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3-22(토)
 
김광영 장로.JPG
 입춘지나 조용히 핀 설중매기운으로 포근해진 2월 11일 짙은 안개로 인천공항으로 연결된 영종대교에 100여대의 자동차 추돌사고가 방송을 통하여 전하여졌다. 그 사고로 사망과 부상 등, 60여명의 인명피해와 서울로 나오는 도로가 장시간 차단되어 공항왕래에 많은 불편을 유발하였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안개는 하늘 땅 바다의 모든 교통수단에 무서운 적이다. 시력의 좋음과 나쁨에 상관없이 시야를 가려 그 속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유소년시절 안개가 자욱한 아침에 소먹이 갈 때면 춥기도 하고 무서웠다. 그래도 소목에 걸어놓은 워낭소리가 함께 하기에 강변이나 제방으로 갈 수가 있었고 또래들이 몰려오기도 하여 그런대로 지냈지만 안개비로 촉촉이 젖은 옷으로 인하여 여름철에도 벌벌 떨어야 했다.
  안개의 입자는 눈물처럼 젖은 물의 분자로 방울진 작은 물방울들의 군무이기 때문에 운명적으로 슬픔과 외로움을 안고 있다고 한다. 수년 전 수련회 참가로 설악에서 만난 안개도 그러했다. 우거진 송림사이로 춤추듯 너울거리는 안개의 움직임은 쉽게 볼 수 없는 웅장한 유희요 행렬이었다. 등산로는 불과 1, 2메타 지척만 희미하게 보일뿐 그 잘생긴 바위며 산봉우리며 계곡의 모양도 알 수 없는 암흑이었다. 다만 기마군대의 행진 같은 계곡 물소리만 요란하게 들렸고 입은 옷이 젖었으니 신령한 영물의 세계에 들어온 것 같아 그 위용에 두려움마저 느낀 기억이 있다.
  밝음에서 어둠으로 넘어가는 저녁시간도 그러하지만 안개로 인하여 어둠을 맞는 것은 더욱 알 수 없는 슬픔과 고독으로 깊어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날같이 짙은 안개는 깊은 상처와 슬픔을 남긴 추돌사건의 원인이다. 안개, 짧은 시간이지만 명상과 추억을 새롭게 하기도 하나 사물의 실체를 은폐하는 장애물이듯 사람의 생활과 소통에도 존재하여 자신의 속내를 젖은 연기처럼 풀어 세상의 진실을 허상이나 거짓으로 덧씌우는 뜻도 있다.
  안개는 아름다운 수많은 형상들을 어둠처럼 감추듯, 사람들의 원칙과 규범을 삼키는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늪지대라 생각된다. 또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베일을 쉬워 왜곡하게 유도하여 주변의 이목을 흔들어 놓는 존재의 이름이며, 각종사건과 사고의 진실을 미궁에 빠뜨리는 이상한공학이다.
  지난해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사고도 그러하다. 선박회사의 사주로 책임을 다하지 못해 시대의 흉악범이라 지목된 그 사람의 행적과 사망원인도 안개 속이다. 그가 나눠준 고급 골프채와 엄청난 로비비용과 그 대상자에 대한 답은 없고 흐지부지 한 것이 결론이었다. 그 결과 그럴듯한 억측과 소문이 난무하게 되었고 안개 속을 걷는다는 말을 실감하게 하였다.
  그날도 총리후보에 대한 청문회가 열렸다. 이전의 청문회 때와 같이 질문과 답변 모두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니 이 일도 안개 속 같다. 청렴을 주장한 사람이 그 정도인가? 그를 안개 속이라 몰아세우는 국회의원들은 밝은 대낮일까? 그런데 일부이지만 국회의원과 고위 공직자, 교수, 군, 검, 경, 간부들, 그리고 초중고 유치원 교사까지, 왜 그렇게 안개 속인가?
  하나 같이 몰염치한 사건인데 성직자도 예외가 아니다. 정말 현실은 짙은 안개 속 같아 걱정할 수밖에 없다. 어둡고 춥던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날에 고운 꽃들이 피면 벌 나비 몰려와 팔랑팔랑 춤추는 푸른 동산을 건설하겠다고 공약한 분들, 들여다보니 어둠이요, 슬픔이요, 더 짙은 안개 속이다.
  꽃씨를 뿌리고 발아 된 새순을 가꾸어 꽃을 피우는 일은 얼마나 복된 일인가? 세상의 모든 일도 그러한 것인데 씨를 뿌리지 않고도 남이 땀 흘려 가꾼 꽃을 꺾어서 자기가 피운 것이라 내세우다 들통이 나도 사과하지 않는 사람, 고위관직이라면 건강하다 뽐내다가도 군 문제하면 약골이라 우기는 사람, 돈 자랑하다가도 세금이라면 죽는시늉하는 졸부들, 모두가 안개 자욱한 날만큼 사고의 위험이 농후한 것 같다. 자, 이제 자연적인 안개는 조심하고 스스로 꾸민 안개는 걷어버리자. 그리고 환하게 꽃피는 새봄을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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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산] 안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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