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때문’이라지만 ‘오해를 만드는’ 부기총
장로상임회장 사표 제출
■문제의 근본 원인
금년 39회기 대표회장은 합신 측 박성호 목사가 맡아 수고하고 있다. 여기에 같은 교단인 임영문 목사가 실무책임자인 사무총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회장과 사무총장은 임원들 중에서도 가장 손발이 잘 맞아야 하기 때문에, 두 사람의 조합에 큰 문제제기는 없다. 하지만 법인 상임이사로 선출된 정근 장로가 가세하면서 많은 오해를 낳고 있다.
정근 장로는 지난 20대 총선 새누리당 부산진갑 예비후보로 출마했다가 경선에서 아깝게 떨어진 인물이다. 지역 교계내에서는 앞으로 지역사회와 교계에 큰 역할을 감당할 소중한 인재라는 점에서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의사이면서 참신한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YMCA 그린닥터스를 통해 전세계 사고현장을 달려가 봉사하는 그의 희생정신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유독 정치권에 발을 들여다 놓으려는 그의 모습 때문에 정 장로의 행보를 정치적인 시각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정근 장로와 임영문 목사는 각별한 사이다. 정근 장로가 지난 20대 총선 예비후보로 출마 할 당시 선거운동을 직간접적으로 돕기도 했고, 임 목사의 사모는 정근 장로가 운영하는 온종합병원 내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교계 안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를 보통 수준을 넘는 사이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부기총 내에서 사무총장과 법인 상임이사로 만나 부기총 전반을 핸드링 한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
■오해를 낳은 일들
지난 6월 총회 이후 부기총 내부에서 ‘부기총 사무실을 온종합병원 내에 이전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때를 맞춰 임원회를 온종합병원 회의실에서 가진 바 있다. 모 임원은 “부기총 재정을 아끼려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매월 부기총 사무실에 들어가는 임대료와 호텔에서 진행되는 회의비를 상당 수 아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1년 사무실 유지비용 1천2백만원 정도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일부 임원들은 “부산의 대표기관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특정 기관 내 위치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못하다”며 이전을 반대했다. 과거 수영로교회가 운영하는 선교센터(엘레브)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수영로교회가 운영한다는 이유 때문에 들어가지 못한 전례도 갖고 있다.
또 사무총장과 법인 상임이사는 부기총 신문 발행(각 분기별 제작, 년 4회)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부기총 관계자 사이에서는 부기총 신문 발행 목적이 무엇인지 의문을 나타내는 이도 적지 않다. 부산지역 교회가 1,800 여 교회인데, 신문 부수는 4만부 발행을 준비중이기 때문이다. 임영문 사무총장은 “현재 교계안에서 크게 문제되고 있는 동성애와 이슬람, 이단 문제등을 일반인들에게도 문제를 인식시키기 위해서 신문을 통해 알릴 예정”이라며 “다른 정치적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 시각에는 꼭 신문을 만들어야만 교계 이슈가 되는 문제를 공론화 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 신문제작을 위해 온종합병원 홍보팀이 참여하고 있어 또다른 오해를 낳고 있다. 임 사무총장은 “우리가 신문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기에 대한 재정 문제도 논란꺼리다. 법인이사회에서는 기업에 찬조를 받아 자체수익으로 발간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지만, 최근 큰 교회를 중심으로 신문제작에 필요한 협조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신문 제작에 따른 자체수입 방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해마다 크리스마스트리축제와 부활절연합예배 때문에 지역교회들의 협조를 바라는 부기총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정근 장로가 매년 추진해 왔던 크리스챤 청년 JOB 아카데미를 앞으로 부기총이 정례화 하여 매년 2회씩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 JOB 아카데미의 취지에 대해 반대하는 인사들은 없다. 하지만 이 행사를 부기총이 주도한다는 점에서는 논란꺼리가 되고 있다.
지난 8월 14일 동래중앙교회에서 개최된 광복절 기념예배도 오해의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날 행사 순서지에는 축사로 이헌승 새누리당 부산시당위원장과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이 축사 순서에 있었고, 특강에는 국회의원 하태경 의원이 예정되어 있었다.(이헌승, 최인호 불참) 과거에도 광복절기념예배에 국회의원이 찾은 전례가 있었지만, 금년처럼 3명의 국회의원이 함께 자리를 도모 한 경우는 없다. 또 특강을 한 하태경 의원의 경우 2012년 광복절기념예배에서 특강을 한 적 있었기 때문에 굳이 다시 강사로 모신 이유가 있느냐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상임회장이며 준비위원장인 신성용 목사는 “(정치적인)특별한 이유는 없다. 임원들과 의논하여 결정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임원들끼리 먼저 소통해야
최근 장로상임회장 김점태 장로가 임원회에 사표를 제출했다. 김 장로는 “언론에 뭐라고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부기총이 지금처럼 운영되어서는 안된다”고 간략한 입장을 밝혔다. 임원들 사이에서도 ‘대표회장-사무총장-법인상임이사’만 소통하고 나머지 임원들이 부기총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른다는 목소리가 교계에 흘러나오고 있다. 부기총 모 임원은 “모든 일이 세 분에 의해 돌아간다. 어떤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사안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 A 상임회장도 “상임회장인 나도 잘 모르는데, 다른 임원들이 어떻겠나”라며 간접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그만큼 임원들 사이에서도 소통이 부재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기관이기 때문에...
앞에서 언급했듯이, 정근 장로는 부산교계의 소중한 인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지역과 교계를 위해 많은 일들을 해 나가야 할 인물이다. 정근 장로를 아끼는 사람들은 오히려 부기총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정근 장로의 이미지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정근 장로도 사석에서 “부기총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도와달라는 부탁을 거절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부산교계 ‘대표기관’이라는 타이틀만 아니었다면 앞에서 언급한 사무실 이전, 회의실 사용은 상당한 재정적 이득을 볼 수 있는 사안이다. 반면 부기총도 정근 장로라는 인물 때문에 오해를 받는 것도 사실이다. 광복절기념예배에 그동안 정치인들이 초대되어 왔었지만, 유독 금년 말들이 많은 것도 정근 장로라는 인물이 부기총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해를 받을 만한 사안을 부기총 스스로가 만들어서는 안된다. 부산교계에는 보수적인 교회들도 있지만, 진보적인 교회와 인사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대표기관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경우 말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부기총은 부산교계의 대표기관이다. 1,800여 교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함께 기도하고, 역사박물관 건립과 이단문제, 동성애, 이슬람 문제 등 지역교계가 해결해야 될 산적한 사안들을 대처하고 해결하는데도 시간이 부족하다. B 상임회장은 “정말 중요한 핵심적인 문제는 제쳐놓고, 쓸데없는 일에 너무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앞으로 이런 식으로 부기총이 계속 흘러간다면 나도 동참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성’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정받아야 한다. 부기총이 진정한 대표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전시성 사업보다, 작은 교회들의 어려움을 돌아보고, 이 사회의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