유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우리 모두는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며, 오늘 이 시간부터 달라져야 한다. 오늘은 역사적으로 끝이자 시작의 날이기 때문이다. 국민 모두의 분열과 대립, 혼돈을 끝나고 화합과 통합의 밝은 미래를 시작하는 첫날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2017. 3. 10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
탄핵심판 인용에 대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입장
“묵은 땅을 갈아엎고 정의를 심어라.
사랑의 열매를 거두리라.”
(호세아 10:11)
사필귀정(事必歸正)
헌법재판소가 오늘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인용했습니다. 믿을 수 없었던 국정농단의 실체가 드러난 후 90여일 만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제자리를 찾아갈 실마리를 얻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힘겹게 ‘모든 일은 반드시 옳은 방향으로 돌아가리라’는 사필귀정의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했습니다.
그간 우리는 탄식과 분노, 좌절과 절망을 이겨내며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하여 촛불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끝에서 우리는 작은 희망을 붙잡았고 이제 새로운 대한민국의 시작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광장의 촛불은 대립과 갈등을 만들어내며 도도한 역사의 물줄기를 돌리려했던 세력들에 맞서 끝까지 평화의 행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힘겹게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질 위기 앞에서 우리 시민은 평화의 힘을 보여주었고 그것은 반드시 정의를 이루어 내리라는 희망을 안겨 주었습니다.
불의 앞에 타협하지 않고, 위기 앞에 좌절하지 않으며 평화의 촛불을 들었던 모든 시민들께 존경의 뜻을 표합니다. 더불어 공공연한 폭력을 조장하며 압박을 가해오는 악의 세력에 굴복하지 않고 시민의 뜻과 법리에 충실한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에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시간이 시작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불의의 세력들은 다시금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리려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국민주권시대’라는 새로운 가치를 실현해 내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정부는 조기에 치러질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하시기 바랍니다. 정치권은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이 준 기회를 놓치지 말고 진정으로 시민을 위한 정치로 거듭나시기를 바랍니다. 사법부는 터럭 하나도 놓치지 않고 이 사태를 초래한 이들의 죄를 가려내고 그에 상응하는 벌을 내려야 합니다.
혹시라도 사회적 갈등을 조장함으로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는 모든 세력들은 역사 앞에 잠잠해야 합니다. 특별히 신앙을 빌미로 극렬한 사회적 대립을 불러왔던 일부 기독인들의 행보는 심히 염려스럽습니다. 자제를 당부합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묵은 땅을 갈아엎고 정의를 심으라.”(호세아 10:11)는 하나님의 명령을 다시 한 번 무겁게 되새기고자 합니다. 약자를 위하여 세상에 오시고 그들을 위하여 십자가를 지신 예수의 고난과 부활을 따라야 하는 교회의 길을 제대로 걸어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적폐로 가득한 묵은 땅을 갈아엎고 국민주권국가라는 새 터전을 세우려는 믿음으로 서겠습니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며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새로운 대한민국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2017년 3월 10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